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흑설공주 이야기 흑설공주 1
노경실 외 지음, 윤종태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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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를 타고 충주에서 서울로 가는 길, 또 서울에서 충주로 돌아오는 길은 만만치 않습니다. 150km 남짓 되는 거리라 조금 멀다고도 할 수 있지만, 거리가 먼 일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멀면 시간이 좀더 걸릴 뿐이니까요. 이 거리를 자전거로 오가면서 어려운 일이 있다면 자동차들이 너무 위험하게 내달릴 뿐 아니라, 좁은 지방도로와 네찻길 국도에서 규정속도를 훨씬 벗어난 빠르기로 씽씽 달리면서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서울 시내로 접어들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택시, 버스, 짐차, 자가용, 오토바이 할 것 없이 자전거를 깔보고 밀어내고 덮칠 듯이 으르렁거립니다.

 한미FTA라든지, 비정규직노동자 문제라든지, 외국인노동자 문제를 모르는 이는 없다고 할 만큼, 이런 이야기들이 신문-방송-인터넷에 자주 오르내립니다. 그렇지만 이런 문제가 ‘힘없고 짓눌리는 편’에서 나아지거나 고쳐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장애인을 따돌리는 일, 여성이 괴롭힘받는 일은 예전에 견주어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봉건계급 시대와 요즘 형편을 견줄 수는 없는 노릇. 더욱이 어른들이 아이들을 힘겹게 하고 못살게 구는 일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학원이며 시험공부며 숙제며 영어며 한자며, 아이들은 어마어마하게 짓눌리고 있고, 책읽기도 거의 짐처럼 주어지는 일덩이입니다.

 어른들 스스로 자유롭게 살고 평화로이 어울리며 평등하게 부대끼지 않는 사회에서, 아이들이 보고 배울 것이란 차별-따돌림-괴롭힘-푸대접 따위입니다. 어린아이들 머리에 노란 물을 들이고, 서양 공주님 같은 옷을 입히며 피자와 콜라를 즐겨 사먹이는 가운데 아이들 가치관과 생각과 마음은 어떻게 자리잡을까요. ‘아름다움을 보는 눈’, ‘여성과 남성은 어떠한 사람인가’, ‘사회 차별’을 얼마나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는지요.

 《어린이를 위한 흑설공주 이야기》는 서양과 우리 이야기를 세 꼭지씩 골라서 ‘따돌림받고 괴롭힘받는 사람(거의 여성 눈높이에서)들 삶을 요즘 모습에 맞게 고쳐서 다시 쓴 역설 동화입니다. 군데군데 잘못 쓰거나 어렵게 쓴 말(검은 머리칼을 지닌/미소를 지었다/흑설공주에게로/점점 마음이 동하더니/하여/심해)이 보이고, 굳이 안 써도 좋을 말(가시랭이/가살맞은/고바우/관차/벼룻길/성현/묘책/만세복록)을 쓴 뒤 아래에 각주를 붙인 대목은 아쉽습니다. 이야기에 군살이 많이 붙었고, 마무리로 나아가는 단계에서 억지스러움이 엿보이지만, 속없이 그저 웃기려고만 하는 동화가 너무 판치며 오히려 아이들한테 비뚤어지거나 치우친 생각을 심고 있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반가운 작품입니다. 앞으로는 ‘역설 동화’를 넘어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이웃을 차별하는 눈길로 바라보는 얄궂은 모습’을 찬찬히 살피며 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창작동화로도 나아간다면 더 나으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4339.8.2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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