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생뚱맞다고 생각하거나 느끼는 분이라는 〈우리교육〉이라는 잡지를 놓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를 모르는 분일 테지요. 〈우리교육을 걱정하는 사람들 http://cafe.naver.com/saveuriedu〉이라는 자리가 있으니, 이곳에 올려진 글이라도 좀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교육〉이라고 하는 배움책


 대학교를 그만두는 학생은 꽤 많습니다. 돈이 없어 그만두기도 하고, 대학교는 배움터가 아님을 깨달아 그만두기도 합니다. 돈벌이를 일찍부터 하고자 그만두기도 하며, 대학교보다 훌륭한 배움터를 다른 곳에서 찾았기에 그만두기도 합니다.

 고려대학교를 다니던 김예슬 님이 이 학교를 그만두면서 쪽글을 하나 적바림했고, 이 쪽글에 살을 입혀 자그마한 책을 하나 내놓았습니다. 김예슬 님 이야기와 생각이 담긴 책은 참 자그맣고 가벼우며 값이 쌌습니다.

 김예슬 님은 대학교를 그만두기는 했으나, 아직 당신이 걸어갈 길을 스스로 옳고 바르고 착하며 참된 가운데 곱게 깨닫거나 붙잡고 있지는 못합니다. 느낌을 버리지 않고 생각을 붙잡아 대학교를 떨칠 수는 있었으나, 아직은 대학교 떨치기만 했을 뿐, 아름다우며 참되고 바른 삶을 붙잡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예슬 님 생각을 담은 책이 꽤 사랑을 받으며 팔립니다. 아무래도 이 나라에 여러모로 알려졌기에 사랑받을 만하고 팔릴 만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생각(주의주장)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닌 삶(실천)으로 살아가는 사람’ 눈길로 들여다본다면 이런저런 부스러기 생각이 모여 있을 뿐, 부스러기로 있는 생각을 어떻게 왜 누구하고 언제 어디에서 그러모으고자 하는지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리교육〉이라는 잡지는 얼마든지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야 하는지를 이 새로운 잡지를 만들고자 하는 일꾼들은 어느 만큼 고개숙이면서 삶을 다부지게 붙잡으며 살피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난날 〈우리교육〉에 몸담고 있던 그대로 〈새 우리교육〉을 만들고자 하시는지요. 쫓겨난 사람들이 모인 〈새 우리교육〉을 만들고자 하시는지요. 그동안 〈옛 우리교육〉에서는 제대로 담아내거나 나타내지 못했던 삶자락을 차곡차곡 담아내어 배움터 안팎에서 땀흘리고 눈물흘리며 피흘리는 이웃과 동무와 살붙이한테 웃음과 눈물이 되고자 〈새 우리교육〉을 만들고자 하시는지요.

 〈옛 우리교육〉은 아마 ‘(주) 우리교육’에서 어떠한 모습으로든 내놓으리라 봅니다. 〈새 우리교육〉을 ‘(주) 우리교육에서 쫓겨난 일꾼’이 낼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옷만 새로 갈아입을 뿐, 줄거리와 고갱이와 삶은 예전 그대로는 아닐까 걱정스럽습니다. 새로운 옷을 입었다 할지라도 새로운 삶이 아니라면 어떡하느냐 싶어 걱정스럽습니다.

 새로운 옷을 입었다고 새로운 사람이 되지 않습니다. 새로운 잡지를 낸다고 새로운 이야기를 담는다고 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글쟁이들이 새로운 글을 써서 새로운 잡지가 될까요? 새로운 이름이 붙는다고 새로운 잡지가 될까요?

 김예슬 님이 낸 책을 읽으며 ‘이 젊은 넋은 아주 마땅하게도 옳고 바르며 고운 삶을 아직 모를 뿐 아니라, 옳고 바르며 고운 삶으로 나아갈 마음이 없음’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옳고 바르며 고운 삶자락 한 귀퉁이라도 찾아보고자 하는 마음은 있습니다. 〈새 우리교육〉은 어느 무엇보다도 (1) 참됨(올바름) (2) 착함(사랑과 믿음) (3) 고움(아름다움), 이렇게 세 가지를 제대로 깨닫고 찾으면서 담아내는 잡지가 되기를 꿈꿉니다. 이 세 가지를 담아낼 수 있으면 어떠한 잡지이든 괜찮습니다.

 반드시 교육잡지라야 할 까닭이란 없습니다. 꼭 교사와 학부모 중심으로 읽힐 잡지여야 하지 않습니다. 교육이란 교사만 하는 일이 아니요, 학부모만 마음쓸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교사 아닌 누구나 교사여야 하고, 학부모 아닌 누구나 학부모로서 우리 마을 아이들을 살피고 사랑하며 돌보아야 합니다. 교사 아닌 동네 아저씨 아주머니 모두 지식이 아닌 삶으로 아이들 앞에서 좋은 스승으로 보여지도록 참다이 살아가야 합니다.

 〈새 우리교육〉을 만들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알맹이가 참되고 착하며 고와야 하는데, 올바르고 사랑스러우며 아름다워야 합니다. 이러는 가운데 우리 배움터뿐 아니라 책마을까지 슬기로운 넋을 일깨우는 책이어야 합니다.

