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읽기 / 가난한 책읽기

장애인 100만 유튜버 박위



  누구나 온모습(온갖 모습)으로 살아간다. 우리는 온하루(온갖 하루)를 맞이하고 지내면서 온삶(온갖 삶)을 겪고 느끼고 배울 테니까. 언제나 온하루를 온몸으로 맞이하는 온삶이기에 온모습을 이루고 온마음에 담을 텐데, 온길(온갖 길)로 우리 모습이나 얼굴이나 말씨나 몸짓이 드러나더라도, 늘 ‘하나(오직 나)’인 모습과 얼굴과 말씨와 몸짓이지 싶다. 바탕은 ‘하나인 나’라는 빛이다. 온삶을 맞이하고 겪으면서 온모습을 펼쳐 보일 수 있다.


  온하루를 등지거나 온삶을 꺼리거나 온모습으로 피어나려는 온마음이 아니라면, 그만 ‘하나인 나’를 잊으면서 어느새 ‘탈(거짓으로 꾸민 모습)’을 쓰고 만다. 이때에는 이렇게 바꾸고 저때에는 저렇게 맞추는 탈일 적에는 ‘나’도 ‘하나’도 없이 남눈치에 따라서 휩쓸리고 휘둘리는 쳇바퀴이지 싶다.


  누구나 먼먼 옛날부터 ‘탈’이 없이 ‘낯’으로 즐겁게 마주했다고 느낀다. 어느 누구도 얼굴을 꾸미거나 가리지 않았다. 얼굴에 꽃가루를 굳이 바를 까닭이 없지. 햇볕과 빗물과 이슬과 바람과 별빛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면서 ‘나’라고 하는 숨결을 가꾸는 삶이라서 ‘사람’이라는 이름이지 싶다. 그러니까 오늘날에는 ‘나(그대로 나)’를 잊고 ‘하나(하늘인 나)’를 잃는 나머지, 참낯(민낯·속낯)을 통째로 잊고 잃느라, 그만 언제 어디에서나 갖가지 탈과 허울을 쓰면서 헤매고 힘들고 아프고 지친다고 느낀다.


  《위라클 WERACLE 우리 모두에게 기적을》(토기장이, 2022)이라는 책이 있는 줄 올가을(2026.9.)에 비로소 알아본다. “장애인 100만 유튜버”라는 이름을 내걸면서 신나게 ‘바퀴걸상’을 밀고 다녔다는 박위 씨가 쓴 책이라고 한다. 박위 씨는 금수저인 집안에서 태어나서 마땅히 금수저라는 길을 걸어가리라 여겼다고 하며, 너무 좋아서 술을 거나하게 마신 나머지 넋을 잃은 채 높은 데에서 쉬를 누다가 떨어지면서 등뼈를 다쳤다고 한다. 다친 몸과 뼈를 추스르면서 바퀴걸상에 앉기까지 새롭게 살아낸 나날은 돋보일 만하다. 그렇다면 ‘삶뜻’이란 무엇일까? 멀쩡한 다리로 이루려고 하던 금수저를 놓친 뒤에는, 남한테 잘 보이거나 좋은 모습을 선보여서 목돈과 큰이름과 주먹힘을 거머쥐고 싶은 뜻인가?


  착하게 살아갈 길은 수두룩하다. 참하게 살림하는 길은 온곳에 있다. 차분히 노래하는 길은 모든 보금자리에 있다. 목소리만 높인다든지, 날개나 달구지에 바퀴걸상을 싣고서 멀리 돌아다녀야 뜻있다고 할 수 없다. 조촐히 가꾸고 일구는 밭자락에서 풀꽃내음을 맡으면서 푸른나무를 품는 하루를 살아내는 길이 뜻없다고 할 수 없다. 높다랗게 올라가서 커다랗게 드날리고 싶다는 뜻을 세우느라, 속빛이 아닌 겉껍데기를 붙잡는 나날로 치달린 ㅂ씨라고 느낀다.


