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아빠가 된 날 작은 곰자리 10
나가노 히데코 지음, 한영 옮김 / 책읽는곰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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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낳기’를 모르는 아버지들한테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3] 나가노 히데코, 《아빠가 아빠가 된 날》(책읽는곰,2009)



 첫째를 집에서 낳으려다가 마지막때에 옆지기 몸이 많이 나빠져서 병원으로 가서 낳았습니다. 집에서 아이를 낳으려는 어버이로서 집살림을 살뜰히 헤아리지 못했기 때문에 한여름날이더라도 방에 불을 넣어야 하는 줄 살피지 못했습니다. 방을 어둡게 해야 하는 줄 알더라도, 여름날이고 겨울날이고 아이 낳을 방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가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둘째는 집에서 즐거이 낳으려고 하는 요즈음, 지난일을 곰곰이 돌아봅니다. 여러 가지를 살피거나 갖추는 일도 해야겠으나, 아이가 어머니 몸속에서 어떻게 크면서 어떤 몸과 마음으로 지내다가 바깥으로 나오는가를 먼저 잘 살피며 깨닫지 않고서야, 아이를 집에서건 병원에서건 조산원에서건 즐거이 낳을 수 없다고 느낍니다. 앞으로 함께 살아갈 새 살붙이를 헤아려야 하고, 무엇보다 따사로운 손길과 마음길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아이를 집에서 낳는 요즈음 사람은 매우 적습니다. 이제 아이는 아주 마땅히 병원에서 낳고, 아기를 낳은 다음에 산후조리원에 다녀야 하는 줄 여깁니다.

 아이를 낳다가 힘들다든지, 어머니나 아이가 많이 아프다든지 할 때에 찾아가는 병원인 줄을 잊습니다. 아이를 낳고 몸풀이를 할 때에는 집식구가 궂으면서 기쁜 일을 맡아야 하는 줄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집처럼 아이를 집에서 낳고픈 이들은 따순 이야기를 듣기가 어렵습니다. 따순 이야기에 앞서 정보조차 거의 없습니다. 보건소나 병원에서 ‘아이를 집에서 낳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알려주거나 가르치는 일이란 없습니다. 아니, 병원에서 아이를 낳더라도 새로운 한식구가 될 오롯한 목숨하고 앞으로 지낼 나날을 찬찬히 톺아보는 일부터 없습니다. 어두운 방(어머니 몸속)에 있다가 바깥으로 나오는 아이한테 눈부신 전등불을 비출 뿐 아니라, 다 다른 어머니마다 다 다른 겨를(더 일찍 낳거나 더 더디 걸려 낳거나 하는)을 들여 아이가 새 누리로 나오는 줄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아이를 낳은 어머니 곁에서 몸풀이를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갓 태어난 아이한테 배냇저고리를 입히고 기저귀를 채우는 일뿐 아니라, 아이가 쓸 물건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낱낱이 밝히며 가르치는 일이란 몹시 드뭅니다.


.. 아빠랑 엄마는 마음먹었단다. 온 식구가 함게 아기를 맞이하기로. 우리 집에서 말이야. 준비는 다 되었고, 엄마는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어 ..  (4∼5쪽)


 아이를 낳아 아이와 어떻게 함께 살고 싶은가를 헤아리지 못할 때에는 아기를 어디에서 어떻게 낳아 누가 얼마나 몸풀이를 맡아서 하는가를 헤아릴 수 없다고 느낍니다. 아이는 어머니가 낳고, 어머니는 한 집안 살가운 사람인 줄 생각하지 못할 때에, 어머니가 아이를 낳는 흐름과 길과 삶을 옳게 바라볼 수 없구나 싶습니다.

 그렇지만,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마을에서나 가르치지 못하고 배우기 어렵습니다. 어른들부터 젊은이와 푸름이한테 아이낳기를 물려주지 못합니다. 교사라 해서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동안 나이와 마음과 몸에 걸맞게 아이를 낳아 기르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합니다. 마을에서 이웃이라 하더라도 집안 어른과 어슷비슷한 생각과 앎조각으로 아이낳기를 바라볼 뿐입니다. 왜 종이기저귀나 가루젖을 선물할까요. 종이기저귀를 쓰면 쓰레기가 얼마나 많이 나오고, 이 쓰레기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왜 생각하지 않을까요. 공장에서 만드는 가루젖은 무엇으로 어떻게 만드는가를 얼마나 생각할까요. 아이한테 맞히려는 예방주사는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졌는가를 얼마나 생각할까요. 입에 넣는 먹을거리를 비롯해서 휴지 한 장까지 어떻게 건사해야 하는가를 얼마나 생각할까요.

 생각해 보면, 학교에서는 성교육을 하지만, 사람교육과 사랑교육을 하지 않습니다. 사람배움과 사랑배움에 삶배움이 되도록 이끌지 못해요. 사람은 저마다 어떻게 목숨을 얻고, 사람은 서로서로 어떻게 사랑을 나누며, 사람은 다 함께 어떻게 삶을 일구는가를 가슴으로 깊이 느끼고 온몸으로 또렷이 아로새기도록 돕지 못합니다. 그런데, 성교육을 하면서도 막상 ‘성별에 따라 어떠한 몸이며 마음인가’를 비롯해서, 다른 성별에 따라 다른 사람이 어떻게 바라보거나 서로를 아끼면서 함께 살아야 하는가를 옳게 이야기하지도 못합니다.

 기껏 성교육이나 ‘아이낳기’ 교육을 한달지라도 여자한테만 하지, 남자한테 하는 일은 드물 뿐더러, 남자(아버지)들 스스로 아이낳기를 배우려고 나서지 않습니다.

