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6.9.7.


《오늘도 나아가는 중입니다》

 조민 글, 참새책방, 2023.9.19.



아침에 뒤꼍에서 모시하고 한삼덩굴을 벤다. 찔레덩굴도 벤다. 올해 마지막 낫질일까, 아니면 한 벌 더 베어야 할까. 아직 조그마한 복숭아나무와 살구나무는 무럭무럭 자란다. 모시꽃은 몽글몽글 옅푸르게 돋는다. 첫가을에 고맙게 얻는 나물꽃이다. 이윽고 〈숲노래 책숲〉으로 건너가서 《광해군》(한명기)하고 《허균의 생각》(이이화)을 찾아보는데 지난날 ‘뿌리깊은나무’에서 낸 《허균의 생각》이 도무지 안 보인다. 적어도 두어 자락 있는데. 낮에 큰아이하고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시골버스는 내도록 얼음바람이다. 시골이어도 가게와 잎물집과 길과 버스는 모두 시끌버끌하다. 집으로 돌아오니 비로소 풀벌레노래가 다시 반기면서 고즈넉하다.


《오늘도 나아가는 중입니다》를 돌아본다. 줄거리도 글감도 온통 ‘눈길씨앗(관심종자)’이라는 티를 내는구나 싶다. “남들이 좋게 보아주기를 바라는 뜻”으로 낸 책이지 싶다. 한마디로 ‘팬북’이랄까. 지난 열 몇 해 사이에 나라를 떠들썩하게 흔든 늪이란 무엇일까.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의사라는 자격증’에 ‘인스타와 유튜브’에, ‘김어준 방송’에, 하나같이 “나 좀 봐! 나만 봐!” 하는 뜻으로 선보인 아양이지 않은가.


우리집 네 사람이 둘러앉아서 〈결혼지옥〉을 지켜보았다. “낳은 아이 셋”뿐 아니라 “짝꿍이 예전에 낳은 큰아이”를 ‘돌볼’ 뜻이 티끌만큼도 없이 ‘남이 좋게 보아주기를 바라는 철없는 아저씨’가 얼마나 겉멋을 부리는지 창피하도록 흐르더라. 집에 아이가 넷인데 이튿날 아침까지 술을 퍼먹던 아저씨는 ‘어버이’일 수 없다. 큰아이하고 나란히 달리는 아침이 아니라, 혼자 힘들다면서 값나가는 신을 사들여서 땀을 빼는 아저씨는 ‘아버지’일 수 없다. 아직 매우 어린 아이들한테 밥을 먹일 줄 모르는 아저씨라면, 기저귀를 갈거나 빨래를 하거나 비질을 하는 조그마한 집안일조차 아주 모를 뿐 아니라 ‘내 일이 아니’라고 여기겠지.


‘고졸’이 된 조민 씨는 꽃장사(화장품 판매)로 돈을 번다고 한다. 돈이 나쁠 일은 없으나, 돈·이름·힘 세 가지로 꽁꽁 묶은 틀에 스스로 가두면 삶을 볼 수 없게 마련이다. ‘가족소득당’이라는 핀잔과 꾸지람을 듣는 ‘기본소득당’이라는 이름을 붙잡는 용혜인·박기홍 씨하고 조민·조국 씨가 겹쳐 보인다. 사람들 앞에서는 ‘반미’를 외치던 분이 정작 딸은 ‘미국 유학’을 보내고서 ‘한영외고’에 넣었으니 얄궂다. 예부터 곧게 참길을 걸어가려는 일꾼이라면 으레 서울을 다부지게 박차고서 시골에서 손수 흙을 만지고 호미를 쥐었다. 오늘날에는 꼿꼿하게 돈·이름·힘을 움켜쥐려고 서울 한복판을 지키려고 한다. ‘귀염앓이’로 가득한 이들은 철이 들 뜻이 없으려나. 이 가을에 풀벌레노래도 모르는 채 보내려나.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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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비판 및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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