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6.8.13.
《읽고 쓰고 가꾸고》
숲하루 글, 스토리닷, 2026.7.31.
인천에서 나고자랐지만 굳이 서울에 있는 열린배움터에 들어갔다. 1991해에 비로소 〈인천일보〉가 태어났지만, 이 새뜸을 애써 받아보려는 사람은 드물었다. 1994해에 인천 끝에서 서울 이문동까지 쇳길을 날마다 오가며 납짝쿵이 되었다. 아직 ‘에어컨 없이 선풍기가 힘없이 돌’던 그무렵인데, 사람들이 서로 찌부러진 이른아침에 미닫이로 범나비 한 마리가 슥 들어와서 팔랑팔랑 머리 위로 날다가 다시 슥 나간 적 있다. “너희는 왜 날지 않아? 왜 이 쇳덩이(전철)에서 뒤엉키며 죽는낯이야?” 하고 묻는 듯했다. 시골마을 보금숲에서 지내는 오늘이다. 마당에 맨발로 서서 늦여름볕을 쬐며 책을 읽자니, 검은제비나비가 담을 타고 들어와서 앵두나무와 후박나무 사이에서 너풀너풀 놀다가 살며시 내려앉다가 다시 날다가 휙 담 너머로 간다. “너 이제는 제법 홀가분하게 사는구나?” 하고 속삭이는 듯하다.
《읽고 쓰고 가꾸고》를 천천히 읽는다. 글님은 경북 의성에서 나고자란 삶길을 대구로 잇고서, 요즈음은 경북 안동 멧자락에서 일하는 살림길이라고 한다. 시골을 떠나면 배움길이 넓으리라 여긴 발걸음이요, 어른이 되어 낳은 세 아이가 큰고장에서 뜻을 펴면 빛나리라 여긴 발자국이고, 대구에서 가게를 차리면서 땀내음을 맡는 동안 글길을 열 수 있을까 꿈을 그리고서, 이제 ‘읽고 쓰고 가꾸’는 나날을 책으로도 여미는 오늘이라고 할 수 있다.
나비 한 마리를 바라보면서 날갯길과 푸른길을 읽을 수 있다. 구름 한 조각을 마주보면서 빗길과 논밭길을 읽을 수 있다. 어스름과 노을을 살펴보면서 별길과 하루길을 읽을 수 있다. 누가 차곡차곡 담아서 내놓은 책도 읽을 수 있고, 손수 가꾸는 살림살이를 읽을 수 있다. 숱한 글(문학·신문기사·유튜브)도 읽을 수 있고, 서로 주고받는 말씨에 흐르는 마음도 읽을 수 있다. 내가 걸어가는 이곳을 쓸 수 있고, 나랑 어깨동무하는 너랑 함께한 이야기를 쓸 수 있다.
볕날을 잇는 전남 고흥은 비내음이 멀지만, 그래도 다시 비가 오면서 목마른 들숲메를 적셔 주겠지. 물결처럼 바람이 불며 나뭇잎을 찰랑인다. 낫을 쥐고서 뒤꼍에서 풀을 친다. 우리집에서 깨어난 매미가 곳곳에서 우렁차게 운다. 씻고 빨래하고 살림한다. 쉬고 밥하고 기지개를 켠다. 작은아이는 해질녘과 밤에 박쥐 날갯짓을 으레 본다고 들려준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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