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을 이야기하는 책
헌책방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 다만 ‘헌책방과 책을 생각하면서 쓴’ 책인지, ‘글을 쓰는 나 혼자만을 생각하면서 쓴’ 책인지를 살핀다면 ‘헌책방과 책을 생각하면서 쓴’ 책은 판이 끊어진 《공진석-옛책, 그 언저리에서》(학민사,1990)를 빼고는 없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또한 책을 이야기하는 책 가운데에도, ‘사람이 즐기고, 사람이 만들었지만, 오히려 이 책이 나중에 사람을 가꾸고 보듬기까지 하는 책’을 이야기하느냐, ‘그저 잘 팔릴 만하도록 사람들 입맛에 달짝지근하게 맞추거나 책에만 지나치게 무게를 두느냐’를 헤아릴 때에도 앞엣쪽에 들 만하다 싶은 책은 몹시 드물다고 느낍니다.
제가 《모든 책은 헌책이다》라는 이름을 붙여 헌책방을 이야기하는 책을 펴낸 까닭은, 참으로 ‘사람을 생각하는’ ‘헌책방 이야기책’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즐기는 헌책방’이고, ‘사람이 즐기는 헌책’이며, ‘사람이 즐기는 책’입니다. ‘사람 냄새가 밴 헌책방’이며, ‘사람 냄새가 가득한 헌책’이고, ‘사람 냄새를 담은 책’이에요.
책은 없어도 사람은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 없이 책은 없어요. 삶이 없이 책은 없습니다. 곧, 책이 있다 한다면, 사람과 삶 다음에 있는 책입니다. 사람과 삶이 바탕이 되어야 비로소 나올 수 있는 책이에요. 그래서 저는 곰곰이 생각하고 살아가면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책을 한 권도 안 읽었더라”도 “책을 많이 읽은 사람”보다 됨됨이가 더 아름답고 알차면서 훌륭한 이가 많다고 봅니다. 삶을 볼 줄 알고 사람과 부대낄 줄 아는 매무새가 맨 먼저라고 느낍니다. 이 같은 몸가짐을 갖추지 않고 책만 가까이한다면, 우리 사람과 우리 삶을 헤살 놓거나 흐트리거나 망가뜨릴 천덕꾸러기이자 말썽꾸러기가 되기 쉽다고 보아요.
책도 좋고 헌책도 좋고 헌책방도 좋습니다. 그러나 어느 무엇보다도 사람이 가장 좋고 우리 삶이 참으로 보배롭습니다. (4337.5.25.처음 씀/4344.1.16.글투 손질.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