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네가 놓은
다리도 담도 네(내)가 놓아. 길도 턱도 네(내)가 놓지. 누구나 스스로 바라기에 닫거나 담아. 누가 시키기에 닫거나 담지 않아. 스스로 바라는 그대로 닫거나 담으면서 하루를 살아. 말도 마음도 네(내)가 놓아. 꿈도 뜻도 네(내)가 놓지. 누가 가르치기에 놓지 않아. 누가 가르치든 말든, 네(내)가 스스로 배우려는 때부터 하나씩 놓아. 누가 가르치더라도 스스로 안 배우니까, 다리도 담도 길도 턱도 안 놓지. 아니, 스스로 안 배울 적에는 아무 데나 무턱대고 담과 턱을 놓는단다. 스스로 배울 적에는 바로 오늘부터 다리와 길을 놓고. 나부터 열어서 새롭게 바람을 맞이하려고 다리를 놓고 길을 놓아. 나부터 틔워서 모두 즐겁게 나누고 펴려고 다리를 놓고 길을 놓는데, ‘배우는 나’는 자랑하려는 뜻이 아니야. 오직 자라려는 뜻이라서 다리와 길을 놓는단다. 그래서 바로 나부터 ‘다리놓기·길놓기’를 한 줄 잊어. 누구나 다리로 건너고 길을 오가는데, ‘내’가 했다는 자랑은 없기에, 사람들은 “누구인지 모를 님”한테 고맙다는 뜻을 마음으로 펴면서 배우지. 다리와 길을 놓은 너(나)는 “했다는 뜻”을 놓았기에(내려놓았기에) 늘 기쁠 뿐 아니라, 늘 새다리와 새길을 차곡차곡 놓는단다. 너는 네가 놓는 다리를 건너면서 “누가 이곳에 이렇게 다리를 놓았을까? 참 고맙구나!” 하고 노래할 만해. 너(나) 스스로 놓았으나 “스스로 했다”는 뜻을 어디에도 안 새기면서 새롭게 배우기에 그저 기뻐하고 그저 노래하지. 그저 다시 배우고, 그저 새롭게 걷고, 그저 한 걸음씩 나아가. 네가 놓은 다리는 어디에 있니? 네가 연 길은 어느 곳을 잇니? 어디에 있는지 찾아나서도 되는데, 어디에나 있기 때문에 늘 그저 웃으며 뛰놀면 돼. 2026.8.30.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