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꾸는 눈동자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76
제니 수 코스테키-쇼 지음, 노은정 옮김 / 보림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사팔눈’이 멋지다고 생각한 아이가 키운 꿈
 [그림책이 좋다 62] 제니 수 코스테키-쇼, 《나의 꿈꾸는 눈동자》



- 책이름 : 나의 꿈꾸는 눈동자
- 글ㆍ그림 : 제니 수 코스테키-쇼
- 옮긴이 : 노은정
- 펴낸곳 : 보림출판사 (2009.3.10.)
- 책값 : 9800원



 (1) 내 눈에 보이는 모습들


 아침에 전철 소리를 들으며 깨어나서는, 오늘은 일찌감치 사진기 목에 걸고 자전거 몰고 골목마실을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와 지지난해를 돌아보건대, 4월을 막 넘긴 이무렵에 골목마실을 해야 개나리 노란 꽃망울을 한가득 볼 수 있습니다. 이주를 넘기고 나면 노란 꽃망울이 지고 푸른잎이 돋습니다. 또한, 엊저녁 동네 구멍가게에 보리술 한 병 사러 가며 보니, 구멍가게 옆 텃밭에 잇빛 진달래가 꽃망울을 흐드러지게 터뜨리고 있었습니다. 개나리와 함께 진달래도 구경하고, 또 개나리와 진달래보다 먼저 꽃을 피우다가 금세 지는 이팝나무 꽃도 구경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 태어났을 때부터 내 눈은 서로 다른 쪽을 보고 있었어요. 누군가 이렇게 수군대는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나요. “사팔뜨기잖아!” ..  (6쪽)
 





 아침 아홉 시가 조금 지납니다. 자전거를 들고 내려옵니다.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허연 구름이 가득합니다. 빗줄기라도 뿌리려나? 그냥 걸어서 다녀올까? 그렇지만 걸어다니다가 비를 만나기보다는 자전거 타고 움직이다가 비를 만나면 집에 돌아오기 한결 낫지 않을까. 오면 오는 대로 맞고,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다니자.

 자전거는 맨 먼저, 엊저녁 들른 구멍가게 옆으로 갑니다. 잇빛 꽃망울 앞에 서서 물끄러미 들여다봅니다. 꽃그릇 하나에 진달래나무 한 그루이지만, 이 한 그루만으로도 골목이 환하다고 느낍니다. 아침길을 나서는 이웃집 사람들은 따로 이 진달래한테 눈길을 보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당신 댁에도 진달래쯤이야 한두 그루쯤 기르고 있기 때문일 테지요. 또는, 당신 댁에서 기르는 이팝나무나 개나리가 한결 어여쁘다고 생각하시는지 모릅니다.

 금창동사무소 옆을 따라 창영초등학교 울타리 길을 달리다가 우뚝 멈춥니다. 손바닥 만한 동네 쉼터 앞으로 마련된 텃밭 둘레에 노란 개나리가 흐드러져 있습니다. 꽃망울을 들여다보니 오늘 오지 않았으면 이 흐드러진 노랑물을 느끼지 못했겠구나 싶습니다. 지난해와 지지난해에는 꼭 이맘때를 놓쳐서 무척 아쉬웠는데 올해에는 꼭 알맞춤하게 때를 맞춥니다. 골목마실 사진찍기를 하자면 적어도 세 해라는 세월쯤은 들여야 꽃때를 맞출 수 있지 않느냐 생각해 봅니다.


.. 나는 “꿈꾸는 눈동자”라고 부르는 게 더 좋아요. 그 눈길이 가는 대로 내 마음이 움직이니까요. 때로는 아이들이 놀리곤 해요. 내 두 눈이 저마다 다른 곳을 보고 있어서 꼭 이구아나 눈동자 같다고요. 그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난 이구아나가 멋지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나도 분명히 멋질 거예요 ..  (7∼8쪽)
 



 한참 돌아다니는데, 송림3동 92번지 조그마한 집 문에 ‘보증금 100 월세 10, 방 1 부엌 1 도시까스’라 붙은 알림쪽이 보입니다. 방 하나에 부엌 하나인데 도시가스가 나온다라, 어떨까, 괜찮을까. 방이 아주 작지만 않다면 아기와 함께 세 식구가 오순도순 지낼 만하지는 않을까.

