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0.10.21.
: 두 번째 자전거수레
- 아이가 까까 사러 가자면서 아빠 자전거수레를 가리킨다. 아빠 손을 잡으며 수레에 탄다고 한다. 한 번 태웠을 뿐인데 자전거수레에 타면 까까 사러 가는 줄 아는가? 아이한테 바람을 쏘이고 싶기도 해서, 오늘도 엊그제처럼 보리밥집으로 달려 보기로 한다. 해질녘이기에 아이 옷을 더 두툼히 입힌다. 아이는 장갑을 싫어하고 모자도 싫어한다. 수레에 앉혀 담요를 덮여 놓아도 손을 뺀다.
- 논둑길을 달리는 동안 잠자리가 떼지어 날아오른다. 아이를 돌아보며 “잠자리다!” 하고 얘기한다. 아이는 “구름! 하늘!” 하며 딴 소리를 한다. 훗. 그러나 수레에 앉으면 잠자리는 아빠 엉덩이와 등짝에 가리고, 하늘과 구름이 훨씬 잘 보이겠지.
- 보리밥집에 닿을 무렵, 네찻길에서 뒤쪽 차와 앞쪽 차가 없는 줄 잘 살핀 다음 길을 건넌다. 건널목이 있으나 이 건널목에서 푸른불이 안 들어온 지 오래. 몇 달쯤 된 듯한데, 어쩌면 더 오래되었는지 모르는데, 건널목 신호는 안 바뀌고 귤빛 불만 깜빡거린다. 시골버스역으로 건너도록 건널목이 있는데, 이 건널목을 건널 사람은 한두 시간에 드물게 있으니 굳이 건널목 신호가 없어야 한다 할 만하다. 그러나 이 길을 건너야 하는 사람이 아예 없지는 않으니까, 길을 건널 사람이 단추를 누르면 이내 신호가 바뀌도록 장치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시골에서는 건너는 사람이 뜸하니까, 때 되면 바뀌는 신호가 아니라 건널 사람이 단추를 누르면 바뀌는 신호로 고쳐 주면 좋겠다.
- 찻길을 가로질러 건너니까 아이는 이내 “다아 왔다!” 하고 소리친다. 참 재미난 녀석이다. 우리 딸내미이지만, 어쩜 이렇게 다 온 줄 알고 이렇게 말할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인천 골목동네 집에 살던 때에도 한참 골목마실을 돌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으레 “다아 왔다!” 하고 외치곤 했다. 처음 이 말을 외친 때다 몇 달 때였을까. 열예닐곱 달쯤부터 이런 말을 외쳤을까.
-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어둠이 깔린다. 어둑어둑한 길을 달리는데 아이가 “달!” 하고 외친다. 그래, 달을 보면서 집으로 가는구나. 달빛이 비추어 주는 논둑길을 달린다. 마지막 꽤 가파른 비알에서 1단 기어를 넣는데 체인이 튄다. 1×2 기어는 어김없이 튄다. 왜 그럴까. 새로 바꾼 체인과 기어가 이 자리에서만 아귀가 잘 안 맞기 때문인가. 가파른 비탈을 한창 오르다가 기어가 풀리며 페달이 헛돌면 아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