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눈 144 : 사진책 읽기

 2010년이 막바지에 이른 요즈음 디지털사진기 하나 안 가진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2009년에도 이러했고 2008년이나 2007년에도 비슷했으며, 2011년이나 2012년이 되면 디지털사진기 갖춘 사람은 훨씬 늘리라 생각합니다. 따로 사진기를 안 갖고 있더라도, 거의 모든 사람이 하나쯤 가진 손전화 기계로 얼마든지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기계를 잘 못 다룬다 하던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조차 손전화 사진기로 손자나 손녀 모습을 찍어 바탕화면에 깔아 놓곤 합니다.

 온 나라 사람이 사진쟁이와 같다 말할 만한데, 정작 온 나라 사람이 손쉽게 사진찍기를 즐기면서 사진이란 무엇이고 사진찍기란 어떠하며 사진삶이나 사진책은 어떠한 결인지 살피지 않습니다. 사진이나 사진찍기란 따로 가르치거나 배울 수 없기는 하지만, 사진을 깊이 살피거나 사진찍기에 온마음 쏟으려는 사람들한테만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지는 않아요. 사진을 찍는 누구나 사진을 알고 사진찍기를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내 마음에 드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간직하고 싶다면, 나한테 사진으로 찍히는 사람 마음을 알아야 하고, 사진기를 쥔 사람으로서 고우며 착하고 참다운 매무새를 익혀야 하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사진이나 사진찍기는 한 가지조차 배울 수 없습니다만, 사진을 하는 몸가짐이라든지 사진찍기를 하는 매무새는 얼마든지 배울 수 있고, 배울 만하며, 배울 노릇입니다. 사람들이 살림을 꾸리거나 밥을 하거나 집을 장만한다고 할 때에 ‘살림이 무엇’이고 ‘밥이 무엇’이며 ‘집이 무엇’인가는 따로 배워서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살림하는 매무새라든지 밥을 하는 매무새라든지 집을 장만하여 건사하는 매무새는 얼마든지 배우고, 배울 만하며, 배워야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책을 읽는다 할 때에도 ‘책이란 도무지 무엇이라 할 만한가’를 남한테서 배울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책을 마주하는 매무새는 얼마든지 배울 만하고 배울 노릇입니다.

 사진 하나 찍어 얻는 매무새를 헤아려 봅니다. 사진을 찍을 때에는 사진기를 쥔 사람 마음에 와닿는 모습을 그 자리에서 마음껏 담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는 가운데 내 사진으로 찍히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인가를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나로서는 아주 마음에 들어 사진 한 장 찍는다지만, 나한테 사진 한 장 찍히는 사람은 퍽 못마땅할 수 있어요. 나는 사진 하나로 오래도록 떠올리고 싶은데, 나한테 찍힐 사람은 하루 빨리 잊거나 지나고픈 모습일 수 있습니다.

 사진책 읽기란 사진쟁이들이 작품을 빚어내어 엮은 책을 읽는 일이 아닙니다. 예부터 사진하는 사람은 많았어도 정작 사진책이 제대로 팔리거나 읽히지 못했고, 이제는 누구나 사진을 찍지만 사진책다운 사진책을 알아보며 장만하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나 스스로 내 삶이 어떠한 모습인가를 읽지 못하며, 내 하루가 어떤 모양새로 이루어지는가를 살피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나부터 내 삶을 찬찬히 읽는다면 내가 즐기는 사진에 담을 모습이 내 사진으로 찍히는 사람한테까지 즐거울 모습이 되고, 이렇게 사진찍기를 즐기는 여느 사람은 아주 부드러운 손길로 빛깔 고운 사진책 몇 권을 기쁘게 장만할 수 있습니다. (4343.11.25.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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