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59] 오줌그릇

 오줌그릇을 씻는다. 옆지기가 쓰는 오줌그릇을 씻고, 첫째 아이가 쓰는 똥오줌그릇을 씻는다. 옆지기가 쓰는 오줌그릇은 오줌을 여럿 눈 다음에 비우고 나서 씻는다. 첫째 아이가 쓰는 똥오줌그릇은 오줌을 두 번쯤 눈 다음에 비우고 나서 씻는다. 똥을 누면 곧바로 비운다. 오줌그릇을 비우고 나서 물로 헹구고 수세미로 오줌 기운이나 똥 기운을 닦곤 한다. 비가 내리고 나서 냇물이 불었으면 냇가에 흐르는 물에 오줌그릇을 대고는 맨손으로 훌훌 휘저으며 닦는다. 집안 씻는방에서도 수세미를 안 쓰고 그냥 맨손으로 닦곤 한다. 오줌그릇 닦은 손으로 빨래를 하고, 빨래를 한 손으로 쌀을 씻으며, 쌀을 씻은 손으로 밥을 하고, 밥을 한 손으로 둘째 기저귀를 갈며, 둘째 기저귀를 간 손으로 걸레질을 하고, 걸레질을 한 손으로 젓가락을 쥐며, 젓가락을 쥐던 손으로 책을 겨우 집어든다. 모처럼 낱말책을 펼쳐 ‘요강’이라는 낱말을 살핀다. ‘요강’은 한자를 빌어 이래저래 적기도 한다지만 토박이말이란다. 토박이말이면 토박이말이지 왜 굳이 한자를 빌어서 적어야 할까. 밥을 밥으로 적으면 되지 애써 ‘食事’로 적어야 할 까닭이 있을까. 오줌이 마려운 사람한테 “요의(尿意)가 있다”고 일컫는 병·의학 전문가들이 무섭다. (4344.6.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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