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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실의 사계절
김효선 지음 / 낮은산 / 2025년 7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8.20.
까칠읽기 138
《오춘실의 사계절》
김효선
낮은산
2025.7.31.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보금자리’하고 ‘둥지’가 어떻게 비슷하면서 다른지 도무지 풀이하지 못 하거나 않는다. 보금자리나 둥지를 곁에서 지켜보거나 새를 늘 마주하는 삶이 아니라면, 두 낱말 ‘보금자리’하고 ‘둥지’를 가르지 못 한다. ‘둥우리’는 또 어떻게 다른지 모르리라.
‘보금자리’는 ‘보금(보곰) + 자리’이고, ‘둥지’는 ‘둥 + 지(짓·집)’이며, ‘둥우리’는 ‘둥 + 우리(울)’이다. ‘보금’은 ‘보다(돌보다·돌아보다)’를 밑동으로 삼는다. 알을 낳아서 어린새를 돌보는 자리라는 뜻이다. ‘둥지’는 둥글게 지은 집이라는 뜻이면서, 알을 낳아서 어린새를 둥글게 품는 곳이라는 뜻이다. ‘둥우리’는 둥글게 아우르며 사는 곳이라는 뜻이면서, 알을 낳아서 부드럽게 감싸듯 지키는 곳이라는 뜻이고.
새는 지붕을 얹지 않는 집을 지으면서 별과 바람과 해와 비를 고스란히 맞아들이는 삶을 지낸다. 어미새로 큰 뒤에도 비오는 날에 멀쩡히 비를 그대로 맞으면서 하루를 살아가고, 빗살을 가르며 날지. 의젓한 숨빛과 살림결을 드러내는 이름인 ‘보금자리·둥지·둥우리’이지 싶다. 사랑으로 품는 집을 가리키면서 새집(새로운 집)을 가리키기도 하니, 서울에서 난데없이 어린이쉼터(용산어린이공원)를 밀어대면서 잿더미(아파트단지)를 올리려는 짓은 멈출 노릇이라고 본다. 어미새가 어린새를 헤아려서 보금자리를 짓고 둥지를 틀고 둥우리를 엮듯, 우리는 어른으로서 어린이가 앞으로 이 땅에서 즐겁게 지낼 집(살림터)을 물려줄 노릇이지 싶다.
《오춘실의 사계절》을 읽은 지 한 해가 넘는다. 둘레에서 사람을 속빛보다는 겉몸으로 따지거나 재려는 늪에서 허우적거리다가도 스스로 떨치며 일어서려는 줄거리를 들려주는구나 싶었는데, 막상 이러한 줄거리는 첫머리에 조금 나오고서 차츰 옅다. ‘네철(사계절)’이란 무엇인가? 봄을 봄으로 마주보고, 여름을 여름으로 열고, 가을에 갈무리하면서 가고, 겨울에 겹겹이 품는 길이라서 네철이고, 한 해를 이루는 네 갈래 철을 헤아리기에 시나브로 어른이라는 길을 걷는다.
엄마(오춘실 씨) 이야기를 쓰려면 ‘엄마가 되어 봐야’ 한다. 엄마처럼 집일을 하고, 엄마마냥 집살림을 꾸리고, 엄마가 어떤 몸마음으로 삶을 견디고 버티고 오늘까지 남았는지 온통 겪을 노릇 아닐까. 엄마는 어떻게 나(글쓴이)까지 낳아서 가시밭길을 이겨냈는지 글쓴이(나)도 뼛속 깊이 느끼는 길을 걸은 다음에라야 비로소 책을 낼 만하지 않을까.
새랑 나란히 한집에서 지내지 않으면서 ‘새구경’만 하는 삶으로 새책(새를 다룬 책)을 쓰는 분이 많다. 풀과 나란히 한집에서 살아가지 않고서 ‘풀구경’만 하는 삶으로 풀책(풀을 다룬 책)을 쓰는 분도 많다. 아직 철들지 않았어도 ‘철이 안 든 대로’ 글을 쓰고 책을 내도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내(글쓴이) 이야기’가 아닌 ‘엄마 이야기’로 책을 내려고 했다면, 그야말로 ‘엄마가 어떤 마음과 눈망울로 지난길을 헤쳐왔는지’ 몸소 살아내는 일부터 해야지 싶다. 엄마가 들려준 말을 몇 자락 옮겨적고서 끝이라면, 같이 헤엄터에서 노는 나날을 너무 길게 풀어놓으면, 이도 저도 아닌 밍밍한 알껍데기로 그친다.
