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69] 범나비

 서울에서 올림픽이 있던 1988년을 앞두고 ‘호돌이’라는 상징이가 널리 퍼졌습니다. 이무렵 국민학교에서는 올림픽 표어와 포스터를 노상 그리도록 했고, 호돌이를 예쁘게 여기도록 하는 온갖 인형이며 상품이며 나돌았습니다. 라면이건 무어건 겉에 호돌이 그림이 깃들곤 했습니다. 철없이 놀며 깊이 생각하지 않던 어린 나날이기에, 〈상계동 올림픽〉 같은 이야기는 아예 알지 못했는데, 둘레 어른들 가운데 할머니나 할아버지, 또 시골 어르신들은 “왜 ‘호돌이’인가?”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셨습니다. 당신들한테는 ‘虎狼돌이’를 줄인 ‘호돌이’가 아닌 ‘범돌이’여야 옳으니까요. 어른들은 우리 띠를 일컬을 때에 언제나 ‘범띠’라 말했지 ‘호랑이띠’라 말하지 않았습니다. ‘호랑이띠(호랑띠)’라 말하거나 ‘호랑나비’라 말하면, 으레 ‘범띠’와 ‘범나비’로 바로잡았습니다. 죽어서 가죽을 남기는 짐승은 ‘범’이요, 누런 빛깔이 아닌 하얀 빛깔일 때에는 ‘흰범’이라 했어요. 네 살 아이 손을 잡고 한 살 아이는 품에 안으며 멧길을 오르내리는 동안 나비 한 쌍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합니다. 나는 우리 첫째한테나 둘째한테나 이렇게 서로 예쁘게 팔랑거리는 나비를 바라보며 “이야, 범나비로구나.” 하고만 가리키리라 생각합니다. 무늬가 있는 범은 ‘무늬범’입니다. (4344.8.2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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