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윤정
《신갈나무 투쟁기》라는 책은 꽤 사랑받아 오고 있다. 나도 이 책을 읽었고 잘 간직하고는 있으나, 이 책을 읽던 지난날이나 이 책을 책꽂이에 모셔 놓고 있는 오늘날이나 그다지 대단하거나 훌륭하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숲이나 나무나 도시나 시골 살림살이를 제대로 모르며 지내고 있는 요즈음 사람들한테는 책이름이 퍽 충격스럽다든지 남다를 뿐더러, 이 책에서 말하는 이야기가 새롭거나 놀랍다고 느낄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이 우리 숲살림을 다루고는 있어도 우리 숲살림 밑바탕을 밝히거나 보듬고 있지는 못하다.
한젬마라는 분이 쓴 《그림 읽어 주는 여자》와 《나는 그림에서 인생을 배웠다》라는 책은 이제 헌책방에서 사랑받지 못한다. 2006년까지는 새책으로만이 아니라 헌책으로도 몹시 사랑받던 책인데, 2006년부터는 헌책방에서 이보다 더 막대접인 책이 드물다. 스스로 옳지 않은 길을 걸으면서 거짓말을 일삼았던 발자취가 드러났으니, 헌책방으로 다리품을 팔며 책을 찾아 읽는 분들한테 겉발린 빈 껍데기 이야기가 사랑스럽거나 살갑게 스며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신갈나무 투쟁기》라는 책은 《침묵의 봄》이라든지 《슬픈 미나마타》라든지 《수달 타카의 일생》이라든지 《모래 군의 열두 달》이라든지 《녹색세계사》라든지 하는 책하고는 견줄 수 없지만, 그럭저럭 읽을 만하거나 괜찮다 할 만한 환경책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2010년 5월 17일에 차윤정 씨가 보여준 모습을 보니 이 책이 앞으로는 더는 살아남을 까닭이 없겠구나 싶다. 빈 껍데기 지식조각으로는 사람들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를 펼칠 수 없기 때문이다. 허울좋은 이름을 찾아 높은자리에 올라서려는 사람들이 읊는 책으로는 우리 삶터를 아름다이 일굴 수 없기 때문이다.
‘4대강본부 환경부본부장’이라는 이름이란 얼마나 놀라운 공무원 직책인가. ‘전문계약직 1급’이라는 자리는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공무원이 되었다는 소리인가. 4대강 사업 일자리가 32만 개나 나온다고 하는데, 하나같이 이런저런 일자리란 셈이 아닐까 궁금하다. 아마 31만 개는 삽질하는 일자리일 테고 1만 개는 차윤정 씨처럼 홍보하는 일자리일 테지.
차윤정 씨는 스스로 ‘굳은 심지’에 따라 4대강 사업을 널리 알리는 일자리를 함께 누리겠다고 밝히는데, 바로 이 ‘굳은 심지’로 높이높이 올라설 차윤정 씨 일자리란 얼마나 오래가는 맑고 밝으며 고울 내음일는지 머잖아 스스로 느끼는 날을 맞이하리라 본다. 착하지 않고 참되지 않으며 곱지 않은 사람은 생태와 자연과 사람을 입에 담을 자격이 어림 반 푼어치조차 없다. (4343.5.28.쇠.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