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더우니 시원해 (2026.5.15.)

― 서울 〈문화온도 씨도씨/식스틴책방〉



  첫봄과 한봄을 지나면 늦봄입니다. 첫봄과 한봄은 늦가을과 한가을처럼 낮볕이 드리우면서 밤바람이 쌀쌀합니다. 늦봄으로 접어들면 첫가을마냥 낮볕이 쏟아지되 밤이면 시원하지요. 지난날에는 서울과 시골 모두 밤낮으로 다른 날씨이면서 푸른숲을 품었다면, 오늘날에는 여름이 가까울수록 얼음바람(에어컨)에 기대려고 하는 집이 부쩍 늘어요.


  “벌써 이렇게 더우니 어찌 살아?” 하며 한숨쉬는 이웃이 꽤 많습니다. 길에서 스치는 사람들도 으레 이렇게 읊습니다. 그러나 여름으로 가는 늦봄은 “더우니 시원한” 철이라고 느낍니다. 차츰 더위가 무르익기에 땀을 새롭게 빼면서 온몸으로 부스러기를 빼낼 수 있어요. 부스러기가 때나 땀이란 모습으로 빠져나가면 개운하게 마련입니다. 자주 씻고 옷을 자주 빨래하면 한결 홀가분합니다.


  갓 태어난 그림책 《열두 달 소꿉노래》를 조촐히 기리는 자리를 〈문화온도 씨도씨/식스틴책방〉에서 맞이합니다. 먼길을 달려 서울로 갑니다. 엊그제 부산을 다녀오며 찌뿌둥한 몸이지만 시외버스에서 쉬고 자다가 읽고 씁니다. 오늘 마주할 이웃님한테 드릴 노래를 새로 여미고, 어느 책을 드릴까 하고 곱씹습니다.


  배우며 살아가려는 이웃님 누구나 애써서 책집마실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배우려고 하기에 나이를 넘어서 ‘낳을씨앗’을 속으로 건사할 수 있어요. 요즈음은 고을마다 책숲(도서관)이 널찍하고 새책을 잔뜩 꾸준히 들여놓지만, 우리나라 책숲은 “우리가 살아온 자취”를 모두 그러안지는 못 합니다. 책숲을 덩그러니 세워 놓은 뒤에는 책꽂이를 더 못 늘리거든요. 책은 늘 새로 나오기에 책꽂이가 더 늘어야 새책을 품을 테지만, 새책을 받아들이려면 ‘새책이 나오는 빠르기’하고 나란히 ‘있던 책을 치워’야 합니다.


  마을책집(새책집·헌책집)으로 마실을 다니면 ‘치우지 않는 책’을 만날 수 있어요. 마을이웃과 오래도록 새롭게 읽거나 함께 새기거나 아이한테 물려주고 싶은 책을 마주할 만합니다. 큰곳(공공도서관·대형서점)만 다녀서는 “이야기에 담아낼 삶”을 오히려 놓치거나 못 보거나 잊기 쉽다고 느낍니다. 큰곳도 다니되 ‘마을’이라는 이름인 작은곳을 곁에 둘 일이라고 봅니다.


  더위로 가는 여름이기에 즐겁습니다. 추위로 가는 가을이기에 반갑습니다. 오르기에 내리고, 내리기에 올라요. 오래눈과 새눈을 나란히 놓을 적에 오늘눈을 틔우면서 손끝과 생각이 자라납니다. 왼눈과 오른눈을 함께 포갤 적에 온눈을 열면서 맑고 밝게 깨어납니다. 이 책을 읽으니 저 책을 만나면서 날마다 흐뭇합니다.


ㅍㄹㄴ


《열두 달 소꿉노래》(최종규 글·유한아 그림, 문화온도씨도씨, 2026.2.22.)

《미래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문해력》(손석춘, 철수와영희, 2026.4.19.)

《기억의 풍선》(제시 올리베로스 글·다나 울프카테 그림/편집부 옮김, 나린글, 2019.9.1.)

#JessieOliveros #DanaWulfekotte #The Remember Balloons (2018년)

《기동물기》(하민석, 딸기책방, 2023.8.27.)

《주파수를 조율하라》(사라 랜던/채수은 옮김, 샨티, 2026.3.13.)

#You Are a Channel #SaraLandon


《로지가 달리고 싶을 때》(마리카 마이얄라/따루 살미넨 옮김, 문학동네, 2020.5.11.)

#Ruusun matka (2018년) #MarikaMaijala

《티키 티키 템보》(아를린 모젤 글·블레어 렌트 그림/남도현 옮김, 개구쟁이, 2004.9.20.)

#Tikki Tikki Tembo (1968년) #ArleneMosel #BlairLentJr

《제비의 한 해》(토마스 뮐러/한윤진 옮김, 한솔수북, 2017.3.25.)

#Ein Jahr mit den Schwalben (2012년) #ThomasMueller

《반 고흐와 해바라기》(로렌스 안홀트/이복희 옮김, 웅진주니어, 2001.4.30.)

#Camille and the Sunflowers (1994년) #LaurenceAnholt

《딸기는 딸기 맛!》(노정임 글·안경자 그림, 웃는돌고래, 2016.9.29.)

《아기 곰 보리봉》(마레크 베로니카/김숙 옮김, 북뱅크, 2004.1.17.)

#Boribon (1958/2002년) #MarekVeronika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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