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35] 이름없음
요사이는 손전화 쪽지가 올 때에 ‘이름없음’이 뜰 때가 꽤 있습니다. 뭔가 하고 들여다보면 으레 광고 쪽지인데, 광고를 낸 쪽은 저희 전화번호를 알리고 싶지 않아 이렇게 하겠지요. 문득 생각해 보니 얼마 앞서까지만 해도 이런 광고 쪽지는 ‘발신번호제한’이라는 이름이 붙어 왔구나 싶은데, 왜 이렇게 ‘이름없음’으로 바뀌었는지 모를 노릇입니다. 내가 내 손전화에 적히는 말을 내 나름대로 예쁘거나 살갑거나 쉽거나 알맞거나 좋다 싶은 말마디로 고칠 수 없으니, 틀림없이 전화회사에서 이렇게 한꺼번에 바꾸었는지 모르고, 나라법이라든지 무엇으로 이와 같이 바뀌었을는지 모르지요. 새로 나오는 손전화 기계는 영어인지 무슨 나라 말인지 알 수 없는 말이지만, 모조리 알파벳으로 이름이 붙는데, 뜻밖에도 ‘발신번호제한’ 같은 말마디는, 뭐랄까, 손전화 만드는 사람들이 보기에 ‘멋스럽다’ 할 만한 영어로 바꾸지 않으니, 고개를 갸우뚱갸우뚱하면서, 그래도 이런 낱말 하나 쉬운 말로 고쳐 준 대목을 반가워 해야 할는지 고마워 해야 할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따지고 보면 쉽게 쓰려 애쓴 말인데, 왜 이제서야 이렇게 쓰는지요. 이 대목 하나만 잘 다듬는다고 손전화 말삶이 한껏 나아지지는 않습니다. (4344.1.28.쇠.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