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통보
사람들이 쓰는 ‘통보’란 말은 ‘알림’이 아니란다. ‘시킴’이야. 이대로 가거나 할 테니까 “생각하지 말고 그저 따르라”고 찍어누르듯이 시키는 소리일 뿐이야. 너희는 ‘이별 통보’처럼 말하지. 한쪽이 쏘아붙이거나 밀어붙인다는 뜻이야. ‘이혼 통보’나 ‘거절 통보’도 같아. 무엇을 나누거나 함께하면서 길을 찾으려는 사람은 ‘통보’를 안 해. ‘말’을 하고 ‘마음’을 들려주지. 헤어지든 갈라서든 서로 말을 나누면서 차분히 손을 흔들면 돼. 한쪽에서 마냥 “이렇게 해!” 하고 뚝 자를 적에는 싸우자는 뜻일 뿐이란다. 같이 불타올라서 같이 죽음끝으로 치달리자는 뜻이고. 말로 부드럽게 나누면서 풀지 않는다면, 주먹이나 총칼로는 더더욱 못 풀어. 말로는 안 듣는다면서 주먹으로 두들겨패면 말을 들을까? 아니야. 겉으로는 고개숙이는 시늉이되, 속으로는 이글이글 불타면서 주먹으로 앙갚음할 날을 기다리겠지. 말로는 안 된다면서 폭탄을 펑펑 터뜨리거나 총을 탕탕 쏘면 어떻겠니? 한쪽에서 와르르 밀어대며 떼죽임짓을 벌이면, 얻어맞거나 죽어가는 쪽에서도 똑같이 폭탄이나 총으로 앙갚음하기를 바라겠지. 시킴말(명령·통보)로는 바꿀 수 없고, 가꿀 수 없고, 나눌 수 없고, 함께할 수 없어. 시킴말로는 그저 종(노예)을 부리듯 밟고 때리면서 억지로 눕히려는 짓이야. 큰소리를 내면 서로 안 듣고 싶겠지. 주거니받거니 상냥하게 흐르는 마음이 없을 적에는 겉치레에 허울이 가득해. 그러니까 너부터 시킴말을 끊어. 너부터 남한테 시키지 마. 너부터 사근사근 말을 하렴. 너부터 마음을 말소리에 담아서 들려주렴. 저쪽에서는 자꾸 시키려 들 수 있어. “저쪽 겉소리”는 쳐다보지 마. ‘저이’ 속마음만 들여다보면서 말하렴. 2026.8.9.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