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이 한자로 적힌 책


 책이름과 지은이와 펴낸곳 이름만 한자로 되어 있는 책이 퍽 많이 있습니다. 한자를 모르기 때문에 책이름부터 한자로 되어 있는 책에는 손이 안 간다고 하는 분들도 참 많이 있습니다. 책을 펼치면 몸글에는 한자가 하나도 없는 책이지만, 책이름만 한자로 되어 있는 적잖은 책들이 껍데기 때문에 따돌림받고 있다고 하겠어요. 생각해 보면, 아무리 좋은 생각과 뜻을 담아냈다고 하더라도, 나타내어 보여주는 말이 듣는 사람 귀에 거슬리거나 못마땅하다면 좋은 생각과 뜻을 주고받기 어려운 모습과 마찬가지라 하겠어요. 좋은 약이 입에 쓰다지만, 쓰게 달이지 않아도 되는 약을 구태야 쓰게 달일 까닭은 없어요. 있는 그대로, 누구나 받아들이며 나누기 좋도록 마음을 쓴다면 참으로 서로한테 도움이 되겠지요.

 좋은 생각과 뜻을 품는다면 내가 쓰는 말과 글부터 스스럼없이 누구나 알아듣기 쉽고 깨끗한 말이 되도록 가다듬을 테며, 누구나 알아듣기 쉽고 깨끗한 말을 쓰려는 마음이라면 온누리 누구나 오순도순 어울리면서 살가운 터전을 꿈꾸며 이루어 가도록 힘쓰지 싶습니다. 그래서, 책이름 하나를 붙이더라도 문자쓰기나 지식자랑이 아니라 가장 손쉽고 깨끗한 이름으로, 이 책이름을 읽으면서 곧바로 무엇을 말하려는 책인가를 깨달을 수 있도록 해야 좋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은 이제부터 할 일이에요. 그동안 나온 책들은 어쩔 수 없이 모자라거나 아쉬운 여러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헌책방에서 만나는 어느 만큼 묵은 책이라면, 책이름과 지은이와 펴낸곳 이름은 한자로 적었으나 몸글은 한자로 안 적은 책이 많고, 몸글에 한자를 썼어도 묶음표를 쳐서 안에 적어넣곤 합니다.

 가장 좋고 깨끗하며 다가가기 좋도록 마음을 쓸 때가 가장 낫겠지요. 그렇지만 뭐, 어쩔 수 없이 모자라거나 아쉬운 대목이 남아 있기도 한 만큼, 반갑고 즐거운 책 하나를 만나기 바라는 우리들 쪽에서 거리낌없이 마음문을 열고 책겉에 한자가 가득한 책 또한 기쁘게 들여다보면 어떨까 싶어요. 1960년대에 나온 책, 1970년대에 나온 책은 어쩔 수 없으니까요. 때로는 1970년대에 나온 책마저 어찌할 수 없어요. 1970년대 잡지 《뿌리깊은 나무》 한 가지만 가까스로 쉬우면서 알맞고 바른 말을 쓰도록 힘썼을 뿐이며, 2000년대이든 2010년대이든 이러한 흐름은 썩 나아지거나 좋아지지 않았어요. 다만, 이제부터는 얄궂은 말과 이름으로 꾸민 책이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요, 내가 내놓는 책 하나라 할지라도 살가우며 고운 말과 이름이 되도록 힘쓸 뿐입니다. (4339.9.19.불.처음 씀/4343.11.30.불.고쳐씀.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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