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60] 가위

 네 살 아이는 둘레 사람들 말투를 쏙쏙 빨아들입니다. 둘레 사람들이 예쁘게 말하든 밉게 말하든 아이 귀가 쫑긋할 만한 말을 하면, 이 말이 입에 찰싹 달라붙어 좀처럼 떨어지지 않습니다. 어른들이 ‘바이바이’라 하면 아이도 ‘바이바이’라 하고, 어른들이 ‘안녕’이라 하면 아이도 ‘안녕’이라 하며, 어른들이 ‘잘 가’라 하면 아이도 ‘잘 가’라 합니다. 아이가 두 살이 될 무렵부터 〈감자에 싹이 나서〉 노래를 부르고 손놀이를 보여줍니다. 아이는 이내 이 노래와 손놀이를 좋아해 주었고, 툭하면 “감자에.” 하면서 함께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자고 불렀습니다. 이제 네 살이 되면서 “감자에.” 하고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자고 부르지는 않는데, 이 노래와 손놀이를 즐길 무렵, 둘레 언니나 오빠가 사진에 찍힐 때, 또 어른들이 사진을 찍으며 ‘브이’를 만드는 모습을 익히 보았습니다. 이리하여 아이는 아버지가 사진을 찍을 때에 저도 ‘브이’를 따라한다고 시늉을 해서 되게 싫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손가락으로 ‘브이’ 모양을 하면서 입으로는 ‘가위’라 말합니다. 두 살부터 세 살을 거쳐 네 살에 이르기까지, 아이는 “가아위!” 하면서 손가락 둘을 쪽 펼쳐서 얼굴에 댑니다. 그래 그래 가위야, 그렇지만 가위 좀 치워 주겠니? (4344.6.1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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