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인터넷에서 ‘뭥미’처럼 쓰는 말도 나중에 표준말이 되나요
: ‘뭥미’이기 때문에 표준말이 되지 말란 법이 없어요. 어떠한 말이든 우리가 두루 쓸 만하거나 우리가 알뜰히 쓸 만하다면 언제라도 표준말이 됩니다. 다만, 인터넷에서 장난스레 쓰는 낱말이 표준말이 되는 일은 아주 드물어요. 딱 하나, ‘꿀꿀하다’는 표준말이 되었습니다. ‘꿀꿀하다’는 인터넷에 앞서 컴퓨터통신이라는 매체가 쓰이던 무렵에 태어난 낱말이에요. 1990년대 첫무렵부터 젊은이와 푸름이 사이에서 널리 쓰인 ‘꿀꿀하다’를 놓고 수많은 어른들은 몹시 못마땅해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낱말은 이제 표준말이 되었습니다. 억지스레 새로 만들어 본다 해서 널리 쓰이는 말이 될 수는 없고, 사람들 마음을 살며시 건드리면서 예쁘게 움직일 수 있으면 얼마든지 새말이 태어납니다.
5. 한자말은 쓰면 안 되나요
: 밑생각을 말씀드린다면, 한자말은 쓰면 안 됩니다. 한자말은 한자말을 써야 하는 자리에만 써야 합니다. 이는, 영어도 마찬가지예요. 영어는 영어를 해야 하는 자리에만 써야지, 아무 데에서나 영어를 해서는 안 됩니다. 일본말을 아무 데에서나 써도 되겠습니까. 네덜란드말이나 핀란드말을 아무 곳에서나 써도 될까요. 한자말은 우리말이 아니라 중국사람이 중국사람끼리 생각을 주고받으려고 쓰는 중국말이에요. 우리는 중국사람이 쓰는 중국말 가운데 우리도 쓰기에 괜찮다 싶은 낱말을 받아들이곤 합니다. 영어에서도 매한가지예요. 영어 가운데에서도 우리가 쓰기에 알맞다 싶은 낱말을 받아들입니다. 한자말이든 영어이든 일본말이든 러시아말이든 필리핀말이든, 우리 삶과 넋을 북돋우는 말이라면 곰곰이 살피며 알맞게 가다듬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내 지식이나 정보를 자랑하려고 함부로 쓰는 한자말이나 영어가 될 때에는 올바르지 않아요. 하나도 아름답지 않습니다. 우리가 써도 될 한자말이란 ‘한자로 지은 중국사람 낱말’이라고 느끼지 않을 뿐 아니라, ‘따로 한자를 밝힐 까닭 없이 한글로만 써도 누구나 알아듣는 낱말’입니다. 이를테면 ‘학교’나 ‘학생’이나 ‘칠판’이나 ‘교과서’나 ‘시험’ 같은 낱말이 우리말로 녹아든 한자말입니다.
6. 똥오줌은 지저분한 말인가요
: 똥과 오줌을 지저분하다고 여긴다면 ‘똥오줌’이라는 낱말을 지저분하다고 여길 테지요. 아마, 요즈음은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사람이 몹시 적은데다가, 어린이나 푸름이 가운데 어버이를 도와 농사를 짓는 동무는 아주 적을 테니까, 똥오줌을 지저분하다고 여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농사를 지으며 똥과 오줌을 거름으로 삼지 않으면 농약과 화학비료를 써야 합니다. 요사이는 ‘유기농’이라는 말을 제법 쓰지요? ‘유기농(有機農)’이 무엇일까요? 한자로 지어서 쓰니까 알기 참 어려운 낱말이 되고 마는데, 유기농이란 “똥과 오줌을 거름으로 삼아 짓는 농사”입니다. 한 마디로 ‘똥오줌농사’예요. 그런데 유기농이라는 낱말을 쓰는 분들은 여느 사람들이 ‘똥오줌’이라는 낱말을 안 좋게 받아들이니까, 이렇듯이 한자로 뒤집어씌워서 이야기합니다. 정작 똥오줌을 거름으로 농사를 지어야 ‘깨끗한’ 농사이고 ‘깨끗한’ 먹을거리를 얻는다고 하지만, 이러한 농사이름을 ‘똥오줌농사’라 가리키지 못하는 우리나라예요. ‘똥오줌농사’라 말하면 지저분한 듯 여기는 한국사람이에요. 그러면서 ‘유기농’ 먹을거리를 맛있다며 즐기는 한국사람입니다. 저도 텃밭농사를 지으면서 똥오줌을 거름으로 쓰는데, 내 몸으로 들어온 밥이 똥과 오줌이 되어 나와서, 이를 잘 갈무리하여 거름으로 쓰면 흙이 한결 살아나며 제 마음과 몸도 한결 튼튼해집니다. 도시에서는 똥오줌을 거름으로 삼지 않으니까, 도시에서는 똥오줌은 모두 수세식변기로 흘려보내며 쓰레기처럼 버리니까, 도시사람한테는 똥오줌이 참 지저분하다고 느끼는 낱말이 되고 맙니다.
(난 유기농이라는 말이 참 싫다. 왜 똥오줌을 이런 한자말로 뒤집어씌워서 말해야 하나.)
(최종규 . 2011 -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