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쓰레기통



지난날 어느 누구도 쓰레기통을 안 두었어. 쓰레기가 없으니 쓰레기통을 둘 일이 없어. 이미 쓰레기가 없을 적에는 쓰레기통도 없지만, ‘쓰레기통’이라는 낱말(이름)도 없어. 곁에 두어 알뜰살뜰 살리기에 ‘살림’이고, 다 쓰거나 잘 쓴 살림은 땅에 그대로 놓아서 새흙으로 돌려보내. 그런데 살림을 하는 곳에서는 ‘버리는’ 것이 없으니, 땅에 그대로 놓는 것도 없지. 어느 하나를 온통 다 다루고 쓰고 건사하니까. 살리는 길을 가지 않는 날부터 쓰레기가 생기는데, ‘나머지’가 생기면서 덩달아 ‘쓰레기’가 생기지. 짓고 가꾸고 갈무리하면서 남을 일이 없지만, 빼앗아서 거머쥐려고 하는 곳에서 ‘나머지’가 생기고, “스스로 지은 몫”이 아닌 “빼앗아서 거머쥔 몫”이라서 ‘살려쓰’지 않고 헤프게 쓴단다. 헤프게 쓰느라 제대로 안 다루고 ‘나머지’가 생기니, 이제부터 쓰레기가 늘어나. 제비한테 ‘제비’라는 이름을 하나 붙여. 달팽이한테 ‘달팽이’라는 이름을 붙여. 버드나무한테 ‘버드나무’라는 이름을 붙여. 바로 오늘이라는 때를 누리면서 ‘오늘’이라는 이름을 붙여.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아. 나누고 베풀고 함께하는 이야기가 흘러. 쓰레기가 없는 곳에는 ‘쓰레기·쓰레기통’ 같은 말도 없지만, ‘쓰레기 냄새’도 없겠지. 스스로 안 짓고 빼앗는 곳에서는 얼마나 짓고 가꿔야 넉넉히 누리면서 나누는 줄 모르는 터라, 잔뜩 빼앗아서 누리더라도 자꾸 남고, 버리고, 쓰레기가 늘면서 ‘쓰레기 냄새’가 생겨. 이제 푸른별 모든 나라와 마을과 집에 쓰레기통이 있을 텐데, 쓰레기통에 넣으면 쓰레기가 사라질까? 쓰레기통을 비우면 쓰레기가 사라질까? 그리고 쓰레기통을 치운 대서 쓰레기가 안 사라져. 알맞게 다루고 스스로 짓는 길을 차분히 열어야 다 바꾸지. 2026.8.3.달.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열두 달 소꿉노래》,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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