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씻김
다음달에 두 돌을 맞이할 딸아이가 제 아빠 발에 물을 묻힌 다음 비누를 바르고 다시 물을 뿌려 씻어 준다. 아빠랑 엄마가 갈마들며 아이를 씻기곤 하지만, 으레 아빠가 아이를 훨씬 자주 씻어 주고 있는데, 아빠 발을 아이가 씻어 주기는 오늘이 처음. 이야기를 들어 보니 엄마 발이라든지 할머니 발은 일찌감치 씻어 주었다고. 이런 우리 아이를 바라보면서, 아이 앞에서 어른들이 무엇을 하고 무슨 일을 하며 무슨 말을 늘어놓는데다가 어떤 사람을 사귀고 어떤 물건을 쓰는 가운데 어떤 매무새로 어느 곳에서 살아가는가를 제대로 따지거나 살피거나 다스리거나 곧추세우지 않는다면, 우리들 누구나 ‘어른’이 될 수 없을 뿐더러, 이 나라를 쉬 망가뜨리고 말겠다고 느낀다. 책은 한 권조차 없어도 되고, 책은 한 줄이든 열 줄이든 안 읽어도 된다. 학교는 꼭 하루뿐이어도 안 다녀도 그만이고, 학교란 곳은 아예 만들지 않아도 된다. 아이한테는 어버이와 이웃과 동무 모두 스승이다. 아이한테는 제 살림집과 마을과 골목이 바로 배움터이다. (4343.7.20.불.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