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이름부터 지어



무슨 일을 하든 스스로 하려는 일에 이름부터 지을 노릇이야. 하려는 일에 이름이 없으면 헤매거나 헛돌아. 사람이 태어나면 이름부터 지어. 네가 처음 마주하는 풀꽃나무나 새나 나비가 있으면 이름부터 궁금할 테지. 아이는 늘 어른한테 ‘온누리 모든 이름’을 물어본단다. 이름을 듣고서 속으로 새기면 ‘이름으로 마주하는 숨결’이 여태 살아낸 나날을 하나씩 느끼면서 오롯이 살필 수 있거든. 풀 한 포기나 나무 한 그루에 아무렇게나 이름을 붙이지 않아. 풀과 나무에 흐르는 깊고 너른 모든 숨빛을 이름으로 얹는데, 이 이름은 서로 온마음으로 오가면서 잇는 길이란다. 누구나 서로 이름으로 부르고 들으면서 만나고 사귀어. 그러니 임금이나 벼슬아치나 나리는 힘(권력)을 펴고 부리려고 ‘작은이(백성·국민)’를 ‘이름없는 아무개’로 다루었단다. 그들(나라지기·권력자)은 그들끼리만 이름으로 부를 뿐이고, 작은이한테는 그저 ‘놈’이라 했어. 작은이가 이름이 있으면 안 된다고, 종(노예)은 사고파는 것이기에 이름없이 굴려야 한다고 여기지. 예나 이제나 마찬가지야. 그들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같은 허울스런 말만 읊는단다. 작은이는 아예 안 쳐다보고 모르거든. 작은이가 서로 도우면서 동무와 두레를 이룰면, 먼저 작은이 스스로 “제 이름”을 짓고 찾고 부를 노릇이야. 사람으로서 스스로 이름을 지어야지. 일과 놀이에 이름을 붙여야지. 살림과 연장에 이름을 붙여야지. 날·달·철·해와 별·비·바람에 이름을 붙여야지. 스스로 둘러싼 모든 곳에 이름을 차곡차곡 새기면서 스스로 이 삶과 삶터를 사랑하는 길을 찾고 열 수 있어. 이름없는 숨결은 없어. “숨결마다 있는 이름”을 빼앗거나 없애거나 밟으려는 그들이 있을 뿐이야. 너는 ‘그들’이 아닌 ‘작은이’로 일어서렴. 2026.8.19.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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