 알림쪽에 붙은 번호로 꾹꾹 누르는데 받지 않습니다. 못 받으시는 듯. 이따가 다시 걸기로 하고 좀더 골목마실을 합니다. 우리 동네에서 새 삯집을 얻으려면 부동산에 알아볼 수도 있지만, 이렇게 구비구비 구석구석 찾아다니면서 문에 붙은 알림쪽을 찾아보기도 해야 합니다. 부동산에 내놓는 집보다는, 한 동네에 사는 사람한테 내놓는 집이 좀더 많거든요. 있는 집들이야 부동산에 내놓을 만하지만, 없는 집에서는 복비 몇 만 원도 아쉬워 알음알음으로 방을 놓고 얻고 합니다.

 쭐래쭐래 걷기도 하고,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슬슬 달리기도 하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복덕방 앞에 잠깐 멈추어 봅니다. 또 모르는 일이니 어떤 방이 나와 있나 들여다봅니다. 방 둘에 기름보일러가 있다는 전세 800짜리 집이 보입니다. 전세 800이라면 좀 버겁지만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그 옆에는 보증금 50에 달삯 5만 원인 방 둘짜리가 보입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복덕방으로 들어가고, 복덕방 할아버지와 그 집을 구경하러 찾아가 봅니다. 낮에 불을 안 켜면 깜깜하지는 않으나 햇볕은 들어오지 않고, 푸세식 뒷간이 옆에 딸려 있습니다. 벽에 짙게 밴 곰팡이 자국에다가 이웃집에서 기르는 큰 개 두 마리 때문에, 이 집이 아주 눅어도 힘들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 집에서 대학생 둘이서 엊그제까지 살다가 집을 비웠다고 합니다. 도배도 않고 장판도 안 깔고 그 대학생들이 용케 잘 살았다고 하는데, 달삯을 삼만 원으로 깎을 수도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하지만, 방은 하나요 달삯이 10만 원일 그 집이 좀더 마음에 남습니다.


.. 어느 날,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창밖을 보는 듯한 내 눈을 보고 알림장에다 “안과 치료가 필요함.”이라고 써 주었어요. “난 됐어요.” 나는 엄마 아빠에게 말했어요. “내 눈은 멀쩡해요.” ..  (16쪽)
 





 자전거를 몰아 아까 그 집 앞에 섭니다. 다시 전화를 겁니다. 집임자가 받습니다. 도화1동에 사신다며 이리로 오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기다리기로 하고 둘레 골목마실을 합니다. 바로 뒤편 샛골목으로 오릅니다. 자전거와 오토바이까지만 드나들 수 있는 비알진 골목으로 들어섭니다. 대문을 마주한 두 골목집에서 저마다 내놓은 빨래가 한 가득 해바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한 집 빨래에는 햇볕이 닿고 한 집 빨래에는 햇볕이 안 닿습니다. 저런저런.

 빨랫대에 수북하게 걸린 빨래를 살며시 들여다봅니다. 아기 옷이 꽤 많습니다. 두 집 모두 갓난쟁이가 있는가 봐요. 살살살 자전거를 끌면서 좀더 돌아다니니, 아기를 업고 슬금슬금 나들이를 하는 젊은 아주머니가 보입니다. 집 앞 텃밭을 일구고 장독대를 들여다보는 할매가 보입니다. 드문드문 차가 다니는 데에는 교회 앞. 집이 교회 앞이라는 대목에서 조금 걸리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아주 고즈넉한 동네이면서, 동네에 우리 아이 또래인 아이도 꽤 많은 듯하니 동네에서 동무를 사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 깃든 집 둘레에는 아무런 또래동무가 없거든요.

