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48] 쌀나무

 ‘쌀나무’란 참 어처구니없는 말입니다. ‘고추나무’ 또한 몹시 어이없는 말입니다. 도시내기란 이런 엉터리 말을 하는구나 하고 여길 만합니다. 쌀나무 아닌 ‘벼포기’입니다. 고추나무 아닌 ‘고추포기’입니다. 마땅한 삶을 마땅히 들여다보지 못하고, 마땅한 자연을 마땅히 받아들이지 못할 때에는, 삶이며 넋이며 말이며 뒤죽박죽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아이들로서는, 아주 시골 아이가 아닌 여느 아이로서는, 때로는 시골 아이로서도, 벼포기 아닌 쌀나무를 생각하거나 느낄 수 있으리라 하고 깨닫습니다. 왜냐하면 벼가 무럭무럭 자라 우리가 먹을 쌀을 이루는 포기포기란, 나무가 사람한테 소담스런 열매를 맺어 나누어 주듯 고마운 나눔을 베풀기 때문입니다. 고추를 좋아하건 안 좋아하건, 조그마한 고추포기에 주렁주렁 달린 붉거나 빨간 고추알이란 참말 고추열매라 해도 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쌀나무 아닌 벼포기요, 고추나무 아닌 고추포기입니다. 어른으로서 옳지 않은 말을 자꾸 되풀이하면서 아이들마저 엉터리 말에 길들도록 하는 일이란 딱하며 슬픕니다. 다만, 올바로 말하든 아직 올바른 말매무새를 깨닫지 못했든, 내 마음밭에 착하며 너른 생각나무를 한 그루 심어 보살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4344.4.2.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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