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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시절 ㅣ 난다시편 10
고명재 지음 / 난다 / 2026년 6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9.10.
노래책시렁 561
《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시절》
고명재
난다
2026.6.19.
먼 예전에는 누구나 종이를 쓰지 못 했습니다. 힘이 있거나 돈이 있거나 이름이 있는 몇몇만 누리던 종이입니다. 종이를 쓰던 이들은 종이에 ‘그들 하루’를 남겼습니다. ‘그들(종이를 쓸 수 있던 힘꾼·돈꾼·이름꾼)’은 ‘그들밖’에 누가 있는지 모를 뿐 아니라 쳐다보지 않았어요. 이제 누구나 종이를 값싸고 쉽고 넉넉히 누립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도 우리는 ‘우리 하루’라기보다는 ‘남이 보아주기를 바라는 하루’를 남기곤 합니다. 또한 ‘이웃 하루’를 좀처럼 못 들여다보기 일쑤입니다. 《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시절》을 읽었습니다. 고명재 씨는 ‘쓰는 보람’을 신나게 맛보면서 붓끝을 놀리는구나 싶습니다. 다만 ‘보람’은 나쁘지는 않지만 ‘자람(자라는 빛)’으로 풀어내거나 삭인다면 참으로 나을 텐데 싶어요. 스스로 여태 살아낸 나날을 글로 옮기고 담으니 뜻깊을 만하지만, ‘나’를 둘러싼 ‘너(모든 이웃)’가 누구인지 찬찬히 보려고 한다면, 푸른숲에 한 발짝 들어설 수 있어요. 여태껏 종이로 발자취를 남긴 무리가 무슨 짓을 했는지 이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오늘부터 종이에 삶자취를 남길 우리가 어떤 꿈씨를 심으면서 즐겁고 아름다울는지 살피기를 바라요. 뉘엿뉘엿 지는 해를 함께 보기를 바라요. 새벽이슬이 돋는 풀잎을 나란히 보기를 빕니다. 우리는 이제 집으로 가야지요.
ㅍㄹㄴ
다 늙어버린 부모 모시고 구례에 왔다 마치 예부터 내려오는 관례와 같이 우리는 다슬기 식당으로 들어와버렸다 (다슬기/31쪽)
내게 시를 가르쳐준 사람도 이름이 문주다 / 문주씨가 명재에게 꽃을 주었다 / 지금도 문설주라도 보게 될 때면 / 심장이 뛴다 시 쓰고 싶다 리듬감 때문에 (내가 아는 한자는 모두 아름다웠다/47쪽)
첫 책이 나왔을 때 나 키워준 스님이 집 앞에 호두나무를 보냈다 울창한 나무는 웬 말이며 무엇보다도 우리 스님은 세상에 없는데? (호두/53쪽)
벤치에 손을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왔다 간 이들을 만질 수 있습니다 (영월/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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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시절》(고명재, 난다, 2026)
저를 배려해서 숨을 얕게 쉬었다는 거
→ 저를 헤아려서 숨을 얕게 쉰 줄
→ 저를 살피어 숨을 얕게 쉬었으니
5쪽
끓는 솥 안에서 무 조각들이 어깨를 부딪치며 둥글어집니다
→ 끓는 솥에서 무조각이 어깨를 부딪치며 둥글둥글합니다
→ 끊는 솥에서 무조각이 어깨를 부딪치며 둥글합니다
10쪽
감량중인 복서는
→ 몸빼는 주먹꾼은
→ 살빼는 주먹은
11쪽
나란히 소로를 걸을 때
→ 나란히 골목을 걸을 때
→ 나란히 오솔길 걸을 때
→ 나란히 샛길을 걸을 때
17쪽
그대는 화채 위에 꽃을 뿌리며 우아(優雅)라는 개념을 직렬로 주었고
→ 그대는 꽃밥에 꽃을 뿌리며 아름답다는 뜻을 그대로 보였고
→ 그대는 꿀밥에 꽃을 뿌리며 눈부시다는 빛을 곧바로 밝혔고
19쪽
비밀은 나무에 있어요 오래된 단지는 수목도 나이가 많지요
→ 수수께끼는 나무예요 오래된 곳은 나무도 나이가 많지요
→ 나무가 수수께끼예요 오래된 마을은 나무도 나이 많지요
28쪽
선생님에게 이 말을 듣고 곧바로 수포자가 되었다
→ 길잡이한테서 이 말을 듣고 곧바로 셈바보가 된다
→ 샘님한테서 이 말을 듣고서 바로 셈끝님이 된다
38쪽
십이월 말에 죽은 사람이
→ 섣달 끝에 죽은 사람이
52쪽
목탁 한 번에
→ 나무방울 톡
→ 온소리 하나로
→ 참소리로
→ 꽃소리로
58쪽
절에서 나는 물은 대개 감로수라고 부른다
→ 절에서 나면 으레 달콤물이라고 한다
→ 절에서 나는 물은 단이슬이라고들 한다
61쪽
헌화는 단 한줄기로 모든 걸 말한다
→ 바침꽃은 한 줄기로 모두 말한다
→ 꽃바치기는 한 줄기로 모두 말한다
62쪽
여름에는 윤곽이 뚜렷해지지
→ 여름에는 바깥이 뚜렷하지
→ 여름에는 테가 뚜렷하지
→ 여름에는 꼴이 뚜렷하지
64쪽
지구와 가까운 근미래의 슬픔을 뜻하기도 하지만
→ 푸른별과 가까운 슬픈 앞날을 뜻하기도 하지만
→ 파란별에 곧 있을 슬픔을 뜻하기도 하지만
79쪽
무거운 건 어쩐지 밝고 귀하게 느껴져 사망신고처럼 자꾸 미루게 된다
→ 무거우면 어쩐지 밝고 값지다 느껴 숨진알림처럼 자꾸 미룬다
→ 무거우면 어쩐지 밝고 꽃같다 느껴 끝알림처럼 자꾸 미룬다
→ 무거우면 어쩐지 밝고 빛난다 느껴 떠난알림처럼 자꾸 미룬다
83쪽
가나다순만 믿어도
→ 가나다만 믿어도
→ 가나다길만 믿어도
91쪽
문진은 향유고래의 형상이었는데
→ 글돌은 곱고래 모습인데
→ 눌쇠는 향긋고래처럼 생겼는데
→ 누름돌은 아름고래 꼴인데
→ 누름이는 꽃내고래 얼굴인데
93쪽
영혼이 머무는 신체의 기관을 머릿속의 송과선(松果腺)이라고 믿었다
→ 넋이 머무는 몸을 머릿속 솔샘이라고 믿었다
→ 빛이 머무는 몸을 머릿속 솔방울샘이라 믿었다
104쪽
그때 시는 창운주필(唱韻走筆)이라고 운을 떼자마자 붓이 뛰는 경마 같았다
→ 그때 노래는 벼락붓이라고 말을 떼자마자 뛰는 말 같은 붓이었다
→ 그때 글은 바람붓이라고 소리를 떼자마자 뛰는 말 같은 붓이었다
→ 그때 비나리는 말붓이라고 덧말을 떼자마자 뛰는 말 같은 붓이었다
105쪽
마치 장생(長生)하는 나무에 온갖 새들이 앉아서 뜨거운 여름을 견뎌내듯이
→ 마치 끄떡없는 나무에 온갖 새가 앉아서 뜨거운 여름을 견뎌내듯이
→ 마치 오래나무에 온갖 새가 앉아서 뜨거운 여름을 견뎌내듯이
11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