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6.8.27.
《가지런한 슬픈》
표성배 글, 도서출판b, 2026.5.20.
속꽃(무화과)이 익는다. 부추꽃이 하얗게 퍼진다. 모시꽃도 옅푸르게 몽글몽글 맺는다. 한여름까지 뻔질나게 찾아들던 작은새는 거의 안 보이면서 까치가 곧잘 찾아들어 노래한다. 낮나절에 읍내 나래터에 작은아이하고 간다. 다리가 멀쩡한 작은아이는 성큼성큼 앞서 걷는다. 왼뒤꿈치가 저린 나는 뒤에서 느릿느릿 걷는다. 저잣마실까지 마치고서 집으로 돌아오니 온몸이 욱씬거린다. 씻고 빨래하고서 쉰다. 새삼스레 ‘천천히·너그러이’ 두 마디를 되새긴다. ‘천천히’는 빠르지 않는 매무새만 가리키지 않는다. 네 가지 철을 차분히 맞아들이면서 눈코귀입 모두 밝게 틔우는 ‘철들기’를 가리킨다. ‘너그럽다’는 ‘넓다’만 나타내지 않는다. ‘나’로서 ‘너’를 깊게 바라보면서 ‘나’를 새롭게 들여다보는 길이다. 《가지런한 슬픈》을 읽었다. 땀내음으로 일살림을 지은 막바지에 이른 마음을 가지런히 모은 노래로구나 싶다. 젊은날에는 젊은땀이 흐른다면, 아재라는 나이에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새땀이 흐르고, 이제 마감(정년퇴직)을 앞둔 무렵에는 할아버지로 가는 어진땀이 흐르게 마련이다. 일하며 흐르는 땀은 나란하면서 다르다. 서로 주고받는 마음처럼 서로 일손을 주고받는다. 일터에서도 살림터에서도 언제나 온손으로 짓는 하루이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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