보금자리에 알을 낳아서 어린새가 스스로 껍데기를 다 쫄 때까지 기다리고 지켜보는 어미새는 어떤 마음이겠는가. 어미새는 끝까지 기다리고 지켜본다. 어린새가 스스로 마지막 알껍데기를 다 쪼아내어야 비로소 어린새 털을 고르고 어루만지면서 품는 어미새이다.
ㅍㄹㄴ
분하고 억울한 할머니의 화를 받아낼 수 있는 사람은 엄마뿐이었다. 35쪽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쑥쑥 자랐다. 우리 집이 다른 집보다 가난하다는 것도 몰랐고 개천가 너머 얼핏 보이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와 다른 세상을 산다는 것도 몰랐다. 90쪽
아빠에게도 사정이 있었다는 걸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덜 병들었을 것 같다. 아빠가 미우니까 최대한 아빠와 반대 방향으로 열심히 했다. 168쪽
“난 왜 엄마가 그 고등학교에서 일하는 걸 몰랐지?” “내가 말 안 했으니까. 처음부터 알고 간 건 아니고 용역이 태워 준 대로 봉고차 타고 가 보니까 거기였어.” 187쪽
2024년 한 해 엄마는 폐품을 주워 192만 원을 벌었다. 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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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실의 사계절》(김효선, 낮은산, 2025)
김효선 MD가 쓴 리뷰를 읽고 나면 나는 언제나 울고 싶어졌다
→ 나는 김효선 돌봄이가 쓴 글을 읽고 나면 언제나 울고 싶다
→ 나는 김효선 지기가 쓴 글을 읽고 나면 언제나 울고 싶다
5쪽
할아버지는 그래서 엄마에게 춘실이라는 이름을
→ 그래서 할아버지는 엄마한테 춘실이라는 이름을
13쪽
엄마가 우아하고 세련된 이름을 가진
→ 엄마가 곱고 맵시있는 이름인
→ 엄마가 매끄럽고 멋진 이름인
→ 엄마가 꽃같고 산뜻한 이름인
→ 엄마가 그림같고 미끈한 이름인
→ 엄마가 멋있고 말쑥한 이름인
13쪽
할아버지 묘를 정리하느라 파묘하러 다녀온 날
→ 할아버지 무덤을 추스르느라 파내러 다녀온 날
→ 할아버지 뫼를 가다듬느라 헤치러 다녀온 날
14쪽
엄마는 염전에 나가 소금밭에서 심부름을 했다
→ 엄마는 소금밭에서 심부름을 했다
→ 엄마는 소금밭에 나가 심부름했다
16쪽
수영 초급반 수업은 정해진 루틴대로 돌아간다
→ 걸음마 헤엄이 모둠은 똑같이 돌아간다
→ 첫걸음 헤엄이는 판박이처럼 돌아간다
→ 햇내기 헤엄이는 쳇바퀴처럼 돌아간다
20쪽
그렇게 만들어진 책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적당한 자리에 두고
→ 그렇게 태어난 책이 제대로 손길을 받을 수 있도록 제자리에 두고
→ 그렇게 나온 책이 제대로 읽힐 수 있도록 알맞게 두고
22쪽
내 일을 업신여긴다고 존재를 업신여기는 것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었는데 가진 게 이것밖에 없어서 분리를 못 했다
→ 내 일을 업신여긴다고 나를 업신여기는 줄 받아들일 까닭은 없는데 나한텐 이 일밖에 없어서 못 갈랐다
→ 내 일을 업신여긴다고 나를 업신여긴다고 받아들일 만하지 않은데 나는 이 일밖에 없어서 못 나눴다
24쪽
오전 회의를 마치고 점심시간에 해장할 생각을 하던 평범한 날이었다
→ 아침모임을 마치고서 낮에 속풀이를 하던 여느 날이다
→ 아침자리를 마치고서 낮밥에 속을 풀려던 어느 날이다
27쪽
서울은 언제 올라왔어?
→ 서울은 언제 왔어?
→ 서울에 언제 살았어?