 이리하여, 〈새 우리교육〉이라 한다면 《김예슬 선언》처럼 자그맣고 값싸며 가벼운 종이를 쓴 잡지가 될 수 있기를 꿈꿉니다. 사진이 들어가도 되고 그림이 들어가도 되지만, 사진과 그림이 한 장조차 없어도 됩니다. 100쪽짜리 잡지여도 좋고 200쪽짜리 잡지여도 좋은데, 주머니에 들어갈 만큼 작은 책이 되기를 꿈꿉니다. 아니면 한손으로 가벼이 들고 다니며 어디에서나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선물하기에 좋은 판짜임이면 좋겠다고 꿈꿉니다.

 참배움(‘참교육’이 아닌)이라 한다면, 학교라는 울타리 안쪽에서만 제대로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고 느낍니다. 참되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도록 이끄는 모든 몸짓과 넋이 참배움이라고 느낍니다. 참되게 살아가자면 무엇을 알고 느끼며 생각하며 나아가야 할까요? 바로, 무엇보다도 먹고 입고 잠자는 세 가지를 참다이 다스릴 수 있어야 합니다. 교사뿐 아니라 아이들 누구나 내 힘으로 먹고 입고 잠자는 세 가지를 일굴 수 있어야 합니다. 도시에서 살아간다고 해서 돈만 벌면 되겠습니까. 도시에서 살아가면서도 얼마든지 텃밭을 일굴 수 있으며, 교실 안쪽이든 집 안쪽이든 꽃그릇 하나 마련하여 콩을 심어 거둘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교사가 서로서로 바느질을 하고 손빨래를 하며 청소와 밥하기를 제대로 슬기로이 배우고 가르치는 틀이 〈새 우리교육〉에 담겨야 한다고 느낍니다.

 이제는 ‘사람이 사람다이 살아가는 밑바탕(본질)’을 캐내고 밝혀야 비로소 〈우리교육〉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새 우리교육〉이라는 잡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얼마 앞서까지 다달이 나왔던 〈옛 우리교육〉을 보면서 ‘이렇게 지식조각만 가득한 잡지라 한다면 “우리교육”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을 만큼 부끄러운 잡지’가 아니겠느냐고 생각했습니다.

 〈옛 우리교육〉이라는 잡지를 받아서 읽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분들이 아이들한테 ‘다양한 직업을 찾도록 이끄는’ 모습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사람이 마땅히 찾아서 즐길 일거리를 저마다 제 몸과 마음에 맞도록 찾도록 이끄는’ 모습이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옛 우리교육〉이라는 잡지를 받아서 읽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분들 가운데 제도권 교육 얼거리를 스스로 떨쳐내고 당신 삶자리에서 조용하게 당신 삶부터 옳고 바르고 착하게 돌보신 분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부디 지식은 다루지 않는 〈새 우리교육〉이 되기를 빕니다. 제발 지식이 아닌 땀방울과 굳은살을 다루는 〈새 우리교육〉이 되기를 빕니다.

 다달이 내야 할 까닭이 없는 〈새 우리교육〉입니다. 한 해에 두어 번 내는 ‘무크’가 되더라도, 한 권 한 권 알뜰하고 사랑스러워, 이 잡지를 만드는 일꾼들부터 도시에서 살든 시골에서 살든 사람과 땅과 목숨 모두를 사랑하고 믿고 껴안는 참사람으로 거듭나도록 돕는 〈새 우리교육〉이 되기를 빕니다.

 무슨무슨 꼭지가 있어야 하느냐를 생각하기 앞서, 무슨무슨 마음가짐이어야 하느냐를 생각할 〈새 우리교육〉입니다. 잡지는 한 사람이 만들어도 되고, 열 사람이 만들어도 됩니다. 그냥 ‘갱지에 문고판으로 만들어’도 좋습니다. 왜냐하면 참배움이란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요, 껍데기에 눈이 팔리는 사람이 아닌 알맹이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이끄는 흐름이기 때문입니다. 껍데기라 하여 허술하게 할 까닭이 없으나, 정작 우리가 살필 모습이란 사람들 겉모습이 아니라 사람들 속마음입니다. 우리 스스로 속마음을 살피고 아끼려는 사람이라 한다면, 잡지를 만들 때에도 속알맹이가 얼마나 아름다우며 참되고 착하도록 짜고 엮어야 하는 데에 온마음을 기울여야 할 줄 압니다.

 속살로 아름다운 〈새 우리교육〉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저는 이 잡지를 즐겁게 받아볼 생각인 한편, 저 스스로 내 삶을 곱게 일구려고 애쓰면서 부대끼는 이야기를 글이든 사진으로든 갈무리해서 자원봉사로 보내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속살로 아름다운 〈새 우리교육〉으로 나아갈 뜻이 아니라 한다면, 저는 〈헌 우리교육〉이든 〈새 우리교육〉이든 그리 생각해 보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 살아가는 데에도 하루 스물네 시간이란 더없이 빠듯하고 고됩니다. (4343.6.1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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