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1.4.11.
 : 졸린 아이 데리고 나오기



- 아이 어머니가 피자를 먹고 싶다 말한다. 피자라는 먹을거리는 아이한테나 아이 어머니한테나 몸에 안 좋으니까 먹지 말자는 이야기는 못한다. ‘몸에 안 좋은 먹을거리’라는 대목에서 딱히 할 말이 없다. 아이를 함께 돌보는 아버지로서 집에서 어떠한 먹을거리를 마련해서 함께 먹는가.

- 읍내로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일찍 일어나서 낮잠이 없이 보내는 아이는 아버지하고 함께 가고 싶다며 눈물을 비친다. 저녁나절 퍽 고단할 텐데 괜찮을까 걱정스럽다. 그러나, 울먹울먹하는 아이를 놓고 갈 아버지가 어디 있겠는가. 제아무리 고단한 몸이더라도 자전거에 수레를 달고 아이하고 함께 마실을 할밖에 없다.

- “같이 갈 테니까 뚝 그쳐요. 뚝 안 그치면 같이 안 가요.” 아이는 끄윽끄윽 하면서 울음을 삼킨다. 양말을 신고 옷을 갖춰 입는다. 자전거에 수레를 달고 마당 앞으로 꺼낸다. 아이가 방글방글 웃으면서 마당에서 뛴다. 아이를 번쩍 들어 수레에 앉힌다. 졸음이 가득한 아이 얼굴이지만 웃는다. 그리도 좋니?

- 자전거도 아이 아버지 몸도 삐끄덕삐끄덕 소리를 내며 달린다. 아이는 길가에 스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 수레에 앉아 노래노래 부른다. 오르막을 오른다. 집에서 음성으로 가는 길은 오르막이고, 숯고개 언덕받이부터는 내리막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거꾸로 오르막에 내리막이다. 아이는 오르막이 거의 끝날 무렵부터 꾸벅꾸벅 존다. 오르막을 오르는 동안에는 길가에서 마주치는 사람이 이럭저럭 있느라 인사하며 말을 건다며 깨었다면, 이제는 멧자락과 논밭만 펼쳐지니 슬슬 졸음이 오는가 보다.

- 오르막을 다 오른 다음 자전거를 멈춘다. 수레 덮개를 씌운다. 아이는 한쪽으로 엎드러졌다. 자전거를 천천히 달린다. 피자집에 닿는다. 피자를 시킨다. 피자를 받아 수레 한쪽에 놓는다. 아이는 안 깬다.

-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집에서 나설 때보다 퍽 고단하다. 바람이 그닥 세게 불지 않으니 맞바람이라고 하더라도 천천히 발판을 밟는다. 아이와 함께 달리는 만큼 더 빨리 달릴 수는 없겠지. 그저 느긋하게 달리면서 집으로 가뿐하게 돌아와야지. 등판에 땀이 송글송글 돋는다고 느끼면서 오르막을 낑낑댄다. 숯고개 즈음 해서 오른쪽 비탈논을 펄쩍펄쩍 뛰며 가로지르는 고라니 두 마리를 본다. 어스름이 깔리는 때라서 고라니가 돌아다니는가 보다. 새벽과 어스름은 사람 눈에 잘 안 뜨이는 때일 테지. 수레를 돌아본다. 아이는 일어나지 않는다. 아이가 깨었다면 고라니를 함께 볼 수 있을 텐데. 아이는 아직 고라니를 보지 못했다. 아이와 함께 다니며 고라니를 더러 마주치지만 “저기 고라니 있네?” 해도 고개를 늦게 돌리느라 못 보곤 한다.

- 고갯마루를 다 오른다. 드디어 살 만하다고 생각하며 시간을 살핀다. 집에서 나올 때에는 고갯마루까지 12분 걸렸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읍내에서 고갯마루까지 19분.

- 고갯마루에서 읍내까지는 15분 걸렸다. 고갯마루에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9분 걸린다. 시간을 살피다가 오늘은 집으로 돌아올 때에 그리 오래 안 걸렸다고 느낀다. 어쩌면, 집에서 나올 때부터 좀 느긋하게 나왔기 때문일까. 하긴, 수레를 안 달고 읍내로 나갈 때에는 모두 16∼17분이 걸렸으니까, 처음 나갈 때부터 꽤나 걸린 셈이다.

- 집에 닿아 피자와 가방을 내려놓고 아이를 살짝 안는다. 아이는 얼핏 잠에서 깨는데, 더 잘 듯 더 안 잘 듯 망설이다가 일어난다. 피자를 먹을 때 옆지기가 말한다. ‘자전거만 타고 나갈 때에는 걱정스러운데, 자전거에 수레를 달고 나가면 걱정스럽지 않다’고 한다. 수레를 달고 달리면 덩치 큰 녀석이 잘 보이니까 자동차가 한결 잘 비켜 줄 테니 차에 치일 걱정이 덜하다고 한다. 그러나 수레를 달면 수레 무게이며 아이 무게이며 아버지 몸이 훨씬 고단하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