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보이드 void
‘없는곳’이 어디일는지 생각할 수 있을까. ‘있는곳’은 어디인지 찾아볼 수 있을까. 없다고 여기지만 “‘없는곳’이 있”고, 있다고 여기는데 “‘있는곳’이 없”어. 이 두 갈랫길을 읽어내면서 이을 적에 ‘빈곳’과 ‘빛곳’을 나란히 품지. “거기 없잖아!” 하고 여길 적에 ‘없다’고 하는 모습이나 길이 있단다. “여기 있네!” 하고 찾아내면, 여태 못 찾았기에 여태 ‘없다’가 이제부터 ‘있다’로 돌아서지. ‘빈곳’이란, 없다고 여기는 곳이면서, 있던 빛을 지워서 비운 곳이야. 놓은 곳이요, 내린 곳이고, 끝을 내면서 처음으로 서는 곳이기도 해. 이제는 ‘없는곳’으로 있는 ‘빈곳’이기에, 여태 씨앗이 싹트지 않았는데, 이제부터 ‘없는곳·빈곳’이기에 ‘싹틀 곳이 있는’ 결로 갈 수 있어. 없고 비니까 틈이 있고, 이 틈이란 바로 “드나드는 길”이 처음이자 새롭게 난 곳이야. 이른바 보이드(void)로 가려면 모든 몸을 비워야 해. 겉을 다 놓고서 오직 “비운 채 있는 빛”으로 있을 노릇이야. ‘보이드’는 빈곳이자 빛꽃으로 나란한 곳이야. 비거나 비운 곳이라서 틈이 있기에, 이제·오늘·이곳부터 싹이 터서 꽃이 필 수 있어. 그래서 빈곳은 ‘빛곳’이자 ‘빛꽃’으로 나아가지. 새롭게 솟아나는 빛인 ‘생각’은 빈곳이자 빛곳이자 빛꽃을 이룬단다. 비우기에 빚고, 빚기에 빛나. 빛나기에 다시 비우고, 비우니까 빚을 틈이 나서 피어나지. 비우지 않으면 ‘없는곳’이 없어. 비우지 않으니 ‘있는곳’도 없어. 비우기에 비로소 ‘없는곳’이 생기고, 비우는 사이에 ‘있는곳’이 깨어나. 온누리가 다 어지럽고 어렵고 밉고 싫고 힘든 나머지 ‘씻기(명상)’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 씻는 일은 ‘좋’겠지. 그러나 씻고서 무엇을 할 셈이지? 비는 하늘땅을 씻기만 하지 않아. 비는 하늘땅을 씻기며 노래하는데, 적시고 채우고 살리면서 놀아. 너는 비워서 ‘없는곳’을 이루면서, 빚을(빚어낼) ‘있는곳’으로 이을 노릇이야. 비웠으면 빚을(빚어낼) 그림을 지어야지. 2026.8.7.쇠.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