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과 글쓰기


 우리 살림집 옆 멧기슭을 탄다. 엊그제에 이어 오늘 두 번째로 멧기슭을 걷는다. 아이한테 옮은 고뿔에다가 지난주부터 떨어지지 않는 몸살로 끙끙거리면서도 아침부터 신나게 밥해서 차리고 빨래해서 널고 아이랑 놀아 주며 그림책을 읽어 주다가 한 시 무렵인가 드디어 뻗는다. 아이는 한 시간 즈음 혼자 놀다가 아빠가 팔베개를 해 주며 다시 그림책을 읽히니 비로소 잠들어 준다. 아이는 한 시간 반쯤 더 낮잠을 자 준다. 아빠가 쉬를 하고 아이가 설마 쉬를 할까 싶어 기저귀를 바닥에 대어 주려는데 아이는 그사이에 쉬를 하고 만다. 1분만 쉬를 늦게 했으면 이불을 적시지 않았을 텐데. 그러나 아빠가 먼저 아이한테 기저귀를 깔아 주었으면 되었을 테지.

 아이는 잠에서 깬 다음 까까를 달라며 운다. 아침부터 밥을 한 술도 안 떴기에 밥을 먹으라 얘기한다. 아이는 그저 울기만 한다. 그러나 우리 집에 무슨 까까가 있나. 울고 싶으면 울라 하고 아이가 오줌으로 적신 옷가지 여러 벌을 빤다.

 빨래를 마치고 마당에 널어 놓는다. 아이 엄마를 불러 세 식구가 멧기슭을 타며 숲길을 걷기로 한다. 말은 숲길이지만 길 없는 숲이다. 나뭇가지를 헤치며 보송보송한 흙을 밟는 숲길마실이라고 할까. 몸에서 후끈후끈한 기운이 올라오며 머리가 어질어질하지만 아이를 품에 안고 비알진 숲길을 걷는다.

 숲길을 걷는 김에 멧느타리버섯을 다섯 송이쯤 딴다. 더 딸 수 있으나 나중에 먹을 때에 따기로 하고, 이듬날 먹을 만큼만 딴다. 올해에는 얼마 못 따는 셈이지만 이듬해에는 올해보다 더 딸 수 있겠지. 버섯 씨앗이 찬찬히 퍼지며 요 기스락에 버섯밭을 알뜰히 일구어 주기를 비손한다.

 마땅한 소리인데 작은 버섯까지 씨를 말리면 이듬해에 다시 버섯 구경을 하기 어렵다. 제법 커서 어른 손바닥만 하다 싶을 때에 따면 좋다고 느낀다. 버섯 나는 자리를 눈에 익히고서 나날이 얼마나 크는가를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멧느타리버슷임을 알고 나서 읍내 장날에 마실을 갔다가 마을사람들이 파는 멧느타리버섯을 보았다. 이 버섯은 얼마든지 사서 먹어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따로 비닐집이나 밭을 일구어 거둔 버섯이 아니니까. 척 보아도 알아볼 수 있다. 할매나 아지매가 산을 타며 딴 멧버섯은 값이 퍽 눅다. 마트에서 비닐팩에 담아 파는 버섯과 견주면 부피가 훨씬 많은데 값이 싸다. 아마 이 버섯은 아는 사람만 알아보며 사 먹지 않을까. 게다가 이 버섯은 아는 사람이라면 시골에서는 으레 몸소 산을 타며 따서 먹을 테고.

 먹으면 안 되는 버섯은 조금 뜯어 살살 물어 보면 쓴맛이 돌아 얼른 뱉게 된단다. 먹으면 되는 버섯은 아무 말썽이 없단다. 도감을 보아도 되지만, 스스로 몸으로 깨우칠 수 있단다. 좋은 글을 읽는 사람은 누가 ‘이 글이 참 좋답니다’ 하고 말해 줄 때에만 좋은 글임을 깨달을까. 따로 추천하거나 칭찬하는 사람이 없더라도 ‘이 글이 참 좋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가. 글 한 줄 쓰는 사람은 글쓴이 스스로 내가 얼마나 좋은 글을 쓰는지 깨닫는가. 내가 쓴 글이 어느 때에는 참으로 좋고, 어느 때에는 참으로 얄궂은가를 깨닫는가. (4343.10.21.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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