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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선물 ㅣ 민음의 시 301
조해주 지음 / 민음사 / 2022년 9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8.15.
노래책시렁 560
《가벼운 선물》
조해주
민음사
2022.9.27.
모기는 참으로 가볍게 납니다. 이토록 가벼우면서 천천히 나는데 문득 우리 몸 한켠에 내려앉아서 피를 빱니다. 잽싼 날갯짓도 아니면서 다부지다고 해야 할까요. 무서운 줄도 모른다고 해야 할까요. 숱한 모기는 피를 빨려고 내려앉다가 찰싹 맞아죽습니다. 숱한 모기는 사람한테 날아들다가 하늘에서 맞아죽습니다. 숱한 모기는 피를 빨아먹은 뒤 어디 앉아서 쉬다가 또 맞아죽습니다. 이따금 모기한테 속삭입니다. ‘그저 조용히 날아와서 그저 알맞게 먹고서 멀리 떠나면 너희부터 죽을 일이 없지 않겠어?’ 《가벼운 선물》을 읽었습니다. 누구나 스스로 마주하는 하루만큼 말을 하고 글로 옮깁니다. 마주하지 않은 하루를 나타내려고 하면 얹히거나 고단합니다. 더 낫거나 나쁜 하루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은 스스로 맞이하는 하루입니다. 무더위도 찜솥더위도 불볕더위도 우리 스스로 깃드는 곳에서 맞이합니다. 온통 푸르게 둘러싼 숲에서 지내는 사람한테는 여름더위가 없고 ‘여름’만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더위’가 아닌 ‘여름’이 있는 곳으로 스스로 찾아갈 수 있고, 삶터를 가꿀 수 있습니다. 여름을 맞고 가을을 누리고 겨울을 지내고 봄을 바라보는 나날을 그릴 적에 비로소 노래 한 자락이 태어난다고 느낍니다.
ㅍㄹㄴ
가까운 거리는 택시를 이용한다 // 노란색 택시에 올라타면서 / 나는 소맷자락이 문틈에 끼이지 않도록 주의한다. //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백미러를 통해 나를 보면서 / 양화대교를 건너겠다고 말하고 (가까운 거리/15쪽)
나는 친하지 않은 친구들 앞에서도 / 옷을 망설임 없이 갈아입는 편이었다 // 무리 중에 몇몇이 키득거렸고 // 금세 티셔츠를 빠져나온 나는 / 운동을 오래 해서 그렇다고 덧붙였다 (조용한 사람/32쪽)
메뉴판은 한국어와 중국어로 되어 있고 / 코팅된 종이 위로 / 끈적한 소스가 눌어붙어 있다 (이브/94쪽)
정신없이 물을 들이켜고 나니 / 단체 여행 한가운데였다 (안방해변/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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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선물》(조해주, 민음사, 2022)
얇게 포 뜬 빛이 이마에 한 점 붙어 있다
→ 얇게 뜬 빛이 이마에 하나 붙는다
→ 저민 빛이 이마에 한 조각 붙는다
11쪽
어두운 대로변에서 그는 한입 베어 문 사과였다가 사과였다가 심 부분만 남은 사과였다가
→ 그는 어두운 큰길가에서 한입 베어 문 능금이다가 능금이다가 심만 남은 능금이다가
12쪽
백미러를 통해 나를 보면서
→ 뒷거울로 나를 보면서
→ 뒷눈으로 나를 보면서
15쪽
포장마차는 반복된다
→ 수레장사는 잇는다
→ 선술집은 한결같다
→ 술수레는 밤낮없다
49쪽
나의 말투는
→ 내 말씨는
→ 말결은
→ 말빛은
51쪽
작은 입자로써 존재할 수 있다는 것
→ 작은 알갱이로 있을 수 있다
→ 작은 씨알로 지낼 수 있다
51쪽
무언가에 붙들린 것처럼 나는 얼떨결에 걷기 시작했다
→ 나는 뭐에 붙들린 듯 얼떨결에 걷는다
→ 무엇에 붙들린 마냥 얼떨결에 걷는다
67쪽
갑작스러운 마주침에 대하여
→ 갑작스레 마주칠 적에
→ 갑작스레 마주치면
→ 갑작스레 마주치는
128쪽
어깨를 움츠리는 것만으로 길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 어깨를 움츠리기만 해도 길은 얼마든지 낼 수 있다
→ 어깨를 움츠리면 길은 얼마든지 낸다
133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