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우리가 외국말을 배우는 까닭이 있나요
 : 외국사람하고 사귀려고 외국말을 배웁니다. 외국사람을 사귈 마음이 없으면 애써 외국말을 배우지 않아도 됩니다. 외국책을 읽거나 나라밖 문화를 살피려고 외국말을 배웁니다. 외국책을 읽거나 나라밖 문화를 살피며 무언가 나한테 도움되는 대목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외국말을 배웁니다. 외국책을 읽을 생각이 없거나 나라밖 문화를 살필 생각이 없으면 굳이 외국말을 배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19. 사투리는 왜 생겨났을까요
 : 사람들마다 살아가는 터전이 다르기 때문에, 저마다 살아가는 고장에서 쓰는 말이 다릅니다. 사투리가 생겨났다기보다, 고장마다 고장말을 썼다고 해야 올바릅니다. 지난날에는 작은 고장이 한 나라였고 온누리였습니다. 제주섬은 제주섬대로 작은 고장이면서 한 나라이고, 강원도는 강원도대로 작은 고장이면서 한 나라예요. 그리고 제주섬에서도 제주시나 조천읍이 다른 고장이면서 한 나라이고, 강원도에서도 횡성이나 원주는 횡성이나 원주대로 작은 고장이면서 한 나라입니다. 충청북도 음성군과 괴산군은 서로 다른 작은 고장이면서 한 나라였고, 음성군에서는 음성과 금왕과 대소와 감곡이 또 서로 다른 작은 고장이면서 한 나라입니다. 저마다 지내는 고장에 따라 쓰는 말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요즈음 사람들은 제 고향이 있어도 한 나라를 통틀어 움직이거나 사귀거나 만나기 때문에 고장에 따라 다 다르던 고장말이 옅어집니다. 지난날에는 내 고장에서 이웃 고장으로 걸어서 오가는 데에도 한나절이 꼬박 들었으나 이제는 서울부터 부산까지도 두어 시간이면 넉넉하니까, 앞으로는 고장말이 거의 사라지지 않으랴 싶습니다.

 20. 중국에서 한자가 들어오기 전에 우리 민족은 무슨 글을 썼나요
 : 한국에서 나라를 다스리던 이들이 중국에서 한자를 받아들이기 앞서에는 글을 쓰던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나, 글이 없대서 사람이 살아갈 수 없지 않습니다. 따로 글을 쓰지 않아도 누구나 말을 하면서 살아가니까요. 글이 없으니 책이 없습니다. 글과 책이 없으나 머리와 마음과 몸으로 서로 어우러지면서 아름답고 즐겁게 잘 살았습니다.

 21. 한글이나 한자가 없을 때에는 어떤 글을 썼나요
 : 한글이나 한자가 없을 때에는 글을 쓰지 않았어요. 굳이 글을 써야 한다고 느끼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아니, 애써 글을 쓸 까닭이 없었어요. 글을 쓰는 까닭은 내 머리나 마음으로 담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인데, 지난날 사람들 삶으로는 이야기를 더 많이 글로 남겨 책으로 물려주기보다, 머리와 마음으로 새겨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를 물려주었습니다. 흙을 일구든 살림을 하든 아이를 낳아 키우든, 책이나 글이 아닌 몸뚱이를 움직이는 삶으로 가르치고 배웠습니다.

 22. 어떤 특징 때문에 한글을 세계적인 언어라고 하나요
 : 한글 닿소리와 홀소리를 만든 틀이 하나하나 짜임새가 있다고 합니다. 한글 닿소리와 홀소리는 어떠한 틀에 따라 만들었는지 똑똑히 밝혀졌습니다. 한글 닿소리와 홀소리를 엮으면 온누리 거의 모든 소리값을 훌륭히 담아서 나타낼 수 있다고 합니다.

 23. 비속어를 알맞게 쓰면 우리나라 말을 ‘표현하는 영역’을 넓힌다고 볼 수 없나요
 : ‘알맞게’가 어느 만큼이어야 알맞게인지를 아무도 재거나 따지지 못합니다. ‘비속어’란 “내 이웃이나 동무를 깎아내리는 얄궂은 말”입니다. 이러한 말을 알맞게 쓴대서 우리말 쓰임새를 더 넓힐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말 쓰임새를 더 넓히려고 “내 이웃이나 동무를 깎아내리는 얄궂은 말”을 두루 써야 한다면 우리 삶이 얼마나 슬프거나 안타까울까 싶어 걱정스럽습니다. 착하면서 어여쁜 말을 한껏 북돋우면서 우리말 쓰임새를 차근차근 넓히거나 깊이 다스리면 한결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24. 어른들한테 반말을 쓰면 안 되나요
 : 반말이란 낮추는 말입니다. 어른한테든 동무한테든 반말이란 썩 좋지 못한 말입니다. 어른부터 어린이한테 반말을 쓰는 일은 옳지 않습니다. 반말 아닌 ‘여느 말’을 써야 올바릅니다. 나보다 낮은 자리에 있다고 여기며 쓰는 말이 아니라, 나와 같은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며 쓰는 말을 잘 살펴야 아름답습니다.

(최종규 . 2011 -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