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6.8.26.


《헌책 식당》

 하라다 히카 글/김영주 옮김, 문학동네, 2024.10.29.



서울도 이제는 밤이 조금은 시원한 듯싶다. 길손집에서 새벽부터 글을 쓰며 땀이 돋으면 씻고, 또 땀이 돋으면 씻는다. 아침에 〈홍익문고〉와 〈알라딘중고샵 신촌가게〉와 〈숨어있는책〉을 잇달아 들른다. 사이에 숨통을 트며 책을 읽으려고 손바닥쉼터에 앉아서 등허리를 펴자니 믿음길잡이(선교사)가 옆에 앉아서 말을 건다. 쉰 살 남짓 살아오며 믿음길잡이를 즈믄(1000) 넘게 만난 듯싶다. 어느 모로 보면 책알림이나 한말글지기로 일하는 나날도 길잡이(선교사)라고 할 만하다. 먼저 걸어가는 곳을 둘레에 들려주고 속삭이는 노릇이고, 가시밭과 꽃밭이 무엇인지 고루 이야기하는 삶이다. 긴긴 길을 달려서 고흥집으로 돌아간다. 저물녘에 닿는다. 오롯이 풀바람과 풀노래가 반기는 보금숲이다. 《헌책 식당》을 읽으려고 곁에 둔 지 한 해 남짓 지나고서야 편다. 지난해 봄에 장만하면서 곧장 읽을 듯했지만 한참 묵혔다. ‘나랑 아이’ 또는 ‘할머니랑 아이’ 이렇게 두 사람 눈길을 갈마들면서 작은헌책집 한 곳에서 사람을 마주하는 줄거리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작은책집을 다루는 책이 곧잘 나오지만 아직 하나같이 얕다. 책집을 바탕으로 삼으려면 ‘책’부터 읽고 살피고 새겨야 할 노릇이지만, 막상 ‘책’을 너무 모르거나 겉훑는 책이 숱하다. 이름난 책을 다루거나 짚다가 그치면 겉스칠 뿐이다. 종이가 되어 준 우람한 숲을 이루던 나무가 들려주는 숨빛을 함께 헤아리면서, ‘종이에 담을 살림길’을 읽어내어 고루 풀어낼 적에 ‘책과 책집과 책사랑 이야기’로 피어날 수 있다. 우리는 들불(민주운동)을 거쳤어도 불쑥잡기(불심검문)를 걱정하지 않으면서, 또 빨간띠(검열·통제)를 근심하지 않으면서 책을 읽은 지 기껏 스무 해 언저리이다. ‘누구나책’을 누린 나날이 너무 짧다. 또한 ‘훔친글’이 아니라 ‘손수지음글’이 자리잡은 나날도 짧다. 저쪽(서양·미국 이론)도 이쪽(중국·일본 이론)도 그쪽(인도·제3세계 이론)도 아닌 그저 이 삶자리에서 스스로 길어올린 빛(이론)으로 적는 글부터 드물다. 더 들여다보면 저쪽말씨(서양말씨)나 이쪽말씨(한자말씨)나 그쪽말씨(PC주의)가 아닌 그저 ‘삶말·살림말·숲말’이라는 ‘한말글’로 이야기를 펴는 사람부터 적다. ‘오롯이책’일 때라야 책집이건 책마을이건 책밭이건 고스란히 책으로만 바라보며 쓰고 읽고 나눌 수 있을 텐데.


#古本食堂 #原田ひ香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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