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헌책방
설을 맞이해 옆지기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댁을 찾아왔고, 이튿날 헌책방거리 안쪽 골목집에서 잠을 얻어 잔 뒤 헌책방을 찾아가며 설 인사를 한다. 헌책방에는 책손이 가득하고, 새로 들어오는 책손도 많아 발을 디딜 틈이 없다. 아이는 사람이 많다며 좋아한다. 아이 손을 닦이던 손수건을 아이가 뺏어 들고는 낯선 사람이나 낯선 아이를 붙잡고는 손을 닦아 주겠다며 애쓴다.
설날이 끝나고 토요일과 일요일이 잇달아 이어진 나날, 인천 배다리 헌책방거리는 책을 찾아 읽으려는 사람들 발길로 꽤나 북적거린다. 그런데 지난날 발길하고는 좀 다르다. 지난날에는 이곳 헌책방거리로 대중교통을 타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았으나, 이제는 으레 자가용을 타고 찾아온다. 두 다리로 복닥복닥 오가는 사람들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고, 길가에 죽 대 놓은 자가용이며, 차를 댈 곳을 찾는 사람들을 이곳저곳에서 마주한다.
자가용을 타고 왔으니 사들인 책을 싣고 돌아가기 수월하겠지. 자가용을 타고 왔으니 책을 장만한 다음 골목을 거닐며 동네를 둘러본다든지 동네 밥집에 찾아가기는 어렵겠지.
그래도 퍽 긴 설 쉬는날에 헌책방마실을 하는 사람들이 놀라우며 반갑다. 인천 배다리에는 이렇게 헌책방거리가 있으며, 설 쉬는날에도 씩씩하게 문을 열어 놓으며 책손을 기다리니 참으로 고마우며 즐겁다. 헌책방 일꾼은 헌책방을 지키며 책이랑 쉬고, 헌책방 책손은 책시렁 책들을 가만히 둘러보며 책이랑 논다. 부산 보수동이랑 청주 중앙동이랑 전주 홍지서림 골목은 어떠할까. 서울 시내 곳곳에 깃든 헌책방은 또 얼마나 많은 책손이 드나들까. (4344.2.6.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