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글쓰기


 옆지기는 산을 볼 수 있으며 산에 깃들 수 있는 시골집을 바랐다. 나는 산도 좋고 바다도 좋으며 들도 좋았다. 따로 어떠한 시골이 좋다기보다 하늘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곳이면 좋았다. 도시인 인천에서 살던 때에도 언제나 하늘을 가장 먼저 손꼽았다. 옆지기하고 함께 살기 앞서 나 혼자 지내기에 좋을 자리로 찾은 데는 둘레에 높은 건물이 없으면서 옥탑집인 낡은 4층짜리 건물 4층 자리였다. 이곳에서 살다 보니 새벽부터 밤까지 전철 소리로 시끄러울 뿐 아니라, 춥기는 모질게 춥고 덥기도 모질게 더웠다. 어떻게 모기장을 칠 만한 곳이 못 되다 보니 모기 때문에도 무척 애먹으며 살았다. 오로지 한 가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늘바라기 빨래널이를 하거나 하늘바라기 책읽기를 할 수 있는 대목이 좋은 집이었다.

 곰곰이 돌이키면, 내가 옆지기랑 아이하고 인천에서 살던 때에 골목마실을 하면서 바라본 골목이웃 살림집이란 하나같이 하늘바라기를 하는 골목이웃 살림집이 아니었나 싶다. 하늘바라기 빨래널이를 하는 골목이웃이란, 나와 마찬가지로 언제나 하늘바라기를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하늘바라기를 하기에 텃밭을 일굴 테고, 하늘바라기를 하니까 꽃그릇마다 알뜰히 꽃이나 푸성귀를 돌보았겠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날씨를 헤아린다. 하늘을 바라보면서 내 마음이 어떠한가 돌아본다.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오늘 빨래는 얼마나 잘 마를까 헤아린다. 하늘을 바라보면서 우리 옆지기는 오늘 몸이 어떠할까 돌아본다.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구름이 흐르는 모습을 헤아린다. 하늘을 바라보면서 아이한테 낮하늘과 밤하늘이 어떻게 다른가를 이야기하자고 곰곰이 돌아본다. (4344.4.23.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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