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손
낮잠 없이 놀려 하고, 새벽 일찍 깨어 놀려 하며, 밤 늦게까지 놀려 하는 첫째 아이를 바라봅니다. 내가 이 아이를 옆지기하고 함께 낳아 살아가지 않았으면, 나는 내 어린 나날을 얼마나 돌아보았을까 궁금합니다. 때때로 돌아보기는 했을 테지만, 제대로 깨닫는다든지 살가이 느낀다든지 했을까 궁금합니다. 워낙 잠이 모자란 채 놀다 보니 한번 곯아떨어지면 여러 시간 꼼짝을 않고 꿈나라를 떠돕니다. 고단히 잠든 아이를 바라봅니다. 이 아이 넋이 아름다이 흐를 수 있도록 돕는 어버이가 아니라면, 나는 이 아이를 낳아 함께 살아가는 보람이나 뜻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부터 윽박지르는 말이나 날선 말을 듣고 싶지 않다면, 내 아이 또한 윽박지르는 말이나 날선 말을 듣지 않도록 예쁘게 살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이 아이 손이 이웃을 어여삐 쓰다듬는 손으로 단단해지자면, 어버이인 나부터 내 이웃을 어여쁘 쓰다듬으며 단단해져야 한다고 느낍니다. 잠든 아이가 꿈나라에서 좋은 이야기 예쁘게 길어올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마를 쓰다듬습니다. (43444.8.16.불.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