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한글을 왜 어렵게 만들었나요
 : 한글은 어렵게 만든 글이 아닙니다. 한글은 아주 쉽게 만든 글입니다. 한글은 ‘중국말을 우리 겨레가 글로 쉽게 담으려’는 마음으로 만들었는데, 옛 임금이나 관료나 지식인이 애써 한글을 만든 까닭은 ‘어차피 임금이나 관료나 지식인은 한문으로 말하고 한문으로 생각하면 그만’이었으나, 임금이나 관료나 지식인이 펼치던 정책을 이 나라 95%가 넘는 여느 사람들한테 알려주자면 ‘여느 사람이 쓰는 쉬운 말’로 풀어서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쉽게 배워서 아주 쉽게 쓸 수 있는 글’로 한글을 만들었습니다. 한글이 어렵다고 느낀다면, 맨 처음 한글을 만든 뜻은 쉽게 배워 쉽게 쓰도록 하는 데에 두었으나, 오늘날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나 말법이 너무 딱딱하거나 어렵게 틀에 박히는 바람에, 말사랑벗이 쉽고 즐겁게 배우기 힘든 탓입니다.

 13. 한글이 과학이라 말하는 까닭은 무엇인가요
 : 한글은 ‘중국사람이 중국말로 읊는 소리’를 빈틈없고 빠짐없이 담아낼 수 있게끔 만들었습니다. 말사랑벗이 중국말을 배워 보았는지 궁금한데, 중국말 소리는 아주 많습니다. 중국사람은 영어를 꽤 잘합니다. 중국사람 말소리는 그야말로 온갖 소리가 다 있다 하도록 넓습니다. 이와 같은 중국말을 아주 꼼꼼하면서 대단히 쉽게 담아내어 누구나 수월하게 배울 수 있도록 만든 글이 한글입니다. 그 어느 글도 한글처럼 온갖 소리를 쉽게 알뜰히 담을 수 있게끔 만들지 않았고 만들지 못했어요. 이러하기 때문에 우리 한글은 아주 과학이요 잘 짜였고 훌륭하다 이야기할 만합니다. 처음 만든 뜻은 ‘그리 과학답지 못한 뜻’이었다 할 수 있습니다만,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겨레는 ‘우리 겨레 삶을 북돋우는 글’로 한글을 알뜰히 살리거나 살찌운다면, 우리 스스로와 다른 겨레한테도 좋은 글 선물을 베풀 수 있습니다.

 14. 무엇 때문에 한글이 생겨났나요
 : 한글은 한겨레가 쓰려고 만든 글입니다. 다만, 맨 처음 이 한글을 만든 까닭은 ‘여느 사람’이 아닌 ‘양반 계급 지식인’하고 ‘궁궐사람과 권력자’가 쓰도록 만든 글이었습니다. 한겨레 누구나 기쁘게 쓰려고 만든 글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누구나 쓰도록 만든 글이 아니었대서 한글을 만든 뜻이 바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지난날 1400년대나 1500년대 같은 조선 때에는 권력과 계급과 신분이 또렷하게 갈렸어요. 이무렵에는 양반 아니고서는 글(한문)을 배울 수 없었습니다. 여느 사람인 평민은 흙을 일구기만 해야 했습니다. 흙을 일구는 여느 사람은 논밭일이 많으니 따로 글을 배울 겨를이 없어요. 곧, ‘평화와 평등과 통일을 꿈꾸는 글’인 한글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조선 때를 지나 일제강점기를 맞이하고 나서 비로소 우리 스스로 우리 한글이 얼마나 아름다우며 고마운가를 처음으로 깨닫습니다. 일제강점기에도 한글을 배울 수 있던 사람은 돈과 계급과 신분이 있던 사람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겨레가 독립을 하자면 지식인만 한글을 알아서는 안 되었어요. 이 나라 모든 사람이 한글을 깨우치며 슬기롭게 살아야 비로소 독립을 이룰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리하여 일제강점기에 처음으로 ‘온 나라 모든 사람이 한글을 배우도록 하는 운동’이 들불처럼 번졌고, 우리 나라는 온누리에 드문 ‘글장님 없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15. 한글에서만 찾아보는 모습은 무엇인가요
 : 한글은 거의 모든 소리값을 담을 수 있습니다. 다른 어느 글도 한글처럼 거의 모든 소리값을 담지는 못합니다. 한글은 소리값뿐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빛깔과 무늬와 냄새와 모습까지 거의 그대로 담을 수 있습니다. 이런 데에서 한글은 참으로 돋보이는 글입니다.

 16. 속담이 있어 무엇이 좋은가요
 : ‘속담’이란, 여느 사람들이 살아오며 몸으로 깨달아 이룬 말입니다. 예전 지식인은 여느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을 깎아내리며 ‘속담’이라는 한자말을 지었는데, 여느 말로 하자면 ‘옛이야기’이거나 ‘삶이야기’라 할 만한 ‘속담’이란 오랜 나날에 걸쳐 온몸과 온마음으로 부대끼며 배우거나 일깨운 슬기를 갈무리합니다. 중국사람은 고사성어라는 말을 지어서 중국사람 슬기를 아이들한테 물려줍니다. 우리는 우리 옛이야기나 삶이야기인 속담을 아이들한테 물려주면서 우리 겨레 슬기가 오래오래 빛나도록 이끕니다.

 17. 준말을 쓰면 안 되나요
 : 엉뚱하게 줄이거나 억지로 줄이는 말은 사람들이 널리 알아듣기 힘듭니다. 엉뚱하게 줄이거나 억지로 줄이는 말은 안 쓸 때가 한결 나아요. 그러나 사람들이 한결 알뜰히 알아듣도록 줄인 말이라든지, 조금 더 수월하게 쓰기 좋게끔 줄인 말이라면 얼마든지 쓸 만하며, 퍽 괜찮은 낱말입니다.

(최종규 . 2011 -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