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 나의 한살매
백기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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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 석 장 느낌글 003]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라는 책이 나올 수 있으니 아직 우리 나라에 이야기씨가 마르지는 않았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책을 읽는 사람들은 이 이야기책에서 무엇을 길어올릴까요. “그래서 이 늙은 나이에도 주먹을 쥐어 보지만 아, 나에게 서울이라는 데는 주먹으로도 안 되고, 참어도 안 되고, 울어도 안 되고, 닥치는 대로 들이 붙어도 안 되는 곳이었다(50쪽).” 같은 글월을 곰곰이 되씹으면서 우리 터전이 얼마나 서울바라기요 권력바라기이며 돈바라기인가를 깨닫는 길잡이책이라 느낄 수 있으려나요. 백기완 님 글은 당신 고향땅인 황해도 말마디로 이룬 책일 뿐, 더 깨끗하거나 덜 깨끗한 토박이말로 이루어진 책이 아닌데, 이러한 대목을 고이 짚는 살가운 가슴이나 손길은 서울땅에 몇이나 있으려나요. 책겉부터 “내 한살매”가 아닌 “나의 한살매”로 적바림하는데, 이런 말마디를 알아채는 사람은 있기나 할까요. 백기완 님은 당신 걸음을 씩씩하면서 곱게 내디디려고 애씁니다. 이렇게 애쓰며 당신 삶을 글로 투박하게 담습니다. 애써 꾸미지 않고, 굳이 꾸밀 까닭이 없습니다. 그저 온몸으로 부딪히며 착하고 신나게 놀듯 살아갈 뿐입니다. 책읽기도 삶읽기도 살림살이도 어깨동무도 한길입니다. (4344.3.20.해.ㅎㄲㅅㄱ)

― 백기완 씀, 한겨레출판 펴냄, 2009.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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