빨래집게 핀꽂이
아이는 머리카락에 핀을 주렁주렁 매단다. 하나만 꽂아도 되지만 으레 주렁주렁 매단다. 이런 모습으로 자전거수레에 타고는 읍내마실을 다녀오기도 한다. 아이가 많이 어리기 때문에 이렇게 다니지는 않는다. 아이 스스로 이렇게 핀을 꽂은 모습을 좋아하니까, 아무 거리낌없이 다닌다.
우리 집에는 거울이 없다. 나도 옆지기도 아이도 거울을 볼 일이 없다. 식구들 얼굴이 예쁘다면 거울로 들여다보며 예쁘다고 느끼지 않는다. 서로서로 눈으로 바라보거나 살결을 쓰다듬으며 예쁘다고 느낀다. 시골에서 살아가니까 거울을 안 보는 삶이 아니다. 도시에서도 이와 같다. 거울을 볼 까닭이 있을까. 아니, 거울로 얼굴이나 몸매나 몸차림을 들여다볼 까닭이 있는가.
바라보아야 할 얼굴은 식구들 얼굴이다. 살펴야 할 모습은 내 겉차림 모습이 아닌 내 마음밭 모습이다. 나부터 내 겉차림이 아닌 내 마음밭을 살피며 즐거이 살아간다면, 내 이웃이나 동무를 마주할 때에도 겉차림이 아닌 마음밭을 읽으면서 사귀거나 만날 수 있겠지. 나부터 내 삶을 사랑하고 내 길을 좋아할 때에, 내 이웃이 일구는 삶을 사랑하고 내 동무가 걷는 길을 좋아할 수 있겠지.
아이는 핀뿐 아니라 빨래집게까지 머리카락에 꽂는다. 참 예쁘게 논다. (4344.9.6.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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