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사고 : “생각하고 궁리(窮理)함”을 뜻한다는 ‘思考’입니다. ‘궁리’란 “마음속으로 이리저리 따져 깊이 생각함”을 가리키는 한자말입니다. 그러니까, 한자말 ‘사고’란 “생각하고 깊이 생각함”을 뜻한다 하겠습니다. 차분히 살피면서 생각한다면, ‘사고’이든 ‘궁리’이든 우리가 쓸 만한 낱말인가 아닌가를 쉽게 헤아릴 만하다고 느낍니다. 차분히 살피지 않을 뿐더러 제대로 생각하지 않으니까 ‘사고’나 ‘궁리’ 같은 한자말이 자꾸 생겨나거나 불거집니다.

[사고(思考) : 생각하고 궁리함]
※ 사고 능력
→ 생각하는 힘
→ 생각힘
※ 논리적으로 사고하다
→ 논리 있게 생각하다
→ 논리에 맞게 살피다
→ 짜임새 있게 헤아리다
→ 곰곰이 곱씹다
→ 빈틈없이 돌아보다
→ 옳고 바르게 톺아보다


32. 양보 : 어릴 적부터 버스를 탈 때에는 어른한테 자리를 ‘양보’하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버스에서 하는 ‘양보’란, “내가 앉은 자리를 내주는” 일이었습니다. ‘양보’라는 한자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지는 못했으나, 왜 이리 어려운 말을 쓰나 하고 고개를 갸웃갸웃했습니다. 손쉽게 “어른한테 자리를 내줍시다”라 말하면 넉넉할 텐데요.

[양보(讓步) : 길이나 자리, 물건 따위를 사양하여 남에게 미루어 줌. 자기의 주장을 굽혀 남의 의견을 좇음. 남을 위하여 자신의 이익을 희생함]
※ 양보의 미덕
→ 양보하는 아름다움
→ 베푸는 아름다움
※ 한 치의 양보가 없다
→ 조금도 물러서지 않다
→ 흔들리지 않고 맞서다
※ 양보하는 삶
→ 몸바치는 삶
→ 나를 바치는 삶


33. 고민 : 애를 태우는 일이란 속을 태우는 일입니다. 속을 태우는 일이란 ‘걱정’입니다. 우리말은 ‘걱정’이고, 한자말은 ‘苦悶’이에요. 걱정하기 때문에 마음이나 몸이나 괴롭습니다. 마음도 몸도 고단합니다. 고달프거나 고되어요. 힘들거나 힘차거나 벅찹니다. 힘겹거나 버거워요. 걱정하기에 근심스럽고, 근심스러우니까 마음이 아픕니다. 마음앓이까지 합니다.

[고민(苦悶) : 마음속으로 괴로워하고 애를 태움]
※ 생활비 때문에 고민이다
→ 살림돈 때문에 괴롭다
→ 먹고살 돈 때문에 걱정스럽다


34. 대화 : 요즈음도 학교에 ‘상담실(相談室)’이 있나 모르겠습니다. ‘상담실’이란 상담을 하는 방이고, 상담이란 “문제를 풀려고 의논(議論)을 하는” 일입니다. ‘의논’이란 “의견(意見)을 주고받는” 일이며, ‘의견’이란 “생각”을 뜻해요. 그러니까, ‘상담실’은 “생각을 나누는 방”이에요. 생각을 나누는 일이란 바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 곧 ‘이야기 나눔’입니다.

[대화(對話) :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
※ 대통령과의 대화
→ 대통령과 이야기하기
→ 대통령하고 얘기하기
→ 대통령과 얘기 나누기
→ 대통령하고 이야기꽃
→ 대통령과 도란도란 얘기꽃


35. 질문 : 예부터 궁금하거나 모르는 이야기를 ‘물’었습니다. 또래나 동생이나 손아래인 사람한테는 ‘물’었고, 손위인 사람이나 어른한테는 ‘여쭈’었어요. 학교에서 학생이 교사한테 무엇이 궁금하다고 말할 때에는 ‘여쭌다’고 해야 올바릅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묻’는 사람도 ‘여쭈’는 사람도 없습니다. ‘質問’을 하거나 ‘質疑’를 합니다. 말하거나 이야기해 주는 사람 또한 없이 ‘對答’과 ‘應答’만 합니다.

