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사이비라는
‘비슷’이라고 할 적에는 ‘비길’ 만한 모습이라는 뜻이야. ‘비기다’라고 느끼기에 ‘같다’고 하지 않아. 다른 둘이 나란히 서거나 만나기에 ‘비기다’라 하지. 다른 여럿을 나란히 놓고서 살피려고 하기에 ‘빗대다’라 해. 안 같으니까 비슷하지. 틀림없이 다른데 마치 여러모로 겹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 비슷할 뿐이야. 똑바로 안 가기에 ‘비스듬’이라 하지. 똑바로 안 그으면서 눕히려는 듯하니 ‘빗금’이야. ‘그럴듯’하게 맞출 적에 ‘사이비(似而非)’라고 하더구나. 어쩐지 조금 ‘볼만하’게 꾸미는 짓이자 겉이야. 속으로는 안 볼만하고, 알차지도 않은 모습이지. 껍데기에 겉치레로 나서느라 ‘바른빛’하고 멀고 ‘곧은길’은 등진다는 그럴듯(사이비)이란다. 잘 짚어야지. ‘그림같다’거나 ‘눈부시다’고 할 길을 가야 참답고 아름다워. 그림같은 흉내나 눈부신 시늉을 하기에 ‘그럴듯’ 할 뿐이야. 이럭저럭 비슷하지만 속은 하나도 없는 빈수레이기에 그럴듯하단다. 그런데 너희는 으레 그럴듯하게 말하고 그럴듯하게 꾸미고 그럴듯하게 내세우고 그럴듯하게 뽐내는구나. “익은 벼가 고개숙인다”는 말을 알까? ‘익은 벼’란 속으로 알차기에 깊고 넓게 철든 빛이란다. 깊고 넓게 철들어서 속이 꽉 찬 씨알(볍씨)이라면 자랑하지 않고 뽐내지 않고 내세우지 않아. ‘철든이’는 어른이야. 이름 그대로 어진이(어른)는 겉모습이나 옷섶이나 껍데기를 안 붙여. “그럴듯한 어른”이라면 거짓말쟁이에 눈속임꾼이란다. “그저 어른”이라면 스스럼없이 배우고 익히면서 더 귀여겨듣고 눈여겨봐. 이미 배우고 익혔어도 멈추지 않기에 어른이야. 배우고 익힌 바를 한결 쉽게 풀어내면서 늘 새롭게 품으려는 사람이기에 어질고 슬기롭고 참하지. 넌 그럴듯(사이비)으로 가려니? 넌 그림같으면서 눈부신 어른으로 가겠니? 네 갈 길을 스스로 찾아나서면서 그리기를 바라. 2026.8.11.불.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