 집임자가 올 때가 다 되어 자전거를 싱 달려 그 집 앞에 닿습니다. 마침 집임자도 교회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오는 길. 꾸벅 인사를 하면서 집으로 들어가 봅니다. 문을 여니 곧바로 트인 부엌(부엌이라기보다는 문간인데 수도꼭지를 놓은 자리)이고, 막바로 방 한 칸. 좁은 쪽으로 누워 봅니다. 세 식구가 나란히 눕고도 벽에 옷통과 작은 책상 하나를 놓을 자리가 납니다. 방 크기 절반 조금 못 될 만한 다락이 하나 있습니다. 다락이라니, 멋진걸. 다락으로 기어들어갑니다. 건너편 교회가 바라다보입니다. 다락에서는 앉을 수 없고 그냥 엎드려만 있어야 하지만, 꽤 재미있다고 느낍니다.

 빨래는 옥상에서 2층 집 사람과 함께 널면 된다 하고, 뒷간은 이웃집과 함께 쓰는 자리가 붙어 있습니다. 이웃집에는 중학교 다니는 아이와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하고 부모 둘이 산다고 합니다. 전기와 물은 서로 나누어 낸다고 하니, 이번에도 세금 내는 데에서는 우리가 아무리 아껴도 어쩔 수 없는 살림이 되겠구나 싶습니다.

 요모조모 살피고 있자니 뒤에서 집임자 할매가, 당신 아이들이 클 때까지 이 집에서 살았다면서, 아이들이 나중에 ‘이런 좁은 데에서 사느라 다리를 못 뻗어 키가 못 컸잖아요’ 하면서 투정을 부렸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훗. 그런 이야기는 달삯방 얻으려는 사람한테 들려줄 만한 이야기는 못 되는 듯한데. 하하 웃으면서 ‘그래도, 이만하면 꽤 살 만한데요?’ 하고 말씀드립니다.
 




.. 박사님은 내 오른쪽 눈에 납작하고 동그란 반창고를 붙여 주었어요. “이렇게 하면 가물가물 눈이 빠릿빠랫해질 거야.” ‘난 원래 빠릿빠릿한데.’ ..  (22쪽)


 집임자 할배는 제 옆지기하고 이야기를 해 보고 괜찮다 싶으면 연락을 하라는 말을 남기고 차를 타고 댁으로 돌아갑니다. 저도 도서관 문을 닫아 놓고 너무 오래 밖에서 보냈구나 싶어, 다시 자전거에 올라 숭의동 골목을 조금 더 돌고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아침에 나올 때와는 달리 하늘에 잔뜩 끼어 있던 구름이 가시면서 햇살이 비칩니다. 햇살이 비치니 조금 덥습니다. 반바지를 입고 나오려다가 말았는데 반바지 차림이어도 괜찮았겠구나 싶습니다.

 전도관 재개발구역으로 들어가는 숭의3동 109번지 언덕골목을 살몃살몃 거닐고 자전거를 몰면서 개나리와 진달래를 바라보다가는, 며칠 뒤면 막 벌어지겠구나 싶은 목련 봉오리를 올려다봅니다.

 비가 오는 날은 비 느낌과 함께 싱그러운 이 골목이고, 눈이 오는 날은 눈 느낌과 함께 깨끗한 이 골목이요, 햇살 맑은 날은 햇볕 느낌과 함께 따사로운 이 골목입니다. 아까 그 송림3동 92번지도 괜찮지만 숭의3동 109번지에 삯집이 나왔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고 꿈을 꿉니다. 그래도, 이만한 방이라도 어디인가 싶습니다.

