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70] 온날떡
둘째가 태어난 지 백날이 지납니다. 백날째를 맞이해서 흰떡을 합니다. 이 흰떡을 누구한테 돌릴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옆지기가 읍내 가게 어디어디를 들러 인사를 하라 이야기할 때에 비로소, 아하, 이 흰떡은 이곳저곳에 많이 돌려야 하는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읍내로 가는 길에 생각합니다. 떡 한 가득 담은 상자를 수레에 실어야 하니 첫째를 태울 수 없습니다. 백‘날’을 맞이했기에 백날떡이지만, 백‘일’을 맞이했다고 여기는 거의 모든 사람들한테는 백일떡일 테지요. 초·중·고등학교를 거치고 살짝 대학교에 발을 담그는 동안 어느 학교에서도 ‘온’이라는 낱말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즈믄’이라는 옛말을 옛문학을 배우며 처음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뿐입니다. 옛문학에 나오는 옛말 ‘즈믄’이지, 우리들이 살아가는 바로 이곳 이때에 쓸 만한 낱말로 여기지 않습니다.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갈 무렵 ‘즈믄둥이’라는 말이 새삼스레 쓰였으나, 다른 어느 자리에서도 ‘즈믄’을 쓰는 사람을 만날 수 없습니다. 첫째와 둘째를 막 낳아 갓 보살피던 세이레를 놓고도 ‘이레’를 알아듣는 어른이나 이웃이나 동무는 없었습니다. 수레에 떡을 싣고 수박까지 한 통 사서 싣습니다. 아주 무거운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더 생각합니다. 내 마음속으로는 ‘온날떡’을 해서 둘째와 옆지기하고 나눈다고 생각합니다. (4344.8.31.물.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