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책읽기


 읍내로 나가는 버스는 두 시간에 한 대입니다. 새벽 여섯 시 오십 분에 첫차가 있고, 저녁 일곱 시 반에 막차가 있습니다. 하루에 여섯 대입니다. 시골에는 사람이 적게 살고, 읍내를 오갈 볼일이 적습니다. 우리 식구 살아가는 시골집에서 가장 가까운 가게는 읍내에 있습니다. 시골마을에는 따로 가게가 없습니다. 어느 누구라도 시골마을에서 술 한 병 라면 한 봉지를 사자 하더라도 읍내를 다녀와야 합니다.

 요즈음은 집집마다 자가용 없는 집이 드뭅니다. 이곳 시골마을에도 자가용 없는 집이 드문드문 있으나, 아주 늙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사는 집이 아니라면 으레 자가용에 경운기에 짐차를 갖춥니다. 굳이 두 시간에 한 번 오는 시골버스를 기다리지 않더라도 자가용을 몰고 술 한 병 라면 한 봉지를 사올 수 있습니다.

 시골마을에는 도서관도 책방도 없습니다. 새책방도 헌책방도 따로 없습니다. 읍내에는 문방구 노릇을 하는 조그마한 책방이 한 군데 있습니다. 읍내에는 군청이 있는 터라, 어쩌면 이곳에는 도서관이 있을는지 모릅니다. 읍내에서 살아가는 분이라면 읍내에 있을 도서관으로 마실할 수 있을 테지만, 시골마을에서 살아가는 이가 도서관마실을 하기란 몹시 힘듭니다. 책을 빌리러 버스를 타고 오가기부터 만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책을 아끼거나 사랑하는 넋이라면 이쯤이야 대수롭지 않을 뿐더러, 도서관 한 곳 있는 일을 참으로 고맙다고 여기리라 봅니다.

 시골집에서 책을 읽습니다. 시골로 들어오기 앞서 도시에서 장만한 책입니다. 이 책들을 엮거나 만든 곳은 도시에 깃듭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으레 도시에서 살아가고, 책을 사거나 빌려서 읽는 거의 모든 사람들 또한 도시에서 살아갑니다. 시골에 깃을 두고 시골살이나 시골넋을 글로 담아 책으로 엮는 곳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 숫자와 어울릴 만큼 있겠지요. 거의 모든 책이 도시사람 눈높이와 눈썰미에 맞출 수밖에 없고, 거의 모든 책이 도시에서 사고팔릴밖에 없으며, 거의 모든 책이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를 다룰밖에 없습니다. 장마비가 살짝 멎으며 눅눅함이나 축축함이 가신 오늘은 숲이 바라보이는 마당에 기저귀 빨래를 널 수 있겠습니다. (4344.6.28.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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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6-28 10:29   좋아요 0 | URL
글과 상관없이 볕에 마르고 있는 기저귀들을 생각하니 볕에 마른 면 냄새가 생각나며 절로 기분이 좋아지네요. 오늘 서울은 흐리거든요.

숲노래 2011-06-28 20:06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서울은 날이 맑아도 자동차가 너무 많아서 맑다는 느낌이 잘 안 드는구나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