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해문


 해마다 12월이 다가오면 새해에 쓸 책상달력을 사려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합니다. 해마다 쓰는 책상달력은 해마다 바뀝니다. 열사 달력이라는 녀석도 써 보았고, 전교조 달력도 써 보았으며, 이철수 판화달력이라든지, 우체국에서 거저로 주는 달력이라든가, 눈빛출판사에서 내놓는 사진 달력도 써 보았습니다. 올해에는 알라딘 책방에서 선물로 보낸 달력 하나하고 편해문 님이 사진을 담은 ‘아이들 달력’을 씁니다. 편해문 님이 만든 ‘아이들 달력’은 “북녘 수해 지역 어린이 긴급 지원 기금 마련”을 할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나라밖 어린이들 맑고 밝게 노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열두 장짜리로 만든 ‘아이들 달력’은 하나 값이 만 원. 지난해에도 만 원에 책상달력 하나 샀고, 지지난해에도, 지지지난해에도 어김없이 만 원을 치르며 책상달력을 샀습니다. 해마다 버스값이며 찻삯이며 책값이며 물건값이며 과자값이며 술값이며 …… 오르지 않는 값이란 없습니다. 그런데 책상달력 값은 좀처럼 안 오르는군요. 그러나 이듬해나 이 다음해에는 만이천 원이나 만오천 원이 될는지 모르지요.

 어린이 놀이노래를 살피고 어린이 놀이삶을 헤아리면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책을 묶는 편해문 님입니다. 지난해 우리 집 첫째 아이 사름벼리가 두 돌을 맞이했을 때, 나무로 깎고 빚은 ‘고래 수레’를 하나 선물로 보내 주었습니다. 편해문 님 딸아이도 이런 나무 놀잇감을 갖고 놀겠거니 헤아리면서 몹시 고마웠습니다. 우리 식구가 아직 인천에 있을 때 인천으로 마실을 하셨기에 함께 만나서 아이도 끼어 이야기꽃을 피웠는데, 편해문 님 딸아이를 떠올리듯 우리 아이를 헤아려 주었어요. 편해문 님도 아이가 참 말을 안 들으며 말썽을 부릴 때에 아이 볼기짝을 때리기도 했다는데, 이제는 아이를 때리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아이가 어느새 ‘아빠가 때리는 볼기질’쯤에는 익숙해져서 하나도 안 아픈 듯 예전과 똑같다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면, 아이가 말썽을 부린다고 회초리질이든 매질이든 한다 해서 나아지거나 달라질 일이란 없습니다. 아이가 어른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기도 한다지만, 아이로서는 까닭이 있어 말썽을 부립니다. 이를테면 졸린데 잠들지 못하니까 말썽을 부립니다. 엄마나 아빠가 저랑 안 놀고 다른 일만 하니까 저 좀 보아 달라면서 말썽을 부립니다. 배가 고파서 말썽을 부립니다. 심심하니까 말썽을 부립니다. 아이가 몰라서 잘못을 저지르든 알아서 잘못을 저지르든 어느 말썽이든, 밑뿌리를 캐어 보면 어른 탓 아닌 말썽이 없어요.

 말썽을 저지른 아이를 타이르면서 아이와 말을 섞습니다. 먼저, 아빠가 잘못했다고 말하고, 아이도 잘못했다고 말합니다. 차례가 바뀔 때도 있어요. 아이가 너무 모진 말썽을 부렸을 때에는. 물이나 국을 엎는다든지 유리잔이나 그릇을 깨뜨렸을 때에는. 흐르는 물과 깨진 조각을 얼른 치워야 하니, 아이가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말라 하거나(유리조각 치울 때), 얼른 걸레 가져오라고 시킵니다(물 쏟았을 때).

 자주 만나거나 오래오래 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우던 사이가 아니라 잘 모르지만, 편해문 님이 아이를 낳아 기르지 않던 때에 어린이 놀이노래를 살피며 어린이 놀이삶을 살피던 매무새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어린이 놀이노래랑 어린이 놀이삶을 살피던 매무새는 얼마나 다를까 궁금합니다. 아마, 한결같을 수 있고, 조금은 새롭게 태어났을 수 있겠지요. 한결같다 하더라도 남달리 거듭나는 매무새일 수 있으며, 새롭게 태어났다지만 한결같은 줏대와 뿌리를 고이 이을 수 있어요.

 지난 2009년 7월에는 《소꿉》이라는 사진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편해문 님이 인천마실을 했을 때 여쭈니, 살림이 쪼들려 사진기를 팔았다고 했는데, 2011년 ‘어린이 달력’을 들추니 2010년에 인도에서 찍은 어린이 사진이 있습니다. 살림돈이 넉넉하지는 않다지만, 어찌저찌 여행삯이랑 사진기값을 마련했나 봅니다. 아무렴, 그래야지요. 술도 안 하고 고기도 안 먹으며, 안동 시골집에서 나무를 베어 장작을 패며 불을 땐다고 하는 살림인데, 푼푼이 그러모아 사진기 한 대쯤은 거느려야지요. 자랑하려는 사진찍기가 아니라, 어린이 놀이랑 어린이 삶을 사랑스러우며 살가이 담는 고운 손길을 보여주는 예쁜 사진을 나누어 주어야지요. 올 2011년 7월쯤 맞이할 때에, 《소꿉》에 이어 “고무줄”이나 “술래잡기” 같은 이름으로 둘째 사진책을 내놓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비손을 합니다. (4344.1.23.해.ㅎㄲㅅㄱ)
 

 

 

 

 

 

 

 

 

(다른 사람 아이를 업어 주기란, 또 다른 사람한테 아이가 업히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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