 이 방에 삯을 얻고 머잖아 아이가 걸음마를 하게 되면, 아이 손을 잡고 걷고 뛸 골목 놀이터에서 날마다 기나긴 시간을 보내지 않으랴 싶습니다. 차는 다닐 수 없고 사람만 오갈 수 있는 골목에서 세 식구가 한결 싱그럽고 맑으며 따뜻한 기운을 얻으며 지내노라면, 이 기운을 우리 둘레 사람한테도 넉넉히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스티로폼 꽃그릇 농사를 아직 못하고 있지만, 둘레 어느 집에서나 이와 같은 농사를 짓고 있으니, 우리도 이참에 문간 바깥에 꽃그릇을 몇 가지 차려 놓으면서, 우리 집 앞 골목을 오가는 사람부터 우리 세 식구까지 꽃기운과 풀기운을 듬뿍 받을 수 있으면 더없이 좋겠지, 하고 꿈을 꾸어 봅니다.
 





.. 이튿날 아침, 난 엄마한테 내 마음을 이야기했어요. 너무 슬퍼서 학교에 가고 싶지도 않다고요. 엄마는 곰곰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어요. “제니 수, 우리 좀 다르게 생각해 보자꾸나.” 그래서 나는 엄마랑 같이 첫 “그림 안대”를 만들었어요. ‘엄마는 정말 똑똑해.’..  (31쪽)


 우리한테는 자가용이 없어, 이맘때 흔히들 자가용 타고 인천대공원이니 월미도니 또 어디니 하고 다니는 사람들처럼 꽃구경을 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한테는 자전거가 있어, 언제라도 자전거를 몰고 이웃 동네 꽃골목 마실을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들 튼튼한 두 다리로 뚜벅뚜벅 골목을 누비면서 집집마다 차려 놓은 꽃잔치길을 온몸으로 껴안으면서 즐기기도 합니다.

 큰 놀이공원 너른 꽃밭에서 피어나는 꽃도 꽃이요, 조그마한 골목길 한켠에서 피어나는 꽃도 꽃입니다. 골목길 시멘트 틈바구니에서 고개를 내미는 작은 풀꽃도 꽃입니다. 낡은 꽃그릇이나 스티로폼 통이나 바구니에서 자라는 푸성귀도 풀이며, 고추와 토마토가 틔우는 꽃도 꽃입니다.

 더 나은 꽃이나 덜 좋은 꽃은 따로 없다고 느낍니다. 꽃은 모두 꽃이며, 모든 꽃은 그 나름대로 곱고 환하며 싱그럽다고 느낍니다. 우리한테 마음만 있으면 어느 꽃이든 어디에서 자라는 꽃이든 이 소담스러운 내음과 기운과 빛깔을 조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느낍니다.
 





 (2) 그림책 《나의 꿈꾸는 눈동자》에 담은 이야기


 그린이 스스로 어릴 적에 겪은 일을 담아낸 그림책 《나의 꿈꾸는 눈동자》를 읽어냅니다. 그린이는 처음으로 그려낸 작품이라고 하는데, 첫 작품으로는 더없이 훌륭하다고 느낍니다. 누구보다도 당신이 겪은 일을 담았으며, 당신이 겪은 일을 다름아닌 당신 눈과 마음으로 곱새겨서 펼쳐 놓았습니다.

 사팔눈으로 태어났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나, 그린이는 ‘사람들이 놀리는 내 눈’이야말로 멋있고 재미있고 아름답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이구아나 눈동자’라고 놀리더라도 그린이는 ‘이구아나는 멋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내 눈은 더 멋있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병원 의사가 그린이 눈을 ‘사팔이 아닌 정상(?) 눈’으로 고쳐 주었다고 하나, 그린이는 ‘사팔눈’이었어도 ‘빠릿빠릿’했으며, 언제나 그린이 두 눈은 ‘멀쩡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생각을 입밖으로는 꺼내지 않습니다. 괜히 입밖으로 꺼내 보았자 재미있는 일은 하나도 없었으리라 느꼈을 테니까요.


