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새와 글쓰기
새벽나절 살짝 흩뿌리다 그친 눈이 아침이 되며 솔솔 내린다. 뒷간으로 똥을 누러 다녀온다. 똥을 누며 생각한다. 서울에서 살다 시골로 옮겨 살다가 다시 인천으로 돌아가서 살던 때에는 눈을 바라보면서 ‘헌책방과 눈이 만나는 이 날씨를 사진으로 담아야지.’ 하고 생각했고, 인천에서 지내다가 시골로 거듭 옮겨 온 오늘은 ‘골목길과 눈이 마주하는 이 날씨를 이제는 사진으로 못 담는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앞으로 어느 날엔가 꼼짝없이 드러누우면서 지내야 한다면 ‘멧골집과 눈이 어우러지는 이 날씨를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겠다고 느낀다. 나는 내가 살아가는 이곳에서 내 살가운 사람들하고 복닥이는 나날과 날씨와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아야 한다.
콧물을 줄줄 흘리는 아이한테 이불을 뒤집어씌운다. 사진기를 목에 건다. 아이를 한팔로 안는다. 마당으로 나와 함께 눈을 맞는다. 조금 걷는다. 눈이 소리없이 내린다고 아이한테 말을 하다가는, 이내 말을 고친다. “음, 눈은 눈이 오는 소리를 내면서 오겠구나.”
눈발이 날리는데 멧새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쪽에서 저쪽으로 바지런히 난다. 멧새는 먹이를 얼마나 찾을 수 있을까. 멧새는 깃털로 따스하다지만 자그마한 몸둥이를 덥히자면 가만 있을 수 없겠지. 날이 더 차고 얼음겨울이 풀리지 않는다면 작은 멧새는 모조리 얼어죽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4344.1.14.쇠.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