 성별 교육이든 교과서 교육이든 지식을 이야기하는 테두리에서 그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한 사람이 사람다이 살아가면서 사랑을 나누어야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졸업장이 아닌 따사로운 손길로 살아갑니다. 누구나 통장이나 재산이나 부동산이 아니라 너그러운 마음길로 살아갑니다.


.. “엄마는 아기를 낳아서 엄마가 된 거예요?” “그럼.” “그러면 아빠는 언제 아빠가 되었어요?” ..  (7쪽)


 그림책 《아빠가 아빠가 된 날》(책읽는곰,2009)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그림결은 퍽 앙증맞다고 느낍니다. 그렇지만 집에서 아이를 낳는 어버이와 식구들 이야기치고는 좀 엉성하구나 싶습니다. 더구나, 《아빠가 아빠가 된 날》이라는 그림책에는 아이가 둘씩 있으면서 셋째가 태어나는데, 아빠나 엄마 되는 사람이 갓난쟁이를 왜 이리도 서툴게 안는가 궁금합니다. 아기 어머니가 갓난쟁이를 무릎 꿇고 앉아서 ‘아기 안은 팔이 허벅지에 닿지 않도록 떨어뜨리’면서 젖을 물릴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기는 젖을 5초나 15초 물지 않습니다. 5분도 물고 15분도 뭅니다. 갓난쟁이가 아닌 책을 들더라도 ‘책을 쥔 손을 허벅지에 안 대고 5분쯤 든 채’ 읽으면 팔이 어떠한지 생각해야지요.

 그렇지만, 그림책 《아빠가 아빠가 된 날》을 보면, 무엇보다 큰 잘못이 있습니다. “준비는 다 되었고”라 말하지만, 무슨 준비를 다 했는지 하나도 보여주지 못합니다. 글로든 그림으로든 어떤 준비를 어떻게 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말로 이렇게 “준비는 다 되었고”라 해서 끝날 아이맞이가 될 수 없어요. 그림책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배냇저고리뿐 아니라 기저귀와 손수건조차 안 보입니다. 가위와 봉투는 보이고, 아기를 씻긴다는 목욕통은 보입니다(목욕통이 하나만 있으니 냉온욕이 아닌 따뜻한 물에 태지를 벗기는 목욕만 하겠군요). 그런데, 아기를 낳은 다음 커텐을 젖혀 햇볕이 집안으로 들어오도록 합니다. 아기와 어머니가 얼마나 눈부셔 하는가를 모르기에 그렸구나 싶지만, 이렇게 할 바라면, 아기를 병원에서 낳는 일하고 다를 구석이 조금도 없습니다. 새근새근 잠든 갓난아기를 ‘아빠가 팔을 허벅지에 안 붙이고 엉거주춤하게 안은 모습(31쪽)’에서도 창문까지 열어 햇볕이 고스란히 들어오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 아름이는 말이야, 외갓집에서 태어났어. “귀여운 딸이 태어났다네.” 하는 전화를 받고, (아빠는) 좋아서 펄쩍펄쩍 뛰었지 ..  (13쪽)


 그림책을 그린 이는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 아빠도 아빠로 새롭게 태어난다고 생각하며 이 책을 쓰고 그렸(33쪽)”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아이가 태어나면 새롭게 어머니와 아버지로 살아내기 마련입니다. 아이가 태어나기 앞서부터 두 어버이는 새롭게 어머니 노릇과 아버지 노릇을 하기 마련이고, 혼인을 하기 앞서부터 두 어른은 새로운 여자 구실과 남자 구실을 하기 마련인데다가, 무럭무럭 몸이 크고 마음이 자라면서 씩씩한 한 사람이자 착하고 참다운 한 사람으로 살아내기 마련입니다.

 아기를 안고 귀엽게 바라본다든지, 자그마한 아기를 바라보며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지켜 주겠다고 다짐했어(18쪽)” 같은 말을 할 줄 알아야 ‘아빠가 아빠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오늘날 우리 누리를 돌아보면, 이만 한 다짐조차 못 하거나 안 하는 아버지가 너무 많습니다. 아이가 태어났어도 철이 안 들 뿐더러 옳게 살아내지 못하는 아버지가 참으로 많습니다.

 《아빠가 아빠가 된 날》이라는 그림책은 아이들한테 보여주는 그림책이라기보다, 바보스러운 나날을 그치지 못하는 아버지들한테 ‘아이를 낳는 일’부터 얼마나 대단한 선물이요 사랑이며 아름다움인가를 깨달아, 이제부터라도 따스하고 사랑스레 살아가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길잡이책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이들한테 읽히는 그림책이라기보다 아버지한테 읽힐 그림책이구나 싶고, 철없는 아버지들은 ‘아이 낳는 흐름’이나 ‘아이를 낳고 몸풀이를 맡거나 집일을 맡는 삶’이 어떠한지 거의 모를 테니까, 이런저런 이야기는 싹둑 자른 다음 ‘씩씩하며 튼튼히 마음을 다스리자’는 이야기만 보여주는구나 싶어요.

 아버지가 아버지가 되자면, 집 바깥보다 집 안쪽에서 더 오래 지내면서 집밖일 못지않게 집안일을 사랑스레 맞아들여 나누거나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4344.5.17.불.ㅎㄲㅅㄱ)


― 아빠가 아빠가 된 날 (나가노 히데코 글·그림,한영 옮김,책읽는곰 펴냄,2009.4.24./9500원)
 

 

(최종규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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