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1.7.25.
 : 배달음식은 어디까지?



- 둘째를 낳은 옆지기는 몸이 예전보다 훨씬 나쁘다. 예전에는 가끔 기저귀 빨래를 하거나 밥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홀로 이 일 저 일 도맡자니 몸을 많이 써야 하고, 저절로 살이 많이 빠진다. 둘째와 함께 산 지 두 달이 지나면서 생각한다. 옆지기와 두 아이도 옆지기와 두 아이대로 씩씩하고 튼튼하게 잘 살아야 할 테지만, 나는 나대로 내 몸을 잘 추슬러서 더 힘을 내야 하지 않겠는가.

- 인천에서라면 생협에 찾아가 돼지고기라도 조금 사서 먹는다지만, 이곳에서는 생협 가게를 찾을 수 없다. 여느 고기집에 가서 돼지고기를 살까 하다가, 옆지기가 기름진 무언가를 먹고 싶다고 했던 말을 떠올리며 닭튀김을 사자고 생각한다. 며칠 앞서 읍내 장마당 마실을 할 때에, 새로 문을 열었다면서 하나로마트 앞에서 전단종이를 나누어 준 닭집이 있다. 어디까지 날라다 주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집이 있는 광벌까지는 아니더라도 용산4리 숯고개 언덕받이라든지 용산6리 느티나무 있는 정류장까지라도 가져다준다면 한결 수월하리라 생각하며 전화를 건다. 닭집 아저씨는 아직 길을 잘 알지 못한다면서, 용산4리 숯고개까지는 모르겠다고 한다. 그래서 용산6리 느티나무 있는 시골버스 서는 데까지 와 달라 이야기한다. 읍내 가게에서 푸성귀랑 배추 한 포기와 통밀가루 두 봉지와 재활용 빨래비누 여섯 장을 사서 가방에 챙기며 달린다. 느티나무 있는 시골버스 서는 데에서 자전거를 세운다. 아이를 내린다. 아이는 시냇물 흐르는 마을 어귀 정자에 맨발로 올라서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좋아한다. 아버지보고도 위로 올라와서 함께 뛰잔다. 아버지는 무더위에 땀을 많이 흘리며 자전거를 몰았기에 그냥 그늘에서 쉬겠다고 말한다. 16시 25분까지 오겠다고 하던 오토바이는 16시 29분에 닿는다. 늦었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그만큼 조금 더 다리쉼을 한 셈이니까. 예까지 가져다주는 아저씨는 저수지 너머 마을에도 닭튀김을 나른 적 있다면서, 아직 길을 잘 몰라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예까지 날라다 준 일만으로도 고맙다고 이야기한다. 아저씨는 다음에는 저주시 위쪽 오르막을 조금 더 올라가는 데까지 날라다 주겠다고 이야기한다.

- 아이를 수레에 앉힌다. 아이한테 닭튀김 상자를 잘 들어 달라고 이야기한다. 아이는 한손으로 닭튀김 상자를 꼭 잡고, 다른 한손으로 수레를 잡는다. 아이는 수레에 앉을 때부터 꾸벅꾸벅 졸더니, 조금 달리고부터는 아예 고개가 푹 꺾인다. 이제까지 졸음을 참으며 놀았기에 금세 쓰러지는가 보다. 그렇지만, 고개가 이리 쏠리고 저리 쓰러지고 하면서도 닭튀김 상자를 쥔 손을 놓지 않는다. 집에 거의 다 닿을 무렵에는 아슬아슬했지만, 떨어뜨리지 않고 잘 왔다. 집에 닿아 닭튀김 상자를 내리고, 아이를 번쩍 안는다. 아이는 아버지 품에 안기면서 잠에서 깨지 않는다. 잠자리 평상에 고이 누인다. 그대로 새근새근 잘 잔다. 아이 몫을 남긴 다음, 아버지는 물로 씻고 어머니하고 나머지를 먹는다. 아이는 한 시간쯤 달게 잔 뒤에 제 몫으로 남긴 닭튀김을 먹는다. 곰곰이 생각한다. 올해 들어 닭고기이든 닭튀김이든 처음으로 먹었다.
 

 

(최종규 . 사름벼리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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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7-26 10:59   좋아요 0 | URL
해수욕장까지 배달되는 음식들을 보면 정말 대단한 생각이 듭니다^^ 전 봄여여름가을겨울 역시 닭튀김이 젤 좋아요~

숲노래 2011-07-27 04:05   좋아요 0 | URL
해수욕장에서 닭튀김을 시켜 보셨나요?
오오... @.@

마녀고양이 2011-07-27 16:03   좋아요 0 | URL
옆지기 님께서 회복이 늦으시나보네요.
큰일입니다. ㅠㅠ. 공기 좋은 곳에서 빨리 추스리면 좋을텐데.

된장님께서도 항상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숲노래 2011-07-27 18:02   좋아요 0 | URL
늦게 살아난다기보다...
워낙 아프고 늘 아픈 몸이다 보니...

그저 더 조용하면서 착한 곳에서 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