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뜯이


 하루에 두 차례 쑥뜯이를 합니다. 여러 날 아침과 낮을 삼십 분 즈음 쑥뜯이로 보냅니다. 봄이 지나면 더는 쑥을 구경할 수 없으리라 생각하며 쑥뜯이를 합니다. 아직 다른 풀을 잘 모르니 쑥뜯이를 더 바지런히 한다 여길 수 있고, 뜯은 쑥으로 쑥버무리를 마련하는 솜씨를 익히려고 날마다 바지런을 떤다 여길 수 있습니다. 네 식구 시골살이를 하는 둘째 해에 더 많이 알거나 훨씬 잘 알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올해에는 쑥뜯이 하나를 제대로 할 수 있어도 기쁘리라 생각합니다.

 음성 장마당에서 홑잎나물 삶은 뭉치를 둘 장만해서 닷새째 넉넉히 먹습니다. 그제, 홑잎나물을 훑는 나뭇잎이 어떠한 모양인가를 비로소 깨닫습니다. 예전에도 숱하게 보기는 했지만 제대로 들여다보거나 알아채지 않았습니다. 우리 집 바깥뒷간 옆에서 자라는 나무에 홑잎나물로 삼는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그저께 비로소 알았습니다.

 풀뜯이를 하자면 사슴이나 토끼처럼 풀을 뜯어서 먹어야 하겠지요. 낯익어 보이는 풀이든 낯설어 보이는 풀이든 한두 닢을 살짝 뜯어서 혀에 올립니다. 살살 씹으며 어떤 물이 나와 어떤 맛이 나는가를 헤아립니다.

 책 하나를 찾거나 살필 때에 ‘처음부터 다 아는 책’을 장만하는 때도 있으나, ‘처음부터 까맣게 모르는 책’을 장만하는 때가 훨씬 잦습니다. 책 하나 가만히 손에 쥐어 넘기면서 비로소 이 책이 내가 읽을 만한가를 깨닫습니다. 누가 이 책을 좋다고 이야기하거나 말거나 나 스스로 이 책을 넘기면서 좋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나한테는 좋다 할 만한 책이 될 수 없습니다.

 내가 좋아할 삶은 나 스스로 일굽니다. 내가 걷는 길이 내가 좋아하는 길입니다. 어설프거나 어줍잖은 모습이라면 어설프거나 어줍잖은 모습 그대로를 내가 좋아한다 할 수 있겠지요.

 쑥뜯이를 할 때에는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섭니다. 쑥을 뜯는 논 둘레에서 아이는 노래를 부르거나 뜀박질을 하거나 아버지와 함께 쑥을 뜯습니다. 쑥을 뜯다 보면 쑥내가 물씬 오르는 쑥이 있습니다. 이때에 아이는 쑥잎을 들어 아버지보고 냄새를 맡아 보라며 들이밉니다. 아이 손톱보다 작은 쑥잎 하나에서도 곱다 싶은 쑥내가 짙게 납니다.

 아마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방사능’이 빗물에 섞여 내렸다지요. 시골마을이요 멧골자락이라지만, 이곳에서 쑥뜯이를 하면 방사능 머금은 빗물을 받은 풀일 테니까, 내 몸에 나쁠 수 있겠지요. 그러면 공장 가공식품은 얼마나 안 나쁠 만할까요. 공장 가공식품은 어떤 푸성귀나 열매를 그러모아서 만들까요.

 쑥을 뜯고 곰취를 뜯습니다. 아이 어머니가 조금 걸을 만하면 아이하고 손을 맞잡으며 달래 캐러 숲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봄날입니다. (4344.4.16.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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