.. 내 두 눈은 마치 환상의 짝꿍 같아요. 오른쪽 눈은 길잡이예요. 숫자를 잘 보면서 나를 이끌어 줘요. 내 꿈꾸는 눈동자는 화가예요. 색깔을 주로 보거든요. 모험도 좋아해요. 그래서 두 눈이 함께 있으면 못할 게 없어요 ..  (9∼10쪽) 






 현실이 아닌 꿈에서 살았던 그린이라 할는지 모르겠습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고 꿈에서 허덕인 그린이라 할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꿈에서 살던 그린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현실을 현실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즐기려는 마음이었기에 꿈을 꿀 수 있던 그린이가 아닌가 느낍니다. 사팔눈인 내 몸을 사랑하고, 이구아나 닮았다는 내 눈을 사랑한 그린이는, 누구보다도 현실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면서, 그 나름대로 꿋꿋하고 힘차게 걸어갈 길을 잘 알고 있었다고 느낍니다.


.. ‘내 눈은 항상 멀쩡했는데.’ ..  (38쪽)


 이 꿋꿋함과 힘참은 어디에서 비롯했을까요? 그림책 《나의 꿈꾸는 눈동자》에서는 이 밑힘을 따로 밝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린이가 병원에 가서 오른눈을 가리고 사팔인 오른눈으로만 세상을 보며 다니라고 한 의사 말 때문에 너무 괴롭고 힘들어 밤새 잠을 못 자고 눈물을 흘리다가 어머니한테 이 일을 모두 털어놓았어요. 이때 그린이 어머니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렇게 한 마디를 했습니다. “제니 수, 우리 좀 다르게 생각해 보자꾸나.”

 그러면서 어머니는, 어머니로서도 기쁘고 아이로서도 기쁠 훌륭한 풀이법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이 풀이법을 따르는 어린 날 그린이는 ‘엄마는 정말 똑똑해’ 하고 생각해요.

 이 생각, ‘엄마는 정말 똑똑해’는, 제 느낌입니다만, ‘엄마는 참 사랑스러워’라든지 ‘엄마는 더없이 믿음직해’라든지 ‘엄마는 언제나 든든해’ 하는 애틋함과 반가움과 고마움이 담긴 생각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리하여 어린 ‘사팔눈 제니 수’는 둘레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며 놀리더라도 늘 꿋꿋할 수 있었고, 제 사팔눈을 싫어하거나 미워하지 않으면서 언제나 꿈꾸는 아이가 될 수 있는 가운데, 제 두 눈동자는 저마다 맡은 몫이 달라, 이 다른 몫대로 사이좋게 어울린다고 깨닫게 되었구나 싶어요. 아주 어릴 적부터. 그리고 이 깨달음이 좋은 밑힘이 되어 무럭무럭 자라났고, ‘어린 제니 수’가 ‘어른 제니 수’가 되고 난 다음, 아마도 즐겁고 신나게 《나의 꿈꾸는 눈동자》라는 그림책을 그려내지 않았으랴 싶습니다.

 사팔눈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늘 따뜻하고 믿음직스러운 어머니가 있기 때문에, 그리고 현실을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싱그러운 꿈꾸기를 멈추지 않은 그린이 스스로가 튼튼하게 두 다리를 이 땅에 디디고 있었기 때문에. 






.. 내 꿈꾸는 눈동자는 튼튼해졌어요. 게다가 훨씬 당당해졌어요. 아마 사랑이 조금 더 필요했나 봐요. 이제 내 외눈박이 생활도 끝났어요 ..  (38쪽)


 책을 덮으면서 한 가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책이름이 《나의 꿈꾸는 눈동자》인데, “내 꿈꾸는 눈동자”라든지, 그냥 “꿈꾸는 눈동자”라고만 했으면 어떠했을까 싶습니다. 영어 ‘my’를 우리 말로 옮기면 ‘나의’가 아닌 ‘내’예요. 그리고 이 책에서는 굳이 ‘내’를 넣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4342.4.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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