36쪽
엄마랑 걸으면 항상 느려졌다
→ 엄마랑 걸으면 늘 느리다
→ 엄마랑 걸으면 느리다
45쪽
엄마는 배영에 도전한다
→ 엄마는 눕헤엄을 해본다
→ 엄마는 등헤엄에 나선다
→ 엄마는 옆치기로 간다
70쪽
상급 레인에서 초급 레인으로 놀러 왔다
→ 윗칸에서 밑칸으로 놀러왔다
→ 윗길에서 밑길로 놀러왔다
→ 윗자리에서 밑자리로 놀러왔다
75쪽
채광과 뷰를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지어진 집들은 지붕을 맞대고 있었다
→ 빛받이와 둘레를 안 살피고 마구잡이로 지은 집은 지붕을 맞댄다
→ 볕자리와 보임빛을 안 따지고 마구잡이로 지은 집은 지붕을 맞댄다
91쪽
상부하고 사는 거지 뭐
→ 같이돕고 살지 뭐
→ 나누며 살지 뭐
→ 도우며 살지 뭐
95쪽
그렇게 몇 번 노 젓듯 스트로크를 하면
→ 그렇게 몇 판 삿대 젓듯 팔을 저으면
→ 그렇게 슬슬 삿대처럼 팔을 치면
100쪽
나이 든 여자들의 영법은 대체로 비슷하다
→ 아줌마는 비슷하게 헤엄친다
→ 나이든 분은 비슷하게 가른다
104쪽
“짤순이를 여기서 보네.” 수영장에 놓인 공용 탈수기를 보고 엄마는 20년 전 그 물건이 돌아온 듯 반가워했다
→ “짤순이를 여기서 보네.” 엄마는 헤엄터 함께짜개를 보고서 스무 해 앞서 살림이 돌아온 듯 반가워한다
109쪽
우리 집에선 아직 현역이다
→ 우리집에선 아직 잘 쓴다
→ 우리집에선 아직 멀쩡하다
→ 우리집에선 아직 그대로다
110쪽
평발이라고 못 한 거 없어
→ 판발이라고 못 한 일 없어
→ 납발이라고 못 한 적 없어
136쪽
그땐 하혈을 수시로 해서 얼굴이 샛노랬었다
→ 그땐 걸핏하면 피를 쏟아 얼굴이 샛노랬다
→ 그땐 늘 피가 나서 얼굴이 샛노랬다
141쪽
공공근로 일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30대 후반이던 엄마보다
→ 두루거리 일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서른 뒤쪽이던 엄마보다
→ 이바지 일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서른 끝자락이던 엄마보다
146쪽
이렇게 그해의 신입 회원들이 사라지면 남는 건 결국
→ 이렇게 그해 햇내기가 사라지면 남는 사람은 그만
→ 이렇게 그해 첫내기가 사라지면 남는 사람은 뭐
151쪽
백수 생활에 적응하면서 엄마는 식사량을 차차 줄였다
→ 엄마는 일없는 삶에 맞추면서 밥을 차츰 줄인다
→ 엄마는 빈손인 삶에 따르며 조금씩 적게 먹는다
→ 엄마는 뒹구는 삶이라면서 조금씩 적게 먹는다
153쪽
수영복만 봐도 수력을 알 수 있다
→ 물옷만 봐도 물길을 알 수 있다
→ 헤엄옷만 봐도 헤엄빛을 안다
157쪽
계단을 내려와 입수했다
→ 섬돌을 내려와 뛰어든다
→ 발판을 내려와 들어간다
160쪽
각 가정에서 16만 원씩 갹출해 수업 시작 전 아이들이 먹을 간식을 사서 넣어 주자는 거였다
→ 집마다 16만 원씩 내서 배우기 앞서 아이들한테 샛밥을 사주자고 했다
→ 집집이 16만 원씩 모아 배움자리에 앞서 아이들한테 참을 사주자 했다
→ 집에서 16만 원씩 추렴으로 배움자리 주전부리를 사주자고 했다
→ 집집마다 16만 원씩 도리기로 배움마당 덧밥을 사주자고 했다
172쪽
엄마가 별안간 하체를 좌우로 돌리며 하는 사이드킥을 성공했다
→ 엄마가 냅다 아랫몸을 돌리며 옆차기를 해낸다
→ 엄마가 문득 아랫도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물살을 가른다
200쪽
용역 몫을 제하면
→ 넘긴 몫을 빼면
→ 바깥몫을 덜면
210쪽
엄마는 추위를 더 타게 됐다
→ 엄마는 추위를 더 탄다
→ 엄마는 더 춥다고 한다
247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