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놀이 책읽기


 개구리가 올챙이 적을 모른다는 옛말이 있지만, 참말 개구리가 올챙이였던 나날을 모를는지는 알 길이 없다. 사람은 개구리가 아니요, 개구리 삶을 모르며, 개구리 넋을 짚을 수 없으니까. 개구리를 빗대어 이야기하지만, 옳게 말하자면 어른은 어린이였던 지난날을 모른다고 해야 한다. 아기였던 나날을 떠올리는 어버이가 드물거나 없다고 해야 한다. 나부터 헤아린다면, 두 아이하고 함께 살아가면서 막상 내가 이 두 아이만 한 나이였을 때에 어떻게 살아가고 무엇을 생각하며 어찌 지냈는가를 하나도 떠올리지 못한다.

 첫째 아이가 흙놀이를 하는 모습을 가끔 바라본다. 아직 혼자서 마당에서 놀지 못한다. 빨래를 널거나 걷으러 마당에 나올 때면 쪼르르 따라나와서 흙놀이를 하곤 한다. 흙놀이를 마친 아이는 흙 묻은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거나 옷에 문지른다. 아마, 나도 첫째 나이만 했을 때에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아이가 옷에 흙을 묻힌다고 나무라려 한다면, 나 또한 어린 나날 나무라는 소리를 들은 일을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 방으로 들어와서 손을 물에 씻는다 하더라도 금세 다시 흙놀이를 한다. 씻으나 마나라 할 테지만, 또 씻겨야 할 테지.

 인천에서 태어나 자라는 동안 곧잘 갯벌마실을 가서 갯벌흙을 만지며 놀았다. 바닷가에서는 모래흙도 만지고 뻘흙도 만질 수 있어 좋다. 질척질척한 뻘흙으로는 이것저것 만들기 쉽다. 수많은 구멍을 좇아 어떤 목숨들이 옹크리는가를 살핀다. 뻘흙에서 논 다음에는 바닷물로 손을 씻으면 된다.

 내 아버지하고 어머니하고 형하고 인천 송도유원지에 마실을 다녀오던 퍽 어린 어느 날, 형하고 내가 땅바닥에서 무언가를 주울 때, 내 아버지, 곧 아이들 할아버지가 나와 형이 옹크린 모습을 사진으로 한 장 찍었다. 나는 내 아이가 시골집 마당에 옹크리며 흙놀이를 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다.

 몇 해를 기다린 끝에 데즈카 오사무 님 만화책 《불새》를 모두 장만한다. 2002년에 한 번 찍고 판이 끊어진 책인데, 출판사에서 용케 2011년에 새로 찍어 주었다.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한글을 깨치고 만화책을 신나게 읽을 무렵일 2020년 언저리에 《불새》가 다시 나오리라 바랄 수 없다. 《불새》뿐이랴. 《아톰》이나 《블랙잭》이 다시 나오리라 꿈꿀 수 있을까. 《나의 손오공》은 2020년에도 장만할 수 있겠는가.

 아이들은 모든 책을 다 읽어낼 수 없다. 그러나, 아이들이 어떤 책을 읽고 싶어 하더라도 “자, 여기에 있어.” 하고 내미는 어버이가 되어야 한다고 느낀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이건 뭐야?” 하고 물을 때에, “응, 이건 이렇단다.” 하고 보드라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버이가 되어야 하리라. 지치지 말고, 꺾이지 말며, 책을 읽듯 삶을 읽으면서 삶을 읽듯 책을 읽는 예쁜 어버이로 살아야 한다고 느낀다. (4344.8.31.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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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1-08-31 10:47   좋아요 0 | URL
언제 보아도 참 행복해보이는 아이랍니다,
우리딸도 저럴때가있었는데 요즘 엄마가 너무 욕심을 부리고 있구나 싶어요,,ㅎㅎ

숲노래 2011-08-31 11:01   좋아요 0 | URL
앞으로도 곱고 예쁜 모습 그대로일 딸아이로
사랑스레 자라리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