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물과 글쓰기
공장 종이기저귀가 아이한테 얼마나 나쁜 줄을 알기 때문에, 공장에서 만드는 종이기저귀를 아이한테 대지 못합니다. 공장 가루젖이 아이한테 얼마나 모진 줄을 아는 까닭에, 공장에서 만드는 가루젖을 아이한테 먹이지 못합니다. 공장에서는 더 많은 물건을 팔아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려 하는데, 공장에서 만든 물건을 섣불리 쓰기 어렵습니다. 사람들 눈길을 더 사로잡으려 하는 신문이든 방송이든 책이든, 더 큰 힘과 더 많은 돈을 바라는 줄 번히 안다면, 이러한 신문이나 방송이나 책을 가까이할 수 없습니다.
낮오줌은 가리지만 아직 밤오줌을 가리지 못하는 아이한테는 기저귀를 대야 합니다. 밤오줌을 걱정하며 천기저귀를 댑니다. 아이한테 천기저귀를 대는 아빠는 밤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합니다. 아이가 오줌을 누어 칭얼거린다든지, 아이가 오줌을 누어 기저귀가 젖은 줄을 모르며 곯아떨어졌다든지, 기저귀를 갈아야 하니까 틈틈이 잠에서 깨야 합니다. 아이가 밤새 용하게 오줌을 안 누었더라도 문득문득 눈을 떠서 아이 천기저귀를 만져 봅니다.
종이기저귀는 아이 몸에 나쁩니다. 종이기저귀는 우리 삶터에도 나쁩니다. 종이기저귀를 만들고, 종이기저귀를 가게에 들이려고 짐차에 실어 나르며, 종이기저귀를 판다며 가게에서 불을 밝히는데다가, 종이기저귀를 쓴 사람들이 쓰레기봉투에 담아 내놓고, 종이기저귀 담긴 쓰레기뭉치를 쓰레기터에 갖다 버려 파묻거나 태울 때, 우리 터전은 더없이 더러워집니다.
사람들이 종이기저귀를 더 쓸수록 냇물은 냇물다움을 잃습니다. 사람들이 종이기저귀를 손사래치거나 종이기저귀가 사라지도록 애쓸 때에 비로소 냇물 빛깔은 조금이나마 살아납니다. 천기저귀 하나 쓴다 해서 냇물이 흐르도록 하지는 못합니다. 천기저귀 하나를 쓰는 매무새를 기를 때부터 바야흐로 냇물이 흐르도록 하는 삶결을 찾거나 느낍니다. (4344.1.10.달.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