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탐구 생활
이다 지음 / 창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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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눈높이도 아니고

어른 눈길도 아니라면

어린이 이야기도 어른 이야기도 아닌

길을 잃은 붓끝이 아닐까.


.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6.9.3.

책으로 삶읽기 1165


《어린이 탐구 생활》

 이다

 창비

 2026.1.23.



《어린이 탐구 생활》(이다, 창비, 2026)을 돌아본다. 어린이가 읽을 만하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그러면 어른이 읽을 만할까? 알쏭달쏭하다. 몇 달 동안 자리맡에 놓고서 헤아리는데, 아무래도 아이와 어른 모두를 헤아리지 않고서 ‘그린이 스스로 좋은 대로’ 풀어낸 꾸러미일 수밖에 없다. ‘오늘 어린이’나 ‘어제 어린이’한테도 썩 걸맞지 않는다. ‘오늘 어른’이나 ‘어제 어른’한테는 더더욱 알맞지 않다.


누구나 어린이로 자라고서 어른이라는 자리에 선다고 여기는데, 나이가 늘어났기에 어른이지 않다. 천천히 철들면서 어질고 참한 마음으로 착하게 일하고 슬기롭게 노래하면서 따뜻하게 사랑하는 사람일 적에 비로소 ‘어른’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어질거나 슬기롭거나 착하거나 참하거나 따뜻한 길하고 등진 채 나이만 늘어날 적에는 ‘늙은이(나이만 늘어난 사람)’라는 이름을 붙인다. 나이만 늘어나는 사람은 틀에 박힌 채 ‘낡’게 마련이다.


누구나 아이·어린이일까? 아니다. 한창 뛰놀고 소꿉하고 어깨너머로 일을 지켜보면서 배울 아이·어린이인데, 아이로서 뛰지도 달리지도 노래하지도 춤추지도 떠들지도 심부름하지도 소꿉하지도 않으면 ‘애늙은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오늘날 숱한 아이·어린이는 ‘아이·어린이’라는 이름보다는 ‘애늙은이’라는 이름으로 시름에 겹다. 뛰거나 놀기 어려운 터전이기도 하지만, 아이·어린이 스스로 손전화에 붙들린다.


우리는 ‘아이’하고 ‘어른’이라는 두 빛을 품는 ‘사람’으로 살아갈 노릇이지 않을까. 아이일 적에는 아침을 바라보되 아직 하나하나 알아가는 사람이다. 어른일 적에는 스스로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돌아보면서 새길을 먼저 열어가는 사람이다. 어려서 뛰논 나날을 즐겁게 되새길 수 있을 적에 신나게 일하면서 살림하는 길에 사랑을 찾는 어른으로 선다. 나무가 품는 나이테처럼 나이를 속으로 어질게 품으면서 이야기꽃을 지풀 줄 아는 어른으로 일어서기에, 둘레 모든 아이한테 생각씨와 사랑씨와 마음씨와 말씨와 글씨와 노래씨와 소꿉씨를 흩뿌릴 수 있다.


‘어린이 구경’도 ‘어른 구경’도 아닌, ‘어린이 찾기’와 ‘어른 찾기’를 할 일이지 싶다. 그린이를 비롯한 우리 모두 스스로 ‘어린이로 어떻게 살아냈’는지 되새기면서 ‘어른으로 어떻게 사랑할’는지 생각할 일이라고 본다. 옛날이나 오늘날 어린이 가운데 어느 쪽이 한결 나은 터전이 따진들 부질없다. ‘집’이라는 곳이 “함께 살림을 짓고 지내는 즐거운 곳”이 아니라면, 예나 이제나 모든 아이어른이 나란히 괴롭다. 집이라는 곳부터 살피고 들여다보면서, 서로 어깨동무하는 길을 찾으려고 할 적에 비로소 “아이어른이 함께 즐거운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겠지.


ㅍㄹㄴ


어른인 나는 어릴 때 얘기를 하며 농담을 치고 자학 개그도 할 수 있지만, 그 모든 것을 처음 겪고 있는 어린이는 결코 자신의 인생을 소재로 웃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 후, 어린이 강연을 하는 모든 분이 존경스럽다. 44쪽


지금의 어른들은 풍족한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을 시기하고 질투한다. 하지만 그들은 놀이터에서 마음껏 놀고, 봄이면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체육 대회를 즐겼다. 63쪽


+


모두 한 명 한 명 다른 존재구나

→ 모두 다르구나

→ 모두 다른 사람이구나

→ 모두 다른 빛이구나

→ 저마다 다르구나

→ 하나하나 다르구나

→ 하나하나 다른 숨결이구나

→ 한 사람씩 다르구나

→ 한 사람 한 사람 다르구나

18쪽


그땐 어린이가 붙은 건 다 좋은 거였다

→ 그땐 어린이가 붙으면 다 즐겁다

→ 그땐 어린이가 붙으면 다 반갑다

→ 그땐 어린이가 붙으면 다 신난다

21쪽


우리는 어린이에게 베푸는 것이 별로 없다

→ 우리는 어린이한테 거의 안 베푼다

→ 우리는 어린이한테 안 베풀다시피 한다

→ 우리는 어린이한테 베풀지도 않는다

→ 우리는 어린이한테 잘 안 베푼다

24쪽


어린이는 자신의 관심 분야에 엄청나게 과몰입한다

→ 어린이는 좋아하는 곳에 엄청나게 몰아붓는다

→ 어린이는 좋아하는 일에 엄청나게 들이붓는다

→ 어린이는 좋아하면 엄청나게 사로잡힌다

→ 어린이는 좋아하면 엄청나게 빠져든다

30쪽


아는 척을 하다간 큰 화를 입을 수 있다

→ 아는 척을 하다간 크게 다칠 수 있다

→ 아는 척을 하다간 큰일날 수 있다

→ 아는 척을 하다간 벼락칠 수 있다

30쪽


요즘 세상에 책을? 사양 산업인데

→ 요즘에 책을? 꺼리는데

→ 요즘에 책을? 궂은일인데

37쪽


특히 난 드립을 잘 쳐서

→ 그리고 난 뚝딱 잘 해서

→ 또한 난 바로 잘 해서

→ 더구나 난 술술 잘 해서

→ 게다가 난 쓱 잘 해서

41쪽


그에 비하면 요즘 어린이들은 각자도생해야 한다

→ 그러나 요즘 어린이는 나홀로이다

→ 그런데 요즘 어린이는 나혼자이다

→ 그렇지만 요즘 어린이는 따로 해야 한다

62쪽


어린이를 존중하는 건 내가 사는 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일이다

→ 어린이를 아껴야 이 삶터를 곱게 가꿀 수 있다

→ 어린이를 섬기면서 이곳을 아름답게 일굴 수 있다

→ 어린이를 높여야 이 나라를 알차게 지을 수 있다

71쪽


다행히 지금은 내 외모에 적당히 만족하며 살고 있음

→ 뭐 이제는 내 겉모습을 그럭저럭 즐기며 산다

→ 고맙게 요새는 내 몸을 달갑게 여기며 산다

79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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