  그저 ㅂ씨이다. 그냥 ㅂ씨이다. 돈·이름·힘을 누구보다 실컷 휘어잡거나 거머잡거나 움켜잡고픈 노림길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만, 참으로 안쓰럽다고는 이야기할 만하다. 온누리 모든 풀꽃나무한테는 저마다 이름이 있되, 달개비이건 씀바귀이건 고들빼기이건 냉이이건 민들레이건 쑥이건 모시이건 차조기이건 고마리이건 질경이이건 노루귀이건 매발톱이건 다같이 ‘풀’이고 ‘꽃’이다. ‘미라클 박위 장애인 100만 유튜버’라는 헛바람에 빠져서 헛이름을 안 놓치고 싶다는 헛발질을 하는 앞길이란 무슨 보람일는지 스스로 곱씹을 노릇이다.


  돈벌고 이름얻고 힘부리는 길을 이제부터 멈추거나 끝낼 수 있을까? 멋지거나 좋아 보이는 그림을 찍어대어 올리는 덧없는 헛길을 그만둘 수 있을까? ‘찰칵이’를 안 들고 다닐 수 있을까? 달구지에 바퀴걸상을 안 싣고 다닐 수 있을까? 수수한 들꽃인 숱한 사람들이 그저 걸어다니듯, 수수한 ㅂ씨로서 그저 바퀴걸상을 천천히 굴리면서 저잣마실을 할 수 있을까?


  ‘올바름(정의구현)’을 모두 내려놓아야 사람으로 선다. 올바르게 굴려고 하는 짓을 안 해야 ‘밝게’ 빛나는 별로 돋을 수 있다. ‘박(朴)’이라는 씨이름은 ‘후박나무’를 가리키는 한자이고, ‘후박·동박·박달’ 같은 나무이름에 깃드는 ‘박’이라는 오랜 우리말은 ‘박꽃’과 ‘박알(박열매)’처럼 ‘함박’만 하게 열리면서 ‘밝다’는 속뜻을 품으면서 ‘밤’을 비추고 빛낸다는 길을 들려주는 낱말이다. 수수하게 짙푸른 나무 한 그루처럼, 그저 이 땅에서 수수하게 살림을 짓고 사랑을 펴며 사랑이라는 말씨앗을 두런두런 주고받는 ‘ㅂ씨(밝은씨)’로 거듭나기를 빌 뿐이다.


  먼나라 영국에서 ㅍ씨(퍼거슨)라는 아재가 지난 2011해에 “Seriously. It is a waste of time. …… Get yourself down to the library and read a book.” 하는 말을 남겼다. ㅂ씨한테도 똑같이 들려줄 만하다. “자, 유튜버질로 하루를 버리고 싶나요? 책집하고 책숲에 마실하셔요. 책집에서는 책을 사읽고, 책숲에서는 책을 빌려읽읍시다. 이 아름다운 삶은 스스로 사랑하며 살림하는 길을 숲빛으로 배우는 데에 씁시다. 잘난 유튜버질은 좀 치웁시다.” 2026.8.23.


ㅍㄹㄴ


박위 ‘사회실험’ 영상 13개 사라졌다…KTX 논란 뒤 잇단 비공개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comment/025/0003548197?sid=102


'공익 저격' 박위, 딱 걸렸다…'사회실험' 영상 13개 삭제 [투데이 '픽'/iMBC연예뉴스]

https://www.youtube.com/watch?v=60kiI0UA4A4


“장애 1급이라 70% 할인?”…박위, KTX 부정승차 의혹 살펴보니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728206?sid=102


박위에 손 내민 전장연 "감동보다 저항의 세계로…같이 싸우자"

https://n.news.naver.com/article/015/0005328224


“너 다 보이잖아”…박위, 시각장애인 대하는 과거 영상 태도 논란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5734610


'박위 3주째 침묵' 속…아내 송지은, 방송 재개 후 눈물 "예수님 향기 남기길" [RE:뷰]

https://v.daum.net/v/20260915173509399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