[질문(質問) : 모르거나 의심나는 점을 물음]
※ 질문을 던지다
→ 묻다
→ 여쭈다


37. 부유 : 돈이 많다고 해서 꼭 잘사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돈이 많아야 잘사는 사람으로 여겨요. 더욱이, 돈이 없으면 하나도 넉넉하지 않은 살림으로 여기고요. 그렇지만, 돈이 있을 때에는 말 그대로 ‘돈있는’ 삶입니다. 돈이 없으면 ‘돈없는’ 삶이에요. 그리고, 돈이 퍽 많을 때에는 ‘가멸다’라 가리키고, 돈이 무척 많을 때에는 ‘가멸차다’라 가리킵니다. 돈이 없을 때에는 ‘가난하다’고 합니다.

[부유(富裕) : 재물이 넉넉함]
※ 부유한 가정
→ 넉넉한 집안
→ 가멸찬 집
→ 잘사는 집


38. 항상 : 누구나 ‘항상’과 같은 한자말을 얼마든지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한자말을 쓸 때에는 “내가 한자말을 쓴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영어를 쓰고 싶다면, 쓰고픈 사람 마음대로 쓰되, “난 영어를 쓴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어떠한 말을 쓰는가 살피지 않고 이 말 저 말 섞을 때에는 나 스스로 내 넋을 옳게 다스리지 못하기도 하고, 내 둘레에서 내 말을 듣는 사람 넋을 어지럽히는 일이 됩니다. “언제나 변함없이”를 뜻한다는 ‘항상’인데, ‘변(變)함없다’는 “달라지지 않고 항상 같다”를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그러니까 ‘항상’ 말풀이는 “언제나 항상 같다” 꼴이 되어요. 얄궂게 겹말이 된 말풀이입니다.

[항상(恒常) : 언제나 변함없이]
※ 항상 독서를 한다
→ 늘 책을 읽는다
→ 언제나 책을 읽는다
→ 노상 책을 읽는다


39. 미소 : ‘미소’는 그냥 한자말이 아닌 ‘일본 한자말’인 줄 아는 사람이 많고, 우리가 안 써야 좋은 낱말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낱말 쓰임새는 수그러들지 않아요. 우리는 왜 알맞고 살가우며 곱게 말을 하거나 글을 쓰지 못할까요. 말사랑벗은 어떠한 낱말로 웃음과 기쁨과 아름다움을 나타내야 좋을까요.

[미소(微笑) : 소리 없이 빙긋이 웃음]
※ 미소를 짓다
→ 웃음을 짓다
→ 웃음짓다
→ 빙긋 웃다


40. 간단 : 저도 말사랑벗 나이일 때에는 ‘간단’ 같은 한자말은 한자말로 여기지 않고 손쉽게 썼습니다. 나중에 국어사전을 뒤적이고서야 이런 낱말을 굳이 쓸 까닭이 없다고 깨달았어요. ‘간단’을 “단순하고 간략함”으로 풀이하는데, ‘단순(單純)’은 “복잡하지 않고 간단함”이라 합니다. ‘간략(簡略)’은 “간단하고 짤막함”이라 해요. 그러니까, “간단 = 간단하고 간단함”이란 셈이에요. 우리나라 국어사전이 참 엉망진창이지요? ‘간단’이라는 한자말을 넣은 글월을 손보기란 어려울 수 있으나, 가만히 생각하면 퍽 수월합니다. “간단한 문제”란 “쉬운 문제”입니다. “간단한 옷차림”이란 “가벼운 옷차림”이에요. “간단한 구조”는 “수수한 얼개”나 “성긴 짜임새”예요.

[간단(簡單) : 단순하고 간략함
※ 간단한 조사를 하다
→ 가볍게 살피다
→ 몇 가지를 살펴보다
→ 얼추 알아보다
→ 조금 헤아리다
 

(최종규